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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연

변화 택한 'LG 구광모호', 세대교체 '속도'

'샐러리맨 신화' 조성진 비롯 정도현·최상규 '용퇴'…권봉석, 새 CEO

2019-11-28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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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취임 2년 차를 맞은 구광모 LG 회장이 지난해와 달리 안정보다 변화에 방점을 찍었다. 최고경영자(CEO)·최고재무책임자(CFO)·한국영업본부장으로 자리 잡고 있던 60대 임원들을 대거 교체하며 미래를 위한 세대교체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LG가 28일 단행한 계열사별 정기 임원 인사 결과, 지난 1976년 LG전자 전신인 금성사 엔지니어에 입사해 2016년 LG 최초로 고졸 출신 CEO에 선임된 '샐러리맨 신화'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이 용퇴했다. 구 회장이 사퇴를 만류했지만 조 부회장은 세대교체를 위해 재차 사의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조 부회장은 "젊음을 포함해 모든 것을 LG전자와 함께 했기에 후회나 부끄러움은 없다"며 "LG전자가 영속되기 위해서는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1등에 대한 강한 열망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홈엔터테인먼트(HE)와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 사업본부를 이끌던 권봉석 사장이 신임 CEO로 조 부회장의 빈 자리를 메운다. 권 사장이 이끌던 HE 사업본부의 새 수장에는 TV사업운영센터장을 역임하며 본부 사업구조 개선과 수익성 개선에 기여한 박형세 부사장이 선임됐고, 신임 MC 사업본부장에는 MC단말사업부장 이연모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해 맡기로 했다.
 
구광모 LG 회장이 지난 4월1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 병원에 마련된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빈소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 부회장 외에도 2008년부터 LG전자 CFO를 맡아오던 정도현 사장과 2011년부터 국내 영업을 총괄한 최상규 LG전자 한국영업본부장 사장도 이번에 같이 물러났다. 두 사장 모두 60대로 조 부회장과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 왔으나 대내외 경제 불안 요인이 커지고 있는 변화의 물결 속에 후배를 위해 퇴진을 결정했다. 이들이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조직을 이끌어왔으나 구 회장은 급변하는 시장 환경 변화를 꿰뚫어보며 차별화된 고객가치를 발빠르게 제공하기 위해 혁신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새 CFO에는 세무통상그룹장을 맡았던 배두용 부사장을 선임됐고, 신임 한국영업본부장은 한국모바일그룹장을 역임한 이상규 부사장이 맡는다.
 
다만 권영수 LG 부회장·신학철 LG화학 부회장·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등은 이번에 모두 자리를 지켰다. 구 회장은 급작스러운 인사로 불러올 수 있는 그룹 내 혼란을 최대한 방지하고 부회장들의 '노하우'는 유지하며 변화 속 안정을 꾀했다.
 
지난해 인사에서 그룹 컨트롤타워인 지주회사 ㈜LG의 역량 강화를 목표로 경영전략팀·CSR팀·법무팀 등 팀장 8명을 교체했던 구 회장은 이번에는 LG CNS 최고인사책임자(CHO)였던 김흥식 전무를 LG 인사팀장에 새로 선임하는 정도로 소폭의 변화를 가했다. 다만 지난해 인사에서 나란히 팀장으로 임명된 이재웅 법무준법지원팀장·정연채 전자팀장·하범종 재경팀장이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강창범 화학팀장이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하는 등 기존 인력에 힘을 실었다.
 
LG전자 여의도 사옥. 사진/LG전자
 
사장 1명·부사장 및 전무 승진자 58명 등 이번 전체 임원 승진자는 165명으로 지난해(185명)보다 다소 줄어들었다. 이 가운데 상무 승진자 106명으로 지난해(134명)에 이어 2년 연속 100명을 넘겼는데 45세 이하의 젊은 인재 21명을 발탁해 차세대 사업가를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계속 이어갔다. 
 
인공지능(AI)·빅데이터·로봇·5세대 이동통신(5G) 등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미래 먹거리 분야의 사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전체 승진자 약 60%를 이공계 출신으로 꾸렸다. LG는 계열사별로 더 나은 고객 가치 창출의 핵심 수단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가속화를 위해 전담 조직도 구성할 방침이다. LG전자는 디지털전환을 강력하게 실행하기 위해 전사적 역량을 결집하고 급변하는 사업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사업본부 중심의 빠르고 책임있는 의사결정 체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또 신사업 추진과 전략 기능을 통합해 전사 미래준비와 디지털전환을 위한 컨트롤타워로 최고전략책임자(CSO) 부문을 신설했다.
 
구 회장은 9월 LG디스플레이의 수장을 교체하며 이미 '구광모식 체질개선'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이 실적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하자 정호영 LG화학 사장을 새로운 수장으로 선임했다. 구 회장은 정 사장 인사 후 일주일 뒤 열린 '사장단 워크숍'에서도 "위기 극복을 위해 근본적인 경쟁력을 빠르게 확보하고 사업방식과 체질을 철저하게 변화해 나가겠다"며 추가 인적 쇄신을 예고한 바 있다.
 
LG 관계자는 이번 인사에 대해 "성과와 역량에 기반한 인사를 통해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는 어려운 경영환경을 돌파해 나가는 한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등 사업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미래 준비를 위해 젊은 인재를 전진 배치함으로써 고객가치 창출을 촉진하기 위한 실용주의적 인사"라고 설명했다.
 
구광모(왼쪽에서 세 번째) LG 회장과 박현주(오른쪽) 미래에셋 회장이 지난 7월10일 청와대 충무실에서 열린 '경제계 주요인사 초청 간담회'에 참석하여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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