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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문

(분석)곤두박질치는 국제유가..40달러 시대 오나

WTI 배럴당 60.94달러..브렌트유 64.24달러

2014-12-11 11:19

조회수 : 6,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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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우성문기자] 최근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는 국제 유가가 또 다시 폭락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내년 수요 전망 하향과 미국 원유 재고 증가가 유가를 끌어내렸다. 이와 함께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이 감산 가능성을 일축한 것 역시 유가 하락폭을 넓혔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현재 유가의 바닥을 알 수 없는 상태라고 지적한다. 공급 우위 장세가 이어지는 반면 수요는 줄어들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유가가 배럴당 40달러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WTI, 배럴당 60.94로 마감..5년 5개월만의 최저치
 
10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WTI 1월 선물 가격은 배럴당 4.5% 하락한 60.94달러로 마감하며 60달러선을 힘겹게 지켜냈다.
 
이는 지난 2009년 7월 이후 5년 5개월 만의 최저치일 뿐 아니라 지난 6월 가격인 배럴당 107달러 수준에서 40% 이상 떨어진 것이다.
 
이날 런던 ICE 선물 거래소에서 북해산 브렌트유 1월 선물 가격 역시 배럴당 3.9% 가파르게 하락하며 64.24달러로 마감했다.
 
이 역시 지난 2009년 7월  이후 최저치일 뿐 아니라 지난 7월 고점 대비 40% 가까이 하락한 것이다.
 
앞서 지난 8일(현지시간)에도 WTI와 브렌트유는  4% 넘는 가파른 하락세를 보인 바 있다.
 
그러나 하루 뒤인 9일 유가가 바닥을 찍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트레이더들이 저가 매수에 나서며 1%대의 반응이 나오기도 했지만 하루 만에 다시금 반락했다.
 
지난달 WTI와 브렌트유는 각각 17.87%, 18.40% 급락했다.
 
◇최근 6개월 美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추이(자료=investing.com)
 
◇OPEC 내년 원유 수요 하향 조정·美 원유 재고 급증이 원인

이날 국제 유가 폭락의 주요 원인으로는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내년 석유 수요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것을 꼽을 수 있다.
 
이날 OPEC은 내년 석유 수요가 하루 평균 2890만배럴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이와 같은 수치는 최근 OPEC가 유지하기로 한 회원국 전체 생산량과 올해 평균 생산량 2940만배럴을 모두 밑도는 수준으로 1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기도 하다.
 
OPEC은 내년 원유 수요 전망치를 낮춘 이유로 유럽과 아시아의 수요 감소와 셰일오일 공급 증가를 꼽았다.
 
실제로 최근 유럽에서는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고 아시아 역시 중국과 일본의 경제가 눈에 띄게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경기 둔화로 에너지 수요도 줄어들 것이라는 평가다. 
 
아울러 미국의 주간 원유재고 발표 역시 유가 하락을 부추겼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 5일로 끝난 주간의 미 원유재고가 150만배럴 늘어난 3억8080만배럴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문가 예상이였던 270만배럴 감소를 큰 폭으로 웃도는 것이다.
 
이와 함께 발표된 주간 휘발유 재고 역시 820만배럴 급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전문가 예상치였던 220만배럴 증가를 큰 폭으로 웃돌았을 뿐 아니라 2001년 9월21일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이 밖에 이날 알리 빈 이브라함 알나이미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의 발언 역시 유가에 충격으로 작용했다.
 
이날 알나이미 석유장관은 페루 수도 리마에서 열린 UN 기후변화협약 콘퍼런스에 참석한 자리에서 기자들이 감산 가능성에 대해 묻자 "왜 우리가 석유를 감산하느냐"며 감산 가능성을 일축했다.
 
알나이미 장관은 "여러분은 자본주의 국가에서 왔으니 시장 논리를 잘 알 것"이라며 "모든 원자재 가격은 시장의 논리대로 오르고 내리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유가 바닥은 어디?"40달러까지 떨어질 수도"
 
다수의 전문가들은 유가 하락이 장기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공급 우위 장세가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수요는 오히려 줄어들 것으로 보이고 원유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기를 원하는 사우디아라비아가 감산을 단행할 가능성도 거의 희박하기 때문이다. 
 
앤드류 리포우 리포우오일어소시에이츠 대표는 "공급 과잉으로 WTI 가격은 60달러 밑으로 떨어질 것"이라며 "유가 하락에도 OPEC 회원국들은 생산을 늘리고 반면 전 세계 소비는 줄어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역시 원유 가격이 배럴당 50달러까지 떨어질 것이라며 OPEC의 존재가 의미 없다고 평가했다.
 
프란시스코 블란치 BoA 원자재 담당 책임자는 "OPEC은 지난번 회의에서 가격을 안정시키는 것을 실패함으로써 사실상 그들의 존재는 의미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그 결과는 엄청난 것으로 여파는 상당기간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한 이란 석유부 관리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4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진 맥길런 트레디션 에너지 선임 전략가는 "시장은 바닥을 찾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바닥이 보이지 않고 있다"며 "하락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가 급락에 따라 나라와 기업별 희비도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BoA는 현재의 석유 가격으로는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업체 가운데 15곳은 손실을 보고 만약 가격이 55달러 밑으로 더 떨어진다면 절반 이상 업체는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미국 코노코필립스와 컨티넨탈 리소시즈 등 에너지 기업들은 설비 투자를 축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함께 베네수엘라, 이란, 러시아와 같이 석유 수출에 경제 의존도가 큰 나라들과 기업들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소비 관련 기업들은 유가 하락에 따른 단기적 이익을 볼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또한 소비에 크게 좌지우지되는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수혜를 볼 수도 있다는 평가다. 
 
다만 다수의 전문가들은 유가 하락은 궁극적으로 세계 경기 둔화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단기적 호재가 된다 해도 기뻐할 수만은 없는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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