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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훈

(연예 초점)‘유명해서 유명한’ 밈(MEME), 대중문화로의 진격

‘4딸라 아저씨’ 김영철·’타짜’ 김응수의 전성시대

2020-02-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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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유지훈 기자] 1973년 민예극단으로 데뷔한 김영철은 요즘 10, 20대 사이에서 슈퍼스타다. KBS1 ‘태조 왕건의 궁예, SBS ‘야인시대김두한, 영화 달콤한 인생의 보스 등 물론 굵직한 역할을 도맡아 해왔던 그였지만 10대들이 그 드라마를 보고 김영철을 기억하는 것은 아니다. 방영중인 KBS1 고양프로그램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를 보면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김영철이 등장하는 곳마다 교복을 입은 소년, 소녀들은 “4딸라 아저씨를 외친다. 그는 궁예도, 김두한도 아니라 그냥 ‘4딸라 아저씨.
 
김영철은 2003년 방송된 SBS 드라마 ‘야인시대’ 2부에서부터 김두한 역할을 맡아 활약했다. 청년 김두한 안재모가 김영철로 순식간에 역변하는 과정은 애청자들에게 충격을 안겨줬고, 50%를 넘나들던 시청률은 곤두박질쳤다. 하지만 김영철에게는 전성기를 맞게 되는 예상치 못한 기회였다. 2부에는 김두한이 미합중국 군수물자를 운반하는 노동자들이 파업 후 미군과 임급 협상하는 과정이 담겼다. 미군은 점차적으로 임금을 조율하는 전통적인 협상 방법을 택했지만 김두한은 내내 “4딸라를 외치고 협상을 체결하는 데 성공한다. 김두한은 오케이 땡큐를 구수한 발음으로 외치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이 우격다짐 협상 과정은 한참이 지나 네티즌들에게 웃음거리로 재조명됐고, 지금까지 공유되며 김영철을 ‘4딸라 아저씨로 만들었다.
 
이게 왜 웃겨?”를 답하기 위한 밈(MEME)의 이해
 
'야인시대'의 한 장면으로 광고를 섭렵한 배우 김영철. 사진/야인시대, 버거킹, 뉴시스
 
야인시대에는 지금의 정서로서는 다소 이해하기 힘든 장면들이 있다. 앞서 언급했던 김두한의 ‘4딸라협상, 독립운동가 유태권의 공중부양, 공산주의자 심영(김영인 분)이 고자가 되어 내가 고자라니라며 울부짖는 장면 등이 그렇다. 그냥 보기에도 우스꽝스러운 이 영상들은 온갖 효과와 짜깁기로 재탄생 돼 이른바 합성물이 됐고, 인터넷에서 유행이 돼 퍼져나갔다.
 
김영철의 인기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밈(MEME)이라는 인터넷 문화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인터넷이 보급되고 네티즌들은 하나의 소스를 변화시키고 이를 공유하는 행위를 해왔고 어느 순간부터 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많은 사람들은 그 시작을 베이비 차차’라고 꼽는. 90년대 후반 한 3D애니메이션회사가 자신들의 기술력을 보여주기 위해 춤을 추는 아기 베이비 차차를 만들어 고객들에게 보냈다. 고객들은 다른 사람에게 베이비 차차이미지를 공유했고 온라인에서 유행 하게 됐다. ‘베이비 차차는 티셔츠로 만들어지고, 수많은 웹사이트에 등장했으며, 나중에는 텔레비전 방송까지 진출하게 됐다. 유명해서 유명한 인터넷에서의 유행, ‘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야인시대는 한국의 베이비 차차. 그냥 재미있었고, 네티즌들은 이를 새롭게 조합하고 공유해 생명력을 이어나갔다. ‘야인시대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밈으로 군림했다. 이 때문에 김영철은 “4딸라 아저씨로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었다. ‘야인시대의 재조명에 이게 왜 웃겨” “이게 왜 유행이야라는 질문이 따라다니는 이유는 밈 문화가 인터넷에 친숙한 밀레니얼 세대중심의 놀이 문화기 때문이다.
 
하위문화였던 ’, 대중문화로의 진격
 
 
패리스 힐튼은 스스로를 하나의 밈으로, 싸이는 '강남 스타일' 뮤직비디오가 밈으로 활용돼 인기를 누렸다. 사진/뉴시스,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 캡처
 
미디어 환경이 변화하고 SNS, 유튜브를 통해 스타들이 등장하고 있다. SNS 스타들은 스스로를 밈으로, 유튜브 스타들은 밈을 활용한 영상으로 유명세를 떨친다. 페리스힐튼은 인간 자체로 밈이다. 그는 힐튼 가의 상속녀라는 별명으로 미디어와 친숙해졌다. 초호화 파티를 개최하고 그 파티에서 유명인들과 친분을 쌓아 스타가 된, ‘유명해서 유명한 사람의 대표주자다. 그는 배우도, 가수도, 방송인도 아니다. 그저 유명인으로서 영화, 드라마, 쇼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음반을 낼 뿐이다.
 
1160만 팔로워를 보유한 패리스 힐튼의 인스타그램은 몇 장의 사진만으로 기업의 주가를 뒤흔들기도 한다. 넷플릭스가 아메리칸 밈이라는 다큐로 페리스 힐튼을 비롯해 오스트롭스키, 브리트니 펄란과 같은 SNS 스타들의 뒷이야기를 조명하기도 했을 만큼 그들은 뉴미디어 시대가 탄생시킨 새로운 흐름이다. 유튜브의 성장과 함께 그 안에서 콘텐츠를 생산하는 크리에이터들의 파급력 역시 커지고 있다. 그들은 영상 곳곳에 이미 친숙한 밈을 삽입하고, 때때로는 스스로를 밈으로 만들기도 한다. 또한 늘 새로운 얼굴을 찾는 지상파 방송사들과 크리에이터들의 접촉도 잦아지며 대중문화와 의 벽은 점차 허물어져간다.
 
싸이가 2012년 발매해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렸던 강남스타일열풍 역시 밈의 하나로 읽을 수 있다. ‘강남스타일은 해외 시장 진출을 목적으로 작업한 노래가 아니다. 싸이는 꾸준히 밀어왔던 특유의 위트 넘치는 노래와 뮤직비디오를 만들었고, 세계인들은 이를 밈으로 만들어 공유해나갔다. 이 과정은 싸이는 물론, 뮤직비디오에서 활약했던 옐로우 가이(유재석), 엘리베이터 가이(노홍철)도 해외 온라인에서 인기를 누렸다. 언어, 문화의 장벽을 허무는 밈의 파급력이었다.
 
자연스러운 온라인에서의 공유”…밈의 마케팅화
 
지코의 '아무 노래' 챌린지에 참여한 연예인들. 사진/SNS 캡처
 
밈의 가장 큰 파급력은 홍보, 마케팅 콘텐츠로서 큰 역할을 해냈다. ‘강남스타일의 성공은 이를 뒷받침하는 선례가 됐다. ‘밀레니얼 세대가 소비의 주체가 되고 난 최근의 밈은 대중문화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 앞서 언급했던 김영철은 “4딸라라는 유행어로 수많은 광고에 출연했으며, 또 다른 밈이었던 영화 타짜의 김응수는 곽철용 캐릭터로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오래된 밈인 만큼 밀레니얼 세대의 친숙함은 높고, 옛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인물의 등장은 기성 세대들에게도 호기심으로 다가온다. ‘이 레트로 콘텐츠로 읽히기도 하는 이유다.
 
수많은 연예인들이 근위축성 측색 경화증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고 기부하고자 나섰던 아이스 버킷 챌린지역시 밈 문화 가운데 하나다. ‘아이스 버킷 챌린지는 공익성이 강했지만 일반적으로 챌린지는 인터넷 놀이 문화다. 한 주체가 특정 행위를 녹화해 SNS에 올리면 다른 사람들도 이를 따라 하는 방식이다. 온라인에서의 전파 속도는 빠르고 이는 최대한 많은 노출을 꾀하는 홍보, 마케팅 담당자들의 목표와 맞닿아 있다.
 
챌린지와 마케팅을 결합한 형태는 주로 가요계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최근 가장 큰 성과를 거뒀던 것은 지코의 아무노래 챌린지. 지코는 신곡 아무노래에 포인트가 많은 안무를 결합했고 마마무 화사, 청하와 함께 춰 SNS에 업로드했다. 이후 이효리를 비롯해 티파니 영, 크러쉬, 진선규, 박신혜, 송민호, 민우혁, 강한나, 보이그룹 AB6IX과 같은 유명인들은 물론 일반인들도 동참하며 빠르게 확산됐다. ‘아무노래는 음원차트 1위를 기록했고 지상파 음악방송 6관왕, 빌보드 차트 3주 연속 진입 등 큰 성공을 거뒀다.
 
가요계는 지코, 싸이의 성공으로 밈을 이용한 마케팅 콘텐츠를 생산해내는 데 주력하는 모양새다. 장혜진, 여자친구, 블랙식스, 체리블렛, 근수 등 수많은 뮤지션들이 자신의 노래를 발매함과 동시에 챌린지를 진행하고 있다. 가요 홍보, 마케팅을 맡고 있는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에 이전부터 이와 같은 흐름은 있었지만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지코의 아무노래챌린지로 인해 한국에서도 챌린지의 파급 효과가 있다는 것이 증명돼 많은 기획사들이 참고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대중이 직접 참여하고 빠르게 확산되는 챌린지는 마케팅에 있어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또한 오랜만에 돌아오는 뮤지션들의 경우 과거 활동 당시의 모습을 밈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밈은 과거에 그 뮤지션을 좋아했던 기존 세대는 물론 10, 20대들과도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유지훈 기자 free_fro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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