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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영

"지소미아 재검토" 압박에도 간극만 확인한 한일 외교장관 회담

강경화 "백색국가 배제땐 한일 안보의 틀 검토할 수밖에"…2일 일본 각의 후 한미일 회담

2019-08-01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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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일본 정부가 한국을 수출허가 신청 면제대상(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2일 각료회의(각의)를 하루 앞두고 열린 한일 외교장관 회담이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났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가 결정될 경우 "우리도 여러 가지 한일 안보의 틀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외교부에 따르면 강 장관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1일(현지시간) 태국 방콕 센타라 그랜드호텔에서 만나 일본 정부의 '화이트리스트 한국 제외조치' 등을 두고 양자 회담을 했지만 입장차이를 확인하는 데 그쳤다. 회담은 우리 측에서 김정한 외교부 아시아태평양 국장, 일본 측에서 가나스기 겐지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과 양국 통역만 배석한 채 55분간 진행됐다.
 
외교부 당국자는 회담 후 기자들을 만나 "양측 간 간극이 상당했다"고 전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강 장관은 기존 수출규제 문제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으며 특히 화이트리스트 제외조치를 보류·중단해줄 것을 강하게 촉구했다.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할 경우 양국 관계가 훨씬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의 메시지도 전달했다.
 
그럼에도 외교부 당국자는 "일본 측 반응에는 큰 변화가 있지 않았다"고 말해 고노 외상은 화이트리스트 제외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 대신 기존 입장을 반복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의 일제강점기 강제노동 피해자 배상판결은 국제법과 같은 효력을 지닌 한일 청구권협정에 위배되는 것으로 한국이 이를 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일 외교장관 회담이 양국관계 파국을 막기 위한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라던 전망이 무색한 결과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측이 한일갈등 중재를 위해 협상 기간 동안 분쟁을 일단 멈추는 소위 '분쟁 중지협정'에 합의할 것을 양측에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일본에는 화이트리스트 제외 등 추가적인 수출규제 강화조치를 진행하지 않을 것을, 한국에는 압류한 일본기업 자산을 매각하지 않을 것을 각각 촉구하고 한미일 3국이 수출규제 관련 협의의 틀을 만드는 방안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도 흘러나왔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도 이날 <tbs> 인터뷰에서 "한미일 공조를 강화시키는 데 전념하고 있다"며 "양국이 친밀한 관계를 바탕으로 민감한 문제들을 해결하기를 바란다. 이를 돕기 위해 미국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정부 중재설에 일본 정부가 '사실무근'이라는 반응을 보인 것과 별개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중 한일,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을 기회로 출구전략을 찾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지만 결국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참여하는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은 일본 각의가 끝난 2일 오후에 예정돼 있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한국 배제' 조치를 제어하는 것이 아닌, 이후 상황을 관리하는 차원의 회담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일본이 백색국가 배제 조치를 강행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면서 "현재로서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응해 우리 정부가 결국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중단을 검토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소미아는 특정 국가가 군사 기밀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협정으로 우리 정부는 일본과 지난 2016년 체결했다. 기한 만료 90일 전까지 서면으로 협정 종료 의사를 통보하지 않으면 1년씩 자동 연장되며 올해 한일 지소미아 종료 통보시한은 이달 24일이다.
 
당초 우리 정부는 한일 갈등에도 불구하고 지소미아 유지 방침을 밝혀왔으나 최근 들어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식으로 기류가 바뀌었다. 강 장관이 한일 외교장관 회담 후 지소미아 유지여부 관련 질문을 받자 "일본의 수출규제가 안보상의 이유로 취해진 것이며 우리도 여러 가지 한일 안보의 틀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밝힌 것도 이를 염두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강 장관은 지난달 3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일부 외통위원들이 지소미아 파기 필요성을 제기하자 "지금으로서는 유지한다는 입장이지만 여러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한 바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오른쪽)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1일 오전 태국 센타라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양자회담 전 악수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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