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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필현

(토마토인터뷰)시장형실거래 폐지..제약업계 희망 봤다!

2014-03-04 12:42

조회수 : 2,7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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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재시행 1개월 만에 논란을 빚은 시장형실거래제가 결국 폐지됐습니다. 대학병원들의 소위 ‘약가 후려치기’가 도를 넘으면서 부작용이 확산되자 정부가 제약업계의 대체안 카드를 전격 수용한 것입니다. 정부는 현재 시장형실거래가 폐지를 전제로 세부 방안을 검토해 개선방안을 확정, 건보법 시행령과 관련 고시를 개정할 계획입니다.
 
시행령 개정절차가 5개월가량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는 7월경 시장형실거래가는 완전 폐지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재국 한국제약협회 상무와 함께 자세한 얘기 짚어보겠습니다. 제약계와 병원 등 사이에 논쟁이 뜨거웠던 의약품 시장형실거래가 제도가 폐지된다고 들었습니다. 먼저 그 배경부터 짚어 주시죠.
 
이재국 상무: 2010년 도입 당시부터 논란이 돼왔던 대형병원 등에 대한 저가구매 인센티브제, 이른바 시장형 실거래가제가 지난 2월1일 재시행됐지만 결국 폐지됩니다. 복지부와 의사협회, 약사회와 환자단체 등으로 구성된 보험약가제도개선협의체가 지난 2월 중순 제도를 폐지하고 외래처방 장려금제도로 대체하는 단일안을 마련해 복지부에 제시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문형표 복지부 장관이 국회 등에서 ‘협의체 결론을 수용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혀온 만큼 협의체 제시안이 그대로 수용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앵커: 앞서 지적했듯이 완전 폐지까지는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습니다. 이후 절차가 어떻게 진행되나요.
 
이재국 상무: 아무래도 시행 중인 제도를 폐지하고 후속 개정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좀 걸릴 듯 합니다. 복지부는 제도 폐지를 전제로, 이를 대체할 세부 방안을 검토해 개선 방안을 확정하고 3월 중으로 입법예고하고, 규제심사와 법제처 검토를 받아 건강보험법 시행령과 관련 고시를 개정할 계획입니다. 이러한 시행령 개정절차가 대략 5개월간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늦어도 7월쯤 완전 폐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앵커: 그렇다면, 시장형실거래가를 대체할 새 제도는 어떤 제도 인가요?
 
이재국 상무: 다양한 방안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큰 방향에서 합의된 것은 대형 사립병원 등의 공개경쟁 입찰이 확산되도록 유도하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설치돼있는 의약품관리종합정보센터의 신고자료 및 현지 실사자료를 보강하고 허위 신고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것입니다.
 
의약품관리종합정보센터는 제조사와 수입회사, 도매상 등 의약품공급업체로부터 매월 공급내역을 신고 받아 요양기관의 사용내역과 연계관리 하고 있는 곳이니, 이 기능만 제대로 가동돼도 실거래가 파악이 충분한 것으로 평가됐습니다. 여기에 가칭 '처방총액 약품비 절감 장려금 제도'라고 해서 현재 운영되고 있는 장려금제도 등을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앵커: ‘처방총액 약품비 절감 장려금제도’가 유력히 검토되고 있다는 얘기인 것 같은데요. 좀 쉽게 설명해 주시죠.
 
이재국 상무: 현재 건강보험법 시행령은 외래환자의 약제비 지출을 줄이는데 기여한 요양기관에 절감액의 최대 70%까지 장려비를 지급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제도별 인센티브 현황을 보면, 먼저 외래처방 인센티브제도는 약품비 절감액의 10~50%를 병·의원에 지급합니다.
 
이때 인센티브 금액이 건강보험공단 부담금의 10%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습니다. 또 사용장려비 지급대상 퇴장방지의약품을 사용한 병원에는 해당약제 상한금액의 10%, 처방약을 더 싼 약으로 대체 조제한 약국에는 약가 차액의 30%를 장려비로 지급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새로 개발되는 '처방총액 약품비 절감 장려금 제도'에는 이런 내용들에 더해 저가구매 노력을 포함한 원내 입원 약품비 절감분을 종합한 새로운 평가모형의 개선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외래처방 인센티브에 적용되는 10%에서 최고 50%의 장려금 지급율을 30%나 40%로 낮추는 방안을 포함해 다양하게 시뮬레이션을 해보고 있다고 합니다.
 
여기서 비율과 상한선이 중요한데 그것은 자칫 이 제도가 또 다른 이름의 사실상 저가구매 인센티브제로 보험재정 절감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한 것입니다.
 
앵커: 의사협회의 집단휴진 결의와 약사회의 법인약국 설립 저지 등 보건의료계에 마찰음이 거센 가운데 도출된 이번 합의의 의미가 남다르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이재국 상무: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대신 모든 이해 관계자들의 주장을 충분히 듣고 합리적인 안을 채택했다는 점에서 정책 결정의 새로운 장을 연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이 제도의 직접적인 이해관계자라 할 수 있는 제약업계는 향후 정부의 산업정책에 대한 희망을 보았기 때문에 신약 개발과 글로벌 진출을 위해 더욱 분발하겠다는 다짐을 갖고 있고, 정부는 현장과의 소통과 대화로 결실을 주도했다는 점에서 평가받을 만 하다고 봅니다.
 
진통에 진통을 거듭하다 합의로 결론을 낸 이번 저가구매 인센티브제 폐지논의는 단순히 한가지 정책을 결정했다는 의미를 넘어 정부와 보건의약계가 희망을 함께 품은 사건으로 기록될만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을 정도입니다.
 
앵커: 폐지 결정이 내려졌음에도 불구하고 대학병원들의 ‘약가 후려치기’ 꼼수가 여전하다고 들었습니다. 업계에서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요.
 
이재국 상무: 시행령 개정 절차가 5개월 정도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완전 폐지는 오는 7월쯤 가능한 게 사실입니다. 그러다 보니 그때까지는 대학병원들이 완전 폐지 이전의 사각지대를 활용해 인센티브를 최대한 챙기겠다며 꼼수를 부리고 있는 실정입니다.
 
삼성서울병원은 최근 제약사와 도매업체에 900여개 의약품에 대한 입찰을 강행하겠다고 통보했습니다. 이 병원에서 7월 이전까지 한시적인 저가구매 인센티브제 혜택을 이용해 챙길 수 있는 금액이 4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서울대병원과 전남대병원 등도 저가구매 인센티브제를 폐지하기로 합의가 이뤄졌는데도 기존 제도에 따른 의약품 납품 재계약을 진행 중에 있습니다.
 
비록 시한부 판정을 받은 제도지만 남은 기간에라도 이익을 챙기겠다고 나오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저가입찰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게 현재 업계의 상황입니다. 그래서 저희 제약협회에서는 정부에 시행령 개정안 절차를 최대한 앞당겨줄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앵커: 마지막으로 보험약가제도개선협의체에선 이후 다른 제도 개선도 논의하고 있다고 얘기를 들었습니다. 어떤 논의가 진행되고 있나요?
 
이재국 상무: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제약업계에서는 가장 대표적이고 시급한 문제가 사용량 약가 연동제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 제도는 제약사와 건강보험공단에서 약가를 협상할 때 예상한 사용량에서 일정비율을 초과할 경우 가중적으로 약가인하를 하는 제도로 지난 1월부터 크게 강화됐습니다.
 
즉 종전에는 60%이상 초과할 경우에만 이 제도의 적용을 받았는데 개정이후 전년보다 청구액이 10%이상, 50억원 이상 증가할 경우 삭감대상에 추가되면서 향후 3년간 최대 23%의 약가인하가 예상될 정도로 파급력이 큰 제도입니다.
 
이 제도는 근본적으로 가격대비 약효가 보장되는 대형 품목의 탄생을 원천 봉쇄하는 부작용이 큽니다. 수백억원대의 비용을 투자해 신약을 개발한다 하더라도 약가등재 과정에서 한번 좌절하고, 사용량약가연동제 등으로 두 번 좌절하게 됩니다. 사용량 약가연동제 작동은 장기적으로 대형품목이 나올 수 없는 구조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으로 매우 불행한 일입니다.
 
그래서 현장에서는 제약사 CEO들이 아예 영업직원들에게 지시하기를, 사용량이 많이 늘어 약가가 깎이는 것보다 품목을 덜 파는게 오히려 유리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라고 할 정도입니다. 사용량 연동제가 가져다주는 폐해가 예상보다 심각한 만큼 진지한 고민과 함께 시급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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