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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원

(초점)오락가락 조세정책 무엇이 원인인가

2014-04-07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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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앵커 : 최근에 연말정산 때문에 혼란스러운 분들 많으시죠? 정부가 세금을 깎아주던 것을 줄이겠다고 했다가 월급쟁이들의 원성이 폭발하자 곧바로 말을 바꿨는데요. 조정되긴 했지만 여전히 늘어난 부담 때문에 불만의 목소리가 많습니다. 이처럼 조세정책이 일관성 없이 오락가락 하는 경우가 잦아졌다고 합니다. 현재 조세정책의 문제점 경제부 이상원 기자가 심층분석해봤습니다.
 
이기자 요즘 세금관련 정책발표하는 것을 보면 오락가락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국민들 입장에선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어떤 문제가 있는 건가요?
 
기자 : 네 작년이죠. 정부가 근로소득공제 혜택을 줄이겠다고 했다가 불과 4일만에 전면재검토한 적이 있구요. 최근에는 임대차시장 대책으로 임대사업자를 과세범주에 넣었다가 일주일만에 정책을 수정했습니다.
 
작년 세법개정의 경우 세금부담이 늘어나는 중산층의 기준을 잘못 정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구요. 올해 임대사업자 과세방안도 생계형 영세사업자에 대한 배려를 하지 못해 비난을 받았습니다.
 
두가지 모두 국민들이 현장에서 체감하는 세금부담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기 때문인데요. 탁상행정에 대한 비판은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최근에는 조세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구조적인 문제점이 발생하면서 이러한 탁상행정을 고착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 구조적인 문제점이라면 어떤 것을 말하나요.
 
기자 : 여러 가지가 눈에 띄는데요. 우선은 조세정책을 최초로 만드는 정책당국의 구조적 문제가 있겠습니다.
 
세법이나 조세정책을 입안하는 곳은 정부 부처 중에서도 기획재정부 내의 세제실인데요. 최근 몇 년 사이 세제실 조직에 적지 않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세제실은 조세정책을 만든다는 전문적인 특성 때문에 다른 실국과의 인사교류보다는 국세청이나 관세청, 조세심판원 등과의 인사교류만 해왔었는데요. 지난 2012년에 예산실이나 다른 실국과도 인사교류를 확대하면서 그 전문성이 크게 약화됐습니다.
 
2012년 조직개편에서는 30%의 전문인력을 의무적으로 다른 실국과 교류하도록 했구요.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부임한 후 첫 번째인 지난해 조직개편에서는 이것이 30%를 제외한 나머지를 모두 순환하는 것으로 크게 확대됐습니다. 같은 부서에 3년동안 근무한 경우 무조건 다른 부서로 이동해야 한다는 것이 원칙입니다.
 
앵커 : 인사교류를 하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이기도 한데 왜 문제가 되는 건가요?
 
기자 : 세제업무 특성상 3년이면 이제 겨우 전문성을 갖추게 되는데요. 지난번 조직개편으로 3년을 채우면 모두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하다보니 전문적으로 일을 해야할 사람이 부족해진 겁니다.
 
특히 중앙정부부처에서는 사무관과 과장급 직원의 역할비중이 큰데, 세제실의 작년과 올해모두 사무관과 과장들이 대거 교체되면서 당장 올해 세법개정작업에도 차질이 예상됩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세제실과 예산실의 경쟁관계가 허물어졌다는 것인데요.
 
기재부는 1차관 아래 세제실, 2차관 아래 예산실을 뒀던 조직을 지난해 조직개편에서 2차관 아래에 세제실과 예산실을 몰아넣는 구조로 바꿨습니다.
 
한정된 세원 환경아래에서 보수적으로 세입을 짜내야 하는 세제실과 여기저기 지출요구를 반영해야 하는 예산실은 치열하게 논리싸움을 해야 하는데, 한지붕 아래에서 함께 일하면서 전보다 빨리 타협하게 된 것이죠.
 
이렇다보니 쓸돈을 먼저 정하고 걷을 돈을 거기에 맞추는 말도 안되는 재정운용도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 쓸돈부터 정하고 거기에 맞춰서 세금을 걷는 다는 건가요? 상당히 무서운 얘기같은데요.
 
기자 : 그렇습니다. 하다못해 가정에서도 수입만큼 지출계획을 짜는 것이 기본인데요. 국가재정에서 지출이 우선되다보니 재정에 구멍이 생길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정부는 국회에서 예산안이 통과된지 석달만에 17조3000억원이나 되는 추가경정예산안을 요구하고 관철시켰습니다.
 
이 중에는 무려 12조원 규모의 세입경정안이 포함됐는데요. 당초에 거둬들일 세금을 지나치게 과다하게 산정해놓고는 뒤늦게 세금이 안걷힐것 같으니 걷을 세금을 깎아달라고 요구한겁니다.
 
이명박 정부가 정권의 성과물로 남기기 위해서 2013년에 균형재정을 맞추는 것으로 밀어붙이다보니 가능성이 없는 세수입도 과다계상한 것이 원인이었습니다.
 
이런 문제는 박근혜정부 들어서도 계속되고 있는데요.
 
중앙정부 공약이행에 134조8천억원, 지역공약 이행에 124조원이나 필요하다고 하면서도 ‘증세 없는 세원마련’이라는 상반된 정책을 고수하면서 임기말에 또다시 과다계상으로 땜질하고 그 결과 재정에 구멍이 생기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겁니다.
 
앵커 :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한데요. 정부의 내부적인 구조 외에도 문제점이 또 있다면서요.
 
기자 : 네. 정부가 조세정책을 수립할 때 조언을 받고 있는 국책연구기관이 있는데요. 바로 조세재정연구원입니다. 조세재정연구원이 그 연구영역을 다른 분야로 확대하면서 조세정책 연구에 소홀해지고 있다는 겁니다.
 
가뜩이나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정부를 뒤에서 조언해줄 수 있는 전문가기관도 부실해진 겁니다.
 
조세재정연구원의 본래 이름은 2012년까지 조세연구원이었는데요. 1991년 조세제도와 조세행정을 연구하고 국가의 조세정책 수립을 지원하기 위해서 설립됐는데, 시간이 갈수록 재정연구와 공공기관연구 등으로 영역을 확대했습니다.
 
그 결과 조세연구원의 조세분야 연구실적 비중은 해마다 떨어졌고, 반면 공공기관 연구나 기타 연구비중은 급증했습니다.
 
앵커 : 정부조직의 전문성이 떨어지고, 이를 지원하는 전문인력도 약해졌다고 볼 수 있군요.
 
기자 : 네 조세재정연구원은 오는 9월에 세종시로 이전이 예정돼 있는데요. 다수의 연구진이 지방으로 이전하기보다는 수도권 대학에서 강의를 하면서 서울에 남기를 희망할 전망이어서 연구여건은 더욱 악화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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