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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초원

신인석 금통위원 "저물가, 금리정책 무력화시킬 위험"

일본 '잃어버린 20년' 언급…"통화정책 여력은 충분"

2019-09-18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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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정초원 기자] 신인석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은 최근의 저물가 추세를 우려하며 "기대인플레이션 하락이 통화당국의 금리정책을 무력화시킬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신 위원은 18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올해 경제성장률은 2012년보다 다소 낮은 2% 내외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된다"며 "매우 낮은  수치가 분명하지만, 보다 우려되는 것은 물가상승률 하락 추세의 가속"이라고 말했다.
 
 
신인석 금통위원은 18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사진/뉴시스
 
신 위원에 따르면 최근 세계교역 하강이 실물경제를 부진으로 이끌고 내려가는 패턴은 지난 2012년과 유사하지만, 7년 전보다 더 우려되는 것은 물가상승률의 추이다. 2012년은 금융위기 여파가 있었던 해를 제외하고는 역사적으로 가장 낮은 성장률인 2.4%를 기록한 바 있다.
 
신 위원은 "2012년 성장률 급락 후 우리 경제는 2013~2017년 5년 평균 3.1% 성장했다"며 "작년에도 2.7% 성장했으니 이번 경기 부진이 시작될 무렵 잠재성장경로에 복귀한 상태였다고 보인다"고 진단했다. 반면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2012년 2.2%를 기록한 이후 2013~2018년 6년 평균 1.3%로 하락했다"며 "목표치인 2%를 상당폭 장기간 하회하던 중 올해 0%로 추가 하락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올해 기록적인 물가상승률 하락이 기대인플레이션 하락 추이를 고착시킬 수 있다 게 신 위원의 우려다. 실제로 한국은행 서베이에 나타난 추이를 보면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은 2013년 말 2.9%에서 2019년 8월 현재 2.0%로 하락했다. 서베이에 나타난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은 실제 실현되는 인플레이션보다 과장되는 만큼, 실제 경제주체들의 행동으로 드러나는 기대인플레이션은 통화정책의 목표치인 2%를 하회할 가능성이 크다. 기대인플레이션이 목표보다 낮아 0%에 가까워지면 소비심리를 위축할 뿐만 아니라 통화당국의 금리정책을 무력화한다는 게 큰 위험요소다. 신 위원은 소비자와 생산자의 경제심리가 예전보다 위축되는 것도 큰 문제지만, 금리정책 효과를 떨어뜨리는 게 더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물가안정과 경기안정을 달성하려면 중립금리가 큰 변동 없이 유지돼야 하는데, 기대인플레이션이 하락하면 명목중립금리가 하락하는 효과가 발생한다"면서 "오늘날 다수 경제학자들이 디플레이션의 가장 큰 위험으로 꼽는 것도 디플레이션 자체보다는 기대인플레이션이 마이너스로 하락할 경우 금리정책의 무력화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극단적으로는 전통적인 방식의 금리정책에서 벗어나 마이너스 금리를 택하지 않는한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추진할 방법이 없게 된다는 이야기다. 
 
기대인플레이션 하락이 고착화돼 장기침체를 불러오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뒤따를 가능성도 있다. 그는 "사실 이 '통화정책 무력화 위험'은 지난 20년간 장기불황에 빠져있는 일본 경제의 사례를 통해 경제학자들이 그 중대성을 배운 것"이라며 "최근 다른 사람도 아닌 일본 중앙은행 총재가 거론한 바 있다"고 소개했다. 실질중립금리가 빠르게 하락하는 환경에서 물가상승률이 하락하고, 일본은행이 1999년 제로금리(0%) 정책으로 대응을 시도했으나 통화정책 완화효과는 미미했다는 게 골자다. 결국 경제주체들이 통화당국의 적정 인플레이션 유지에 대한 의지를 의심해 낮은 기대인플레이션이 고착되고, 악순환이 지속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신 위원은 우리나라 통화정책은 아직 여력이 충분하다는 판단을 내놨다. 그는 "현재 경제 상황에 필요한 금리정책을 운용함에 있어 금리 수준이 문제가 되는 단계라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기준금리가 연 1.25%였던 적이 있었으니 1.50%인 현재 기준금리가 역사적으로도 제일 낮은 수준이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신 위원은 금통위 내 대표적인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로 분류된다. 지난달 통화정책회의에서도 조동철 위원과 함께 0.25%포인트 인하를 지지하는 소수의견을 냈다.
 
지난 몇 년간 금통위가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을 동시에 강조해 온 것과 관련해서는 '최적의 가중치'를 찾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금통위가 가계부채로 대표되는 금융안정에 부여한 가중치는 여타 국가와 비교할 때 좀 더 높았다는 것이 개인적 평가"라며 "보다 효과적이고 우선적인 정책수단인 금융건전성 정책만으로는 불안정성이 위험수준까지 상승하는 것을 막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금융안정에 대한 상대적 가중치가 커져야 하는 반면, 그와 다른 상황이라면 그에 맞는 정책태도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초원 기자 chowon61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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