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이종용

yong@etomato.com

금융현장의 목소리를 전하겠습니다
은행들, ISA 수익률 높이기 골몰

초반 고객유치전 증권사에 압승…"3개월 후 수익률 안나오면 모래성"

2016-03-17 15:42

조회수 : 5,834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만능 통장'으로 불리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유치에 혈안이었던 은행들이 수익률을 높이는데 골몰하고 있다. 앞으로 3개월 후 금융사별 ISA 수익률이 첫 공개될 때 수익률이 좋지 않으면 고객 대이탈이 불가피, 초반 고객유치실적은 말그대로 거대한 모래성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 증권사 등 금융사들이 지난 14일부터 ISA를 판매하고 있는 가운데 은행을 찾은 고객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지난 15일 기준으로 ISA 상품에 가입한 고객 수는 총 11만1428명, 가입 금액은 1630억원이다. 이 가운데 증권사 가입자수는 1만7776명, 은행은 41만6561명이며 판매 금액은 각각 497억6만원과 1132억원 수준이다. 판매 초반의 고객유치 경쟁은 사실상 은행의 완승이었다.
 
하지만 은행들은 스스로 판정승을 내리기엔 아직 이르다는 입장이다.  은행과 증권사의 ISA 첫 수익률이 공개되는 3개월 후의 고객 이동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익률이 제대로 나오지 않으면 시행 초기 발길을 붙잡은 고객들 모두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타 금융사에 뒤쳐지지 않은 수준의 가입규모를 지키기 위해 판촉활동을 진행하기도 했다"며 "시행 초기에는 지점망의 경쟁력 등으로 차이가 날 수 있지만 점차 수익률을 기반으로 한 상품 경쟁력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일임형 ISA의 경우 금융사의 운용 실력에 따라 우열이 확연히 갈릴 수밖에 없어 고객들의 금융회사 갈아타기가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증권사들만 일임형 ISA 상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은행들은 다음달 중순쯤 일임형을 내놓을 전망이다.
 
수익률 제고의 일환으로 일부 시중은행들은 저축은행과 손잡고 ISA 판매에 나섰다.
 
우리은행(000030)은 SBI저축은행 등 5개사의 예금 상품을 자사 ISA에 편입해 판매하고 있으며, 기업은행(024110)과 신한은행 ISA에는 각각 저축은행 1개사 상품이 포함됐다. 농협은행의 경우 상대적으로 이자가 높은 지역 농축협 정기예탁금을 담고 있다.
 
이들 은행이 저축은행 예·적금 상품을 ISA에 편입해 판매에 나선 이유는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저축은행의 고금리 상품으로 고객 유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계열사 상품 편입 금지 조항으로 인해 자사 예금이나 같은 계열사의 저축은행 예금을 함께 구성할 수 없다.
 
하지만 다른 대형은행들은 저축은행 예금 편입에 부정적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굳이  2금융이나 3금융 상품을 상품 포트폴리오에 추가한다는 것은 대외 신뢰도 차원에서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대신에 금융지주사 산하의 전 계열사 역량을 총동원하겠다는 전략이다. 
 
국민은행은 일임형 ISA 운용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TFT를 꾸렸으며 KB금융(105560)지주의 자산관리전략위원회가 전체 판매 상품는 물론 수익률 목표도 점검한다. 또 수수료는 낮추고 수익성은 높인 로보어드바이저 전용 일임형 ISA 출시도 검토 중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신탁형 상품에는 저축은행 상품 편입을 추진중"이라고 설명했다.
 
KEB하나은행 역시 하나금융지주(086790) 내에 마케팅, 영업, 상품 및 신탁 전문가들로 구성된 TFT를 꾸렸다. 같은 계열의 은행과 증권사가 공동 상품 개발에 나서는 동시에 다른 증권사의 상품군도 포함시킨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앞으로 ISA의 금융사간 이동이 허용될 경우 가입자들이 만기 전에 금융회사를 갈아탈 수 있게 되기 때문에 수익률 경쟁이 더욱 본격화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이미 시행 중인 연금저축 계좌 이전 제도를 ISA에 준용하는 방안을 논의중이다.
 
현재 연금저축 계좌를 옮기려는 고객은 신규 가입 금융회사를 방문하면 기존 계좌 해지와 새 계좌 개설을 한번에 마무리지을 수 있다. 이런 식으로 ISA 이전을 희망하는 고객들도 기존 계좌의 투자 상품을 해지하고 새 계좌로 옮길 수 있게 된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일임형 상품은 은행이나 증권사의 노하우를 담은 상품 포트폴리오를 짜기 때문에 투자 성과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며 "금융감독원에 일임형 상품 승인 신청을 넣은 상태이며, 수익률 중심의 상품을 어떻게 담을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5일 서울 한 은행의 영업점을 방문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가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이종용

금융현장의 목소리를 전하겠습니다

  • 뉴스카페
  • email
  • fac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