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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원

(토마토인터뷰) "PF는 기업금융의 미래"

국내 PF 1세대..공세일 산은 PF실장

2009-07-0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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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박성원기자]지난 2000년 11월 인천공항고속도로가 개통됐다. 1995년 12월 첫삽을 뜬 지 5년 만이다. 인천공항고속도로는 국내 최초로 프로젝트 파이낸싱(PF)방식을 통해 건설됐다. 공세일 산업은행 PF 실장은 이를 두고 "옥동자가 태어났다"고 했다.

 

국내 PF금융의 '1세대'인 공 실장은 산은은 물론 금융권 전체에서도 손꼽히는 PF전문가다. 1994년 이후 지금까지 줄곧 PF업무를 맡아왔다. 그만큼 애정도 깊다. 그는 "한국경제가 성장하고 기업의 해외진출이 활발해질수록 PF시장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공 실장은 또 "정부가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으로 제시한 '녹색성장' 시대를 맞아 PF금융의 역할이 중요해졌다"며 "특히 신재생에너지 등 에너지사업 분야는 PF와 '찰떡궁합'"이라고 말했다. PF가 사업성에 기초한 금융기법인 만큼, 수요가 마르지 않는 에너지사업을 바탕으로 PF시장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PF는 (기업금융의) 미래"라며 "3년 뒤에는 산은을 PF분야 아시아 넘버원, 글로벌 톱텐(Top 10)의 지위에 올려놓겠다"고 강조했다.

 

- PF란 어떤 금융기법인가.

 

▲ PF는 프로젝트 자체에서 창출되는 캐시플로(cash-flow)를 담보로 하는 금융이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려면 가계든 기업이든 기본적으로 부동산 담보를 제공하고, 그 범위 내에서 돈을 빌려야 한다. 하지만  PF는 프로젝트의 사업성에 기초한 금융이기 때문에 그런 담보가 전혀 필요없다. 기존의 금융 프레임과는 전혀 다른 형태다.

 

- 최근 산업용 가스공장 건설사업에 PF를 접목시켰다. 제조플랜트 분야에 PF가 도입된 국내 첫 사례다. '최초'였던 만큼 나름대로 어려운 점이 있었을 텐데.

 

▲ 처음하는 일이란 게 다 어렵지 않나. 1990년대 중반, 국내에 PF를 처음 소개할 때도 그랬다. 정부관계자, 사업자, 금융기관들이 PF에 대해 잘 몰랐다. 이것저것 알려주면서 일을 추진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제조플랜트 PF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자기가 잘하는 분야에 집중하면 책임을 최소화할 수 있고, 금융권 입장에서는 부동산 담보대출보다 훨씬 안정적인 캐시플로를 향유할 수 있다는 걸 이해시킨 뒤에야 약정이 체결됐다. 

 

- 사실상 국내 PF금융의 1세대다. 어떤 인연으로 PF분야에 집중하게 됐나.

 

▲ 지난 1994년 당시, 장기기업금융 또는 사업성 검토에 기초한 금융을 하는 곳은 산업은행이 유일했다. 당시 PF실에 있으면서 전문성을 인정받았고 강사로도 자주 나섰다.

 

같은 해 '사회간접자본시설에 대한 민자유치촉진법'이 생겼다. 고속도로 건설이 첫번째 사업이었다. 고속도로는 완성되는 순간 국가소유가 된다. 제공할 수 있는 담보가 하나도 없다. 하지만 금융권에서 빌려야 할 돈은 무려 1조3000억에 달했다. 그런 대규모 자금을 담보 없이 빌릴 수 있는 방법은 PF뿐이다. 이후에 개발에 착수해서 드디어 '옥동자'를 만들었다.

 

- 옥동자라...

 

▲ 인천공항고속도로다. 자동차로 그 도로를 처음 달릴 때 느꼈던 감회는 지금도 잊을 수 없다.

 

- 아직까지 국내에서 PF를 통한 자금조달은 선진국에 비해 규모가 작다는 평가가 있다. 외국의 PF금융은 어떤 식으로 이뤄지고 있나.

 

▲ 해외시장도 1990년대 중반까지는 시장규모가 작았다. 그때는 동남아시아나 중남미가 전세계 성장엔진 역할을 했는데, 경제성장이 급격히 진행되면 인프라나 전력이 부족해질 수밖에 없다. 자연스럽게 선진국 자본이 유입되며 PF시장이 커졌다.

 

전 세계 PF시장 현황을 보면 인프라, 발전에너지, 제조플랜트가 각각 1/3씩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2007년 현재, PF시장 규모가 세계 14위 수준이다. 우리나라 경제규모에 비해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다. 특히 인프라 분야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규모다. 결코 시장이 작다고 할 수 없다.   

 

- 지난해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PF에 대한 부실우려가 커지면서 국내 은행들의 건전성 문제가 큰 이슈로 떠오른 적이 있다. 근본적인 원인은 어디에 있나.

 

▲ 일단 부동산 PF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켜야 한다. PF는 개별 프로젝트 사업성의 캐시플로에 기초한 금융이다. 하지만 그동안 국내 부동산 PF는 건설사나 시공사의 신용도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형태였다. 전통적인 PF와는 완전히 다르다. 따라서 사업자의 신용도가 급격히 나빠지거나 개별 기업의 부동산 관련 채무를 파악하지 않을 경우 부실이 급격히 불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이미 잘 알려져있다시피, 시중은행들은 단기실적평가 때문에 굉장히 많은 압박을 받는다. 지난 몇 년간 부동산 쪽이 수익성이 좋지 않았나. 결국 여기에 올인했다가 어려움에 봉착한 것이다. 

 

- 최근 정부가 녹색성장을 표방하면서 다양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녹색성장이라는 패러다임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만들려면 인프라 구축이 중요할 텐데, 녹색성장 분야의 PF 역할론은?

 

▲ 할 일이 많다. 특히 PF는 탄소배출권이나 신재생에너지 등 에너지사업과 '찰떡궁합'이다. 최근 PF분야에서는 신재생에너지 부문이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에너지 산업은 수요위험이 없는 게 특징이다. 항상 팔 곳이 있는 얘기다. 화석연료를 쓰든 태양열이나 풍력 등 친환경에너지를 쓰든 마찬가지다. 신재생에너지 분야는 PF의 이면이다.

 

- 향후 PF의 청사진은?

 

▲ PF시장은 잠재력이 매우 크다. 최근에는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화되면서 해외로 많이 진출하고 있다. 이럴 경우, 예전에는 국내 본사가 보증을 서서 금융을 일으켰다. 그러나 이같은 방법에는 한계가 있다. 사업규모가 커지면 자금조달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현지법이 우리와 다르기 때문에, 국내처럼 담보를 통해 돈을 끌어오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자연스럽게 PF가 대안으로 떠오른다. 한국 경제가 성장하고 기업의 해외진출이 활발해질수록 PF시장은 커질 수 밖에 없다.

 

- PF의 역할이나 의미, 한 단어로 압축표현이 가능한가. 가령 "PF는 OO다.."

 

▲ PF는 '미래'다. 앞으로 제조업 분야에도 PF가 확산되면 기존의 금융 프레임이 상당히 뒤바뀔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금융은 1950년대의 고전적인 방식에서 탈피하지 못했다. 지금의 기업금융은 은행 입장을 고려한 방식에 불과하다. 고객 입장은 반영돼있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PF는 '맞춤양복'과 비슷하다. 언젠가 경기가 풀리면 대규모 투자가 일어날 텐데 자기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원하는 사업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금융기법이 바로 PF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 공세일 산업은행 PF실장

 

▲ 보성고등학교 졸업(`74) ▲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과 졸업 (`79) ▲ KDI국제정책대학원 졸업(`99) ▲ 산업은행 입행(`79) ▲ 산은 프로젝트파이낸스 담당 (`94~현재) ▲정부 민자사업 자문·평가위원, SOC민자사업 금융자문·주선

 

뉴스토마토 박성원 기자 wan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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