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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훈

(인터뷰)싱어송라이터 옐이 들려주고 싶은 노래

피에스타 혜미, 싱어송라이터 옐로 새출발

2019-09-14 09:00

조회수 : 3,0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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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유지훈 기자] 대부분의 아이돌 그룹은 소속사와 계약 종료 후 각자 꿈꿔왔던 활동을 시작한다. 누군가는 솔로 뮤지션으로서 무대에 서고, 누군가는 연기자로 활동 2막을 열며, 누군가는 예능프로그램을 종횡무진 한다. 혜미는 피에스타 활동이 끝난 후 녹음실로 향했다.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자신만의 멜로디가 맴돌았기 때문이다.
 
(YEL)은 혜미가 싱어송라이터가 되기로 결심하고 지은 자신의 새로운 활동명이다. ‘소리치다라는 뜻을 가진 영어 단어 YELL에서 따왔다. 노래 속 옐은 소리치는 대신 조용히 읊조리며 자신만의 분위기에 리스너를 빠져들게 만든다. 무대 위에서 화려한 퍼포먼스를 보여줬던 그에게서 상상하기 어려웠던 새로운 매력이다.
 
“‘소리치다라는 의미도 있지만 그 말 자체가 뭔가 마음에 들었어요. 혜미라는 이름은 보자마자 여자라는 걸 알 수 있잖아요. 저는 뭔가 래퍼스러운 이름을 생각해왔던 것 같아요. 지금은 옐이라는 사람의 음악을 듣고 목소리 좋다’ ‘듣고 싶은 음악을 하는 뮤지션이다라는 반응을 보고 싶어요. 들으면 들을수록 빠져드는 음악을 하는 사람.”
 
매일 작업을 하고 있어요. 제 앨범 작업도 하고, 나중에는 아이돌 프로듀싱도 도전 해보고 싶어요. 바쁘지만 저는 잃었던 여유를 찾은 것 같아요. 피에스타 시절에는 활동하면서 학교도 다녔거든요. 눈 앞에 보이는 것만 쫓으며 10년을 살았던 것 같아요.”
 
옐 프로필 사진.
 
옐은 피에스타 멤버로서 계약이 끝난 후 엠블랙 멤버였던 천둥이 론칭한 독립 레이블 라이트하우스에 둥지를 틀었다. 평소 활동하며 친분은 쌓아온 뮤지션들과 싱어송라이터로서 새로운 시작을 알린 순간이었다. 그는 대부분의 시간을 녹음실에서 보내며 자신의 음악을 갈고 닦고 있다.
 
진짜 회사가 아니라, 친한 사람들끼리 음악을 공유하고 도와주는 레이블이에요. 혼자 레퍼런스에 대해서 고민하고 이런저런 작업을 하면서 프로듀싱이란 게 이런 거구나라는 걸 느끼고 있어요. 녹음할 때 끝 처리 하나하나까지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예전에는 보컬욕심이 있어도 이 정도까진 아니었어요(웃음).”
 
피에스타 멤버들은 모두 각자 해보고 싶은 게 있었어요. 저의 경우엔 개인 색이 드러난 음악을 만드는 것이었고요. 전부터 작곡을 공부 하고 있었고, 그래서 해체하고 한 달 만에 앨범을 냈어요. 엄청 자연스럽게 시작하게 됐죠.”
 
피에스타는 비운의 걸그룹이라는 꼬리표도 있었다. 한창 걸그룹이 쏟아지던 시기인 2012년부터 활동을 시작해 빛을 발하지 못했고 계약은 끝났다. 하지만 피에스타는 활동은 옐에게 많은 경험을 안겨준 보석 같은 시간들이었다. 멤버들 사이는 여전히 끈끈하다. 차오루는 옐이 신곡을 내자 아무런 말 없이 SNS를 통해 홍보를 돕기도 했다.
 
이번 앨범이 나왔을 때, 말도 안 했는데 차오루 언니가 SNS에 올려준 거에요. 첫 앨범 나왔을 때도 말 안 했는데 모든 멤버들이 홍보해주고. 정말 너무 고마웠어요. 가끔 같이 음악방송 하던 때가 생각나요. 방송국마다 맛집이 있으니까 같이 가서 점심 먹고 이야기하면서 놀고, 정말 잊을 수 없는 시간들이었어요.”
 
옐 프로필 사진.
 
싱어송라이터 옐의 활동은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걸그룹 버스터즈의 앨범에 참여하며 음악적 스펙트럼을 넓혔고 피에스타 혜미가 아닌, 옐이라는 이름으로 벌써 미니 앨범을 세 장이나 발표했다. 지난 8 25일 발표한무기력해에는 작사, 작곡, 믹싱, 아트웍 등 앨범 프로듀싱에 전반적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옐은 어엿한 뮤지션으로 성장한 셈이다.
 
타이틀곡 무기력해랑 수록곡 ‘Paradise’랑 스타일이 상반돼요. 하지만 결은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무기력해는 재즈힙합 장르고 예전보다 더 성숙한 목소리를 내려고 노력했어요. 주변 몇몇 사람들에게 살짝 우울감 같은 걸 느꼈어요. SNS 속 사람들도 그 안에서는 밝아 보였지만 각자 일상에 지쳐있다고 생각해요. 슬프고 안 좋은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좋은 것도 흥미로운 것도 없는 상태를 표현해보고자 했어요. 공간된다는 사람들이 있어서 만족스러워요.
 
옐은 조급함을 내려놓고 차근차근 싱어송라이터로서 한발 한발 내딛고 있다. 인디뮤지션처럼 조용히 자신의 음악을 준비하던 그는 이제 조금 더 적극적인 모습으로 리스너들에게 다가간다. ‘걸그룹 출신이라는 첫인상은 이제 조금씩 옅어지고 이제는 그저 음악을 잘 만드는 뮤지션 의 이미지는 선명해질 전망이다.
 
이 노래로 내가 음원차트 1위를 해야겠다, 대중에게 나를 각인시켜줘야겠다 하는 욕심은 없어요. 작년부터 솔로 음악을 해오면서 감성적이고, 약간 슬픈걸 담고 싶기도 하고 여러 감정이 많이 생겼어요. 그저 나와 비슷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제 노래를 듣고 인정해줬으면 해요. 언젠가 제가 모르는 사람의 추천 플레이리스트에서 요즘 좋은 알앤비 여가수라고 소개돼 있으면 행복할 것 같아요. 그게 가장 눈 앞에 있는 목표에요.”
 
유지훈 기자 free_fro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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