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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훈

넥슨-엔씨소프트 '경영권 분쟁' 격랑 속으로

2015-02-06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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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동훈기자] 국내 최대 게임사 넥슨이 엔씨소프트(036570)에 자사가 추천한 이사를 선임하라고 요구하는 등 경영 참여 계획을 구체화했다. 아울러 넥슨은 오는 10일까지 명확한 답변을 내놓으라고 엔씨를 압박했다. 이에 엔씨는 "일방적이고 과도한 경영 간섭"이라며 반발했다. 지난달 27일 넥슨이 엔씨 지분 보유 목적을 '경영참가'로 변경한 이후 양사의 경영권 분쟁 수위가 최고조에 달했다.
 
◇넥슨 "이사 선임권 요구·게임은 '이렇게' 만들라..2월10일까지 응답하라"
 
넥슨은 6일 엔씨를 대상으로 '주주총회 안건에 대한 주주제안 및 기업·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요청사항'이라는 제목의 주주 제안서를 오웬 마호니 넥슨재팬 대표 명의로 지난 3일 발송했다고 밝혔다. 이 주주제안서는 엔씨의 정기주총이 열리기 6주 전까지 보내야 하는 정식 '주주 제안'은 아니었다.
 
넥슨은 제안서에서 "엔씨의 지분 15.08%를 보유해 최대주주인 넥슨은 지난 2012년 6월 이후 31개월간 엔씨에 투자하고 있으나, 엔씨는 온라인 게임이 PC에서 모바일로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했고, 글로벌 시장, 특히 중국 시장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해 주가도 약세를 기록해왔다"며 경영권 참여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따라 넥슨은 ▲김택진 엔씨 대표를 제외한 이사 선임권 ▲실질주주명부 열람·등사권 ▲전자투표제 도입 ▲넥슨 또는 제3자와의 협업 강화 ▲엔씨타워 등 비영업용 투자 부동산 처분 ▲자사주 매입과 소각·배당 ▲보유 자사주 소각 등의 안건을 올해 3월 말 개최될 예정인 엔씨의 정기주주총회의 목적사항으로 해달라고 요구했다. 넥슨은 또 엔씨가 주총 소집 관련 통지나 공고를 할 때 이들 안건을 포함시키고, 이를 주총에서 설명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다. 
 
안건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넥슨은 엔씨가 김택진 엔씨 대표 외 이사의 경우 자사가 추천한 이사를 선임할 것을 요구했다. 또 김택진 대표 외 이사가 사임하거나 새롭게 선임하는 경우 알려달라고 했다. 올 3월로 임기가 끝나는 김 대표보다는 현 이사진 교체에 대한 압박 카드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주주의 이름과 주소, 주식 수 등의 정보가 담긴 '실질주주명부'를 열람하고 등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하고, 전자 투표제도 요구했다. 
 
외부 업체와의 협업을 강화해 수익 기회를 창출하라고도 했다. 넥슨은 "엔씨와 지난해부터 논의 중이었던 'MXM 프로젝트'(가칭, 슈팅액션게임)의 경우 넥슨이 채널링 서비스를 하고 넥슨의 유명 캐릭터도 엔씨 게임에 활용하면 고객 만족도를 높여 게임의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구체적 예시까지 제시했다.
 
엔씨타워 등 비영업용 투자 부동산의 처분 또한 요구했다. 넥슨은 "엔씨의 투자 부동산의 장부 가치는 2442억원, 공정 가치는 3215억원에 달해 이 회사 연결재무제표 상 전체 자산의 15.1%를 차지한다"며 "서울 삼성동 경암빌딩, 엔씨타워와 관련 토지를 매각하고 이를 통해 개선된 수익을 적극적으로 영업 활동에 재투자하고 수익 일부는 주주에게 환원하라"고 제안했다.
 
아울러 지속적인 자사주 매입과 소각 프로그램의 운영 또는 배당률 상향을 요구하고, 엔씨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 8.9%를 소각하라고 했다. 이밖에도 김택진 대표의 특수 관계인 중 비등기 임원으로 재직하고 있는 사람 가운데 5억원 이상의 연간 보수를 받은 경우 보수 내역과 산정 기준을 공개하라고 했다. 이 때문에 김택진 대표의 부인이자 최근 승진한 윤송이 엔씨 사장 등의 경영권을 압박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넥슨 관계자는 "특정인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투명한 정보 공개를 청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넥슨은 "이사 선임권과 실질주주명부의 열람권, 전자투표제 도입에 대한 입장을 오는 10일까지 명확하게 서면으로 회신하지 않으면 거절한 것으로 이해하고 필요한 절차를 밟아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세 가지 외 다른 안건에 대해서는 충분한 검토 이후 의견을 제시해달라고 넥슨은 덧붙였다. 엔씨 관계자는 "이사 선임권과 실질주주명부 열람권, 전자 투표제 도입 등은 법적으로 주주의 권리이기 때문에 나머지와 구분해서 요구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넥슨 측은 "엔씨는 개발 기간이 긴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을 중심으로 자체 개발 게임을 주력으로 하고 있어 단기적인 실적 변동성이 높을 수 있다는 점과 이로 인한 주가 변동성도 높을 수밖에 없는 부분도 이해한다"면서도 "그러나 엔씨는 충분한 인적 재무적 자원을 보유하고 있어 향후 외부업체와의 협업 강화를 통한 수익 기회 창출,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한 시장변화 대응 등으로 기업·주주가치가 제고되고, 단기적 실적 변동성도 극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뉴스토마토)
 
◇엔씨 "1대 주주만을 위한 사업 할 순 없어"
 
엔씨는 그러나 "넥슨재팬의 일방적이고 과도한 경영 간섭"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엔씨는 이날 "최근 양사가 경영진과의 대화 채널을 다시 가동하는 가운데 나온 넥슨재팬의 일방적인 경영 의견 제시는 시장의 신뢰와 대화의 실효성을 떨어뜨릴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또 "넥슨재팬의 일방적이고 과도한 경영 간섭에도 불구하고 주주가치 훼손과 한국 게임산업의 경쟁력 약화라는 최악의 상황에 귀결되지 않도록 흔들림 없이 현재의 경영 활동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법과 원칙, 고객과 모든 주주의 가치를 최우선시하는 경영철학에 따라 넥슨의 의견의 적정성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엔씨 관계자는 "투자 부동산의 경우 연간 수익률이 6%에 달하는 안전 자산으로, 4~5년가량 장기간 개발되는 게임 사업의 버팀목이 된 수익 모델"이라며 "이런 자산 등을 전부 매각하라고 하고, 1대 주주만을 위한 게임 사업을 하라니 당혹스럽다"고 우려했다.
 
이어 "큰 버팀목인 현금성 자산이 사라지면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6개 MMORPG를 잇따라 성공시킨 회사의 미래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라며 "3000명에 달하는 직원, 그리고 최대주주 외 85%의 주주, 기업 가치 제고 등을 기준으로 판단한 결과를 10일까지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넥슨과 엔씨의 경영권 분쟁은 김택진 대표와 김정주 NXC(넥슨 지주회사) 회장의 대결이자, 정체성이 다른 국내 대표 게임 업체 간의 갈등이라는 점에서 우려감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엔씨의 한 관계자는 "외국 투기자본처럼 M&A한 뒤 알짜 자본을 다 팔고 나가려는 행태에서 우려되는 측면이 있다"며 "넥슨이 이번에 구체적인 게임 서비스 방안도 제시했으나, 엔씨의 주가가 오르면 투자금을 회수해 엑시트(exit)할 가능성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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