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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기자입니다.
(눈감고귀닫은정부)③국정운영 비공개..밀실정부

2014-12-18 15:23

조회수 : 4,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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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방글아·최병호기자] 정부가 국민과 소통 채널을 열지 않아 불통에 빠진 것은 단순히 대통령의 성향이나 세종청사의 여건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불통에 따른 부작용이 생각만큼 단순하지 않다는 점이다. 박근혜정부의 몇가지 지표와 사고들은 불통정부의 문제가 무엇인지, 그로 인해 정책효과가 어떻게 왜곡되는지 보여준다.
 
정부 회의록 비공개..국정 추진현황 깜깜이
 
박근혜정부는 공공정보를 국민에 공개해 소통형 정부를 지향하는 '정부3.0' 기조를 내세웠다. 이에 행정자치부는 지난해 약 31만건, 올해 12월까지는 4억9000만건의 공공정보를 공개하겠다고 밝혔으며, 지난해 정보공개청구에 따른 공개율은 96%까지 늘었다.
 
그러나 기상, 교통, 지리 등에 관한 정보는 공개했으나 국정 운영과 국가 사무에 관한 정보, 정부가 여는 각종 주요 정부회의의 회의록과 자료는 제대로 공개되지 않고 있다.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박근혜 대통령(사진=청와대)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주재하는 국무회의만 봐도 회의 중 발언을 다룬 속기록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국무회의 중 대통령과 국무위원의 발언은 국익에 관련돼 비공개로 처리한다고 해도 회의 때마다 평균 40~50개 이상 처리되는 안건 역시 공개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현행 국무회의 규정에는 회의 안건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없다. 행자부와 문체부 관계자는 "국무회의 속기록은 청와대에서 대통령기록물로 관리해 처리한다"며 "국무회의 안건은 비공개는 아니지만 통합해서 공개·제공하는 서비스는 없다"고 말했다.
 
국무회의가 이렇다 보니 다른 정부부처 회의 역시 회의록과 안건을 공개하지 않는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2019년까지 국민연금의 해외투자를 25% 이상 늘리는 내용을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논의했고, 국무총리실은 유치원 등 보육시설 평가체계를 개선하는 내용의 유보통합추진위원회를 열었으나 정작 회의록은 모두 비공개 처리했다.
 
현재 17부 5처 정부 기관이 여는 회의는 80여개인데 자체적으로 자료를 개방한 곳은 한 곳도 없다. '정보공개법'과 '공공기록물관리에관한법률'에는 국가 안보와 기업 경영에 불리하거나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할 우려가 있을 때만 정보를 비공개하도록 됐다.
 
하지만 회의록과 정보공개를 꺼리는 박근혜정부의 모습은 투명하고 소통하는 정부를 지향한다는 구호와 달리 불통정부를 넘어 밀실정부를 향해 가고 있는 셈이다.

◇국감자료 사전검열 논란은 단순 해프닝?
 
국정운영 관련된 정보공개를 꺼리는 정부의 모습은 자칫 정권에 불리한 소식은 숨기고 국정 성과가 있는 정보만 공개하겠다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실제로 이를 잘 드러내는 일이 올해 국정감사에서 벌어졌다. 산업통상자원부의 국감자료 사전검열 논란이다.
 
논란은 산업부의 한 과(課)가 산하 공공기관에 '장관님 지시사항: 의원 요구자료 처리지침'이라는 문건을 하달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시작됐다. 문건은 공공기관이 국회에 국감자료를 제출하기 전 산업부 확인을 받도록 공지한 것인데, 일부 요구자료는 이미 공개된 사항 위주로 작성하고 필요없이 상세히 작성하는 것 자제하라고 내용도 명시됐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장관님 지시사항 : 의원 요구자료 처리지침'(사진=정의당 김제남 의원실)
 
야당은 정부가 조직적으로 국감을 방해했다며 비난했다. 심지어 부처의 책임자인 장관의 사전 지시 없이는 생길 수 없는 일이라며 윤상직 산업부 장관의 사퇴까지 요구했다.
 
당시 사건은 윤 장관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에 따라 단순 해프닝으로 넘어갔다. 그러나 대통령과 정부가 국민과 의사소통에 소극적이고 주요 국정운영까지 비공개로 처리하는 경향이 짙어지는 상황에서는 그때의 논란을 해프닝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중 FTA 정보공개 요구 나선 민변..불통 자초한 정부 탓 커
 
박근혜정부 들어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서 'FTA 네트워크 확대'를 공언한 만큼 최근 들어 한-중 FTA가 타결됐고, 영연방 3개국 FTA(호주, 캐나다, 뉴질랜드)까지 가까운 시일에 발효를 앞두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달 초 '민주화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이 한-중FTA 협상의 구체적 내용을 공개하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민변 국제통상위원회 소속 노주희 변호사는 "정부는 한-중 FTA와 관련해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도 협정 내용을 알리지 않는 등 한-중 FTA 협정 중 일부만 공개했다"며 "졸속으로 추진한 한-중 FTA의 '상품 양허안'을 공개하라"고 주장했다.
 
한-중 FTA는 농업부문에서 특히 경쟁력을 가진 중국과의 FTA므로 다른 FTA와는 비교할 수 없는 파급력을 지니므로 정보를 공개하고 국민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화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 1일 서울중앙지법 기자실에서 한-중 FTA 협상 정보공개를 요구하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
 
가서명 전 협상 내용을 공개할 수 없도록 해둔 국제 통상협정 절차상 민변의 주장이 다소 억지스럽기는 하지만 여기에 정부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중 FTA의 필요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고 FTA 타결에 따른 국내 경제영향분석도 부실하게 진행하는 등 국민과 충분히 소통하지 않은 것이 진짜 원인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다른 경제정책도 마찬가지다. 국가미래연구원이 2040세대 1000명에 벌인 조사를 보면 국민들은 박근혜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기대도 낮고 평가도 부정적이었다.
 
2040세대는 지난 7월 출범한 최경환 경제팀의 경제정책에 대해 56.0%는 '모르고 있다(전혀 + 별로 알지 못하는 편)'고 응답했으며, 부동산시장 활성화와 재정확장 정책 등 내수 활성화 정책에 대해서는 79.9%가 '성과가 없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에 대해 국가미래연구원 관계자는 "출범 2년째인 박근혜정부의 정책에 대한 체감도와 평가는 부정적인 반응이 다수"라며 "정부가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제시하고 소통을 늘려 체감도를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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