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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훈

(가요 초점)코로나 바이러스가 탄생시킨 ‘또 다른 공포’

가요계 침투한 코로나 바이러스…기획사들 ‘속앓이’

2020-0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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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유지훈 기자] 연말연시 시상식을 끝내고 컴백에 분주했던 아이돌 그룹들은 뜨거운 함성을 전하던 관객 없는 무대에 아쉬운 표정을, 2020년 화려한 무대가 예고했던 공연장들은 정적이 맴돈다. 가요계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위축된 시장에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신종 코로나’) 여파로 연초에 계획됐던 가요 일정 다수가 직격탄을 맞았다. 김범수, 위너, 악동뮤지션, 백예린, 태연, 길구봉구, 백지영, V.O.S, 에이스, 먼데이키즈, 김진호, 보이스퍼, 이달의소녀, 김태우, 미스트롯, 지코, 밴디트, 젝스키스, YB, 우주소녀, 트와이스, 펜타곤, 여자친구, 에버글로우, 세븐틴, 양준일 등 수많은 뮤지션들이 콘서트, 해외 팬미팅·콘서트, 팬 쇼케이스 등을 잠정 연기 및 취소했다.
 
텅 빈 공연장방역 대책은 그저 대책일뿐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과 관련해 30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공연장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세종문화회관
 
관객들이 직접 전화해 공연 취소 계획이 있는지 물어보기도 하고, 공연을 예정하고 있던 아티스트 측에서도 하루에도 몇 번씩 연락을 해 공연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 취소를 하더라도 재난이기 때문에 위약금이 없는 게 보편적이다.”(공연장 관계자 A)
 
공연장은 예정됐던 공연 취소로 인해 울상을 짓고 있다. 아티스트의 변심이 아닌, 재난 상황이기 때문에 계약금을 제외하면 대관료 전액을 환불해줄 수밖에 없다. 평소 취소된 공연 날짜는 다른 뮤지션이 채우게 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바이러스 확산에 대한 공포로 이 역시 어려운 실정이다.
 
방역 대책으로 어느 정도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지만, 소규모 공연장의 경우 예정에 없던 방역 비용 지불에 난감한 상황이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가 420여 개 소규모 공연장에 손 소독제와 시설 소독 약제, 방역 스프레이 등 방역용품 지원에 나서기도 했다. 이런 사전 방역은 좌석의 경우에는 유효하지만 스탠딩석은 관객들 다수가 접촉할 수밖에 없어 불안을 지울 수 없다.
 
공연에 앞서 실시하는 열 감지기도 믿을 수 없다. 한 관계자는 방역 대책을 철저히 해서 콘서트를 강행하려 했으나. 공기중으로 감염될 수 있다는 걱정, 바이러스 잠복기인 관객들이 올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컸다. 열 감지기만으로는 감염 여부를 제대로 확인할 수 없다는 게 모두의 의견이었다고 토로했다.
 
관객 없는 아이돌 컴백 대전’…옅어진 팬덤과의 유대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우려에 관객 없이 녹화를 진행한 뮤직뱅크, 인기가요, 엠카운트다운. 사진/KBS, SBS, Mnet
 
노래, 퍼포먼스, 마케팅 콘텐츠, 일정 모두 확정된 상황이라 컴백을 취소할 수 없었다. 가요계 트렌드는 빠르게 변하고 시기를 놓치면 주목 받기 어려워진다. 팬들과 직접 만나지 못하는 것은 아쉽지만 다방면으로 소통하는 것이 유일한 해답이라고 생각했다.”(아이돌 그룹 관계자 B)
 
좋아하는 그룹의 팬 사인회를 갈 예정이었으나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아티스트와 손을 잡지 못하게 한다고 들었다. 큰 의미가 없는 것 같아 결국 가지 않기로 결정했다.”(아이돌 그룹 팬 C)
 
연말연초 시상식 무대에 매진했던 아이돌 그룹은 올해 2월에도 연달아 컴백을 준비했으나 그들이 서는 무대에는 관객이 없다. MBC ‘! 음악중심’, SBS ‘인기가요’, KBS ‘뮤직뱅크’ ‘유희열의 스케치북등은 바이러스 확산 우려에 관객 없이 녹화를 진행했다. 팬들은 기다려왔던 아티스트의 컴백에도 다른 공간에서 응원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으로 대신했다.
 
팬들에게 무대를 처음으로 선보이는 팬 쇼케이스는 취소 대신, V앱 및 공식 유튜브 채널과 같은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송출하는 것으로 대체됐다. 팬들은 플랫폼 채팅창을 통해 다양한 반응을 쏟아내고 아티스트는 그 반응들을 읽으며 소통했다. 직접 마주하는 것만큼 뜨거운 열기가 전해지는 않았지만, 나름의 대책을 마련한 셈이다.
 
그럼에도 팬과 아티스트의 유대는 옅어질 수밖에 없다. 몇몇 그룹이 진행한 팬 사인회는 방역 대책을 마련했으나 감염을 우려해 아티스트와 직접적인 접촉은 할 수 없다고 공지해 팬들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한 관계자는 팬과 아티스트가 만나는 것은 물론, 팬들이 만나 함께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팬덤의 원동력이다. 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그렇지 못하는 실정이다라고 설명했다.
 
쓴 소리감내하며 콘서트를 강행할 수 밖에 없는 이유
 
광주 콘서트 일정을 취소했던 미스트롯. 사진/TV조선
 
전국 투어의 경우 꾸준히 이어나가야만 수익이 남는 구조다. 최초 기획 단계에서 정말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 하는 거다. 하지만 투어 중간에 멈추게 되면 금전적 손실은 물론, 그 동안 쏟았던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된다. 그만큼 공연 취소는 쉽지 않은 결정이다.”(관계자 D)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에도 몇몇 뮤지션들은 콘서트를 강행했다. 어떻게든 무대를 보고 싶었던 팬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었지만, 아티스트의 건강을 걱정하는 다른 팬들이 수긍하기는 어렵다. 지난해 대한민국 트로트 열풍을 주도했던 브랜드 콘서트 미스트롯은 광주 공연을 강행하는 듯 했으나, 빗발치는 비난 여론에 뒤늦게 잠정 연기 공지를 내기도 했다.
 
콘서트 취소는 뮤지션과 기획사간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한 관계자는 콘서트를 취소해 마이너스가 나면 뮤지션과 기획사가 그 손실을 나눠가져야 한다.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중견 뮤지션이라면 충분히 의견을 피력할 수 있으나, 신인의 경우 회사의 결정을 따를 수 밖에 없다며 몇몇 뮤지션들의 콘서트 강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강행 의지를 내비치는 소속사의 입장도 수긍이 가능하다. 또 다른 관계자는 메르스 사태 당시 상황이 정리되는 데 6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우리 같은 작은 회사의 경우 6개월 동안 공연을 하지 않으면 빚을 떠안게 될 정도로 손실이 크다라고 설명했다.
 
유지훈 기자 free_fro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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