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최한영

북미 협상 결렬후 신경전 지속…이도훈 '미국행'

북, '2주 후 대화재개' 회의적…"추후 회담은 미국에 달려"

2019-10-07 15:09

조회수 : 1,387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북미 비핵화 실무협상 결렬 이후 양측이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당장 협상이 재개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미국행에 나서 의견 조율을 시도한다. 
 
북미 실무협상 북측 대표로 나선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7일 귀국 중 베이징 서우두공항에서 기자들을 만나 "추후 (실무)회담은 미국 측에 달려있다"며 "이번 회담은 역스럽다('역겹다'는 뜻의 북한말)"고 밝혔다. 협상 과정에서 미국 측이 보인 태도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한편 이른바 '새로운 계산법'에 기초한 대안을 가져올 것을 재차 촉구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 대사는 '2주 후 실무회담이 재개되느냐'는 질문에는 "미국이 (6월30일) 판문점회동 이후 100일 가까이 아무런 셈법을 만들지 못했는데 2주 안에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으냐"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면 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실무협상 결렬 후 "미국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을 가져갔으며 북한 카운터파트들과 좋은 논의를 가졌다"며 "북한 대표단에서 나온 앞선 논평은 오늘 8시간 반 동안 이뤄진 논의의 내용이나 정신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스웨덴 측에서 2주 후 협상을 재개하는 내용의 초청을 했으며, 자신들은 이를 수락한 뒤 북측에도 수락할 것을 제안했다는 점도 소개했다.
 
북미 양측이 보이는 입장차이를 놓고 비핵화와 상응조치를 둘러싼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대사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의 실무회담이 결렬됐음을 발표하는 성명에서 "미국 측이 우리와의 협상에 실제적인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판단한데 따라 협상을 중단했다"면서도 "연말까지 좀 더 숙고해볼 것을 (미측에) 권고했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올해 연말까지 미국과 결판을 내겠다고 공언하고 9월 들어 북측 고위관계자들이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을 가지고 오라'고 요구하는 것의 연장선상으로 읽힌다. 
 
협상 과정에서 북한이 보다 대담한 접근법을 발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김 위원장이 북미관계를 정상화하고 유엔안보리 대북제재에서 벗어나 발전된 국가를 건설하고 싶다면 군부 압력에서 자유롭지 못한 외무성 관료들이 아닌, 과거 북한군 총정치국장을 맡아 강력한 추진력을 가지고 군부 개혁을 진행했던 최룡해 국무위 제1부위원장에게 비핵화 협상을 맡겨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본부장은 "'자신들의 지위만 그대로 유지하면 상관없다'는 북 외무성 관료들의 이기주의를 김 위원장이 타파하지 않고는 북한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며 북측에서도 실용주의적이고 영향력 있는 인물들이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북미 양측이 문제 해결을 위한 만남을 재개한 만큼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7개월여 만에 양측이 만나 서로의 입장을 보다 명확하게 확인했다는데 의미가 있다"며 "남북관계 뿐만 아니라 북미간 대화가 진전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도훈 본부장은 비건 대표와의 한미 북핵 수석대표 협의를 위해 이날 출국했다. 이 본부장은 비건 대표로부터 북미 실무협상의 구체적인 내용을 듣고 후속 대응책을 함께 논의할 예정이다. 그는 10일까지 워싱턴D.C.에 머물며 비건 대표, 다키자키 시게키 일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 협의도 진행한다.
 
북미 실무협상의 북측 수석대표를 맡은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가 5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북한 대사관 앞에서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 최한영

  • 뉴스카페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