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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표

(초점) 은행 실적 개선이 반갑지 않은 이유

예대마진에 일회성 이익만 늘어

2010-03-30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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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황인표기자] 이자 마진과 일회성 이익이 커지면서 시중은행 1분기 순익이 전분기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여전히 예대마진에만 기대는 수익구조, 저신용자에 대한 배려 부족 등 부족한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 예대마진 격차 2008년 11월 이후 최대차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1분기에 KB금융(105560) 4500억원, 우리금융(053000) 5000억원, 신한지주(055550) 4000억원, 하나금융지주(086790)는 3000억원 가량 순익을 낼 것으로 전망됐다.
 
전분기인 지난해 4분기 우리금융은 1500억원 순익을 냈으니 3배 이상, KB금융은 178억원 순익에 불과했으니 무려 25배 이상 순익이 급증한 셈이다.
 
기저효과도 무시할 수 없지만 은행 순익 급증의 배경에는 이자 마진 개선과 일회성 이익이 있다는 게 공통된 시각이다.
 
지난 2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월말 잔액 기준 예대금리차는 2.76%로 2008년 11월 2.89%이후 최대치를 보였다. 예금과 대출간 금리차인 예대금리가 크게 벌어질수록 은행은 소위 '이자놀이'를 통해 손쉽게 수익을 낼 수 있다.
 
여기에 지난 연말 특판 예금으로 배가 두둑해진 은행들이 3월 들어 1%포인트 이상 예금금리를 낮추면서 예대금리차는 지금보다 훨씬 더 벌어질 전망이다.
 
지난 16일 하이닉스 주식 매각도 쏠쏠한 이익을 안겨줬다. 우리은행은 2070억원, 신한은행은 1550억원을 챙겼다. 여기에 금호그룹 사태에 따른 대손충당금 부담도 사라지면서 '곳간'에 돈을 쌓아둘 필요도 없어졌다. 5월로 예정된 삼성생명 상장까지 이뤄지면 은행들로선 겹경사가 따로 없다.
 
◇ 경직된 순익구조, 저신용자 대출 외면
 
하지만 은행 순익구조가 여전히 경직돼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예대마진에만 기대면 '손짚고 헤엄치기'식 영업이 반복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시중은행 기업 여신 담당 한 임원은 "기업 구조조정 관련 리스크가 아직 남았지만 경기가 회복되면서 자연스레 순익이 커진 측면이 있다"며 "일회성 이익이 없었다면 결국 이자 수익에만 기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9년 이시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의 '국내 은행의 수익성 현황과 과제'에 따르면 "국내 은행은 선진국 은행에 비해 개인고객 대상 수수료나 투자은행 수수료가 미미하다"며 "적절한 수수료 이익의 확보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여기서 수수료란 펀드 판매와 같은 은행의 비이자 부문을 말한다. 예대마진 외에 외환거래, 국제 투자, 상품 개발 등을 통한 수익 구조 다변화가 절실하단 얘기다.
 
순익은 커졌지만 덩치만큼 저신용자대출 등 사회적 책임에 인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9일 한국신용정보에 따르면 작년 신규 가계 대출 중 4분의 1을 저축은행 카드 · 캐피털 대부업체 등 제2금융권이 담당했다. 금융위기와 경기침체 등 비가 쏟아지자 은행들이 신용 대출을 꺼리는 등 '우산'을 걷어가 버린 탓이다.
 
이에 반해 희망홀씨 대출 등 서민 금융 지원에는 인색한 게 시중은행의 현실이다.
 
최근 은행권 자금이 넘쳐 영업점 직원에게 '직장인 신용대출' 등을 독려하는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지난 1월말 기준 시중은행별 희망홀씨 대출 실적을 보면 농협 5612억원, 기업은행 2509억원, 우리은행 1883억원인 반면, 국민은행 1859억원, 신한은행 508억원, 하나은행 299억원으로 국책은행과 시중은행 간 격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들은 "저신용자의 경우 연체율이 높다"는 이유로 신용대출을 꺼리지만 은행권에 따르면 저신용자 연체율은 평균 1%대 초반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은행, 하나은행 연체율이 1% 후반대로 높을 뿐 우리은행, 신한은행은 각각 0.5%, 0.6%로 신용등급이 우수한 고객과 큰 차이가 없었다.
 
뉴스토마토 황인표 기자 hwangi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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