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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우

(게임특집)②규제보다 자율!..창의력 펼칠 '기회의 땅'

[온라인게임 '신대륙' 유럽을 가다!]

2010-06-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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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 지난 5월23일 오후 런던 옥스포드거리의 한 게임숍. 아버지와 청소년인 아들이 나란히 신작 게임들을 살펴보며 이런 저런 의논을 하고 있었다.  
 
10여분간 상품을 둘러보던 이들 부자는 찾는 게임이 없었는지, 곧 게임숍 나섰다. 아버지인 밥 올리버(런던 거주)는 "아들이 게임을 아주 좋아하는 편"이라며 "학교 수업과 숙제를 끝낸 뒤 무엇을 할지는 아들의 자유인만큼 게임을 오래 해도 간섭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녀들이 부모와 함께 게임숍에서 게임을 고르는 모습은 유럽 대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게임을 자녀들의 학업을 방해하는 '골치거리'로만 생각하는 국내와는 확연히 다르다. 
 
더욱이 게임의 부정적 측면만 부각되는 한국사회와 달리, 유럽에서는 게임을 세대간 이해를 돕는 수단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독일의 게임 관련 민간심의기구인 USK에 파견된 공무원 요르겐 힐젠은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게임을 할 때 옆에서 함께 있어줬다"며 "게임은 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유럽에는 게임에 대한 편견이 적다. 이런 사회분위기는 온라인게임 시장이 커지기 좋은 여건이다.
  
게임업체들이 국내에서처럼 강제적 셧다운 제도 등 극단적 규제를 염려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
그렇다고 유럽 정부가 온라인 게임을 방관만 하는 것은 아니다.
 
온라인게임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적절한 규제시스템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유럽에서 온라인 게임 시장이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독일은 온라인게임을 전문으로 심의하는 KJM을 만들었다.
 
요르겐 힐젠 USK정부 담당관은 “KJM은 16개 주 정부가 만든 기구로 온라인 상의 모든 콘텐츠를 심의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독일을 제외한 유럽 지역에서 게임 등급 심의를 하는 '범유럽게임정보'(PEGI)도 온라인 게임 심의 시스템을 준비 중이다.
 
요르겐 벤쉬 EU총무부장은 “온라인 게임은 출시되는 게임 수가 많기 때문에, 빠른 심의가 가능한 PEGI의 캐주얼 게임 등급 시스템을 기반으로 심의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유럽에서 연령 심의를 받게 되는 것은 게임사에게 부담이 된다. 18세 이상 등급을 받은 게임은 광고, 유통 등에서 큰 제약을 받기 때문이다. 폭력성과 선정성이 과할 경우 영국, 독일 등 일부 국가에서는 판매가 금지될 수 있다.
 
하지만 온라인 게임 심의가 시작되더라도 국내 온라인 게임사들은 피해가 적을 전망이다. 국내 심의 기준과 비교해 유럽의 심의 기준은 개방적이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에서 15세 이용가 등급을 받은 아이온과 18세 이용가 등급을 받은 스타크래프트는, USK에서 12세 이용가 등급을 받았다.
 
물론 유럽에서도 극단적 게임 규제를 주장하는 목소리는 있다. 독일과 스위스에서는 최근 폭력성이 과도한 게임을 아예 금지하는 입법이 잇따라 추진됐다.
 
하지만 극단적 결론이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 덕 보스먼 페기 커뮤니케이션 매니저는 “스위스의 법안은 폭력이 들어있는 모든 게임을 금지하자는 것이 아니라 10~12개 게임을 금지하자는 내용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법안은 아직 통과되지 않았고, 현재 창작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에 대해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이러한 극단적 주장이 약해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마이클 로린슨 영국게임협회장은 “유럽의 게임 역사가 30년을 넘으면서, 게임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걱정하는 사람이 소수가 됐다. 이들의 숫자는 계속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마이클 회장은 또 “유럽은 사회에 피해가 없는 이상 정부가 어떻게 하라고 지시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특히 청소년이 어떤 게임을 하는지는 전적으로 부모가 책임져야 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게임에 대한 긍정적 시선, 그리고 개인의 자율적 책임을 중시하는 유럽문화는 국내 온라인게임 업체들이 억눌렸던 창의력을 마음껏 발휘할 좋은 토양이 될 것으로 보인다. 
   
뉴스토마토 김현우 기자 Dreamofan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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