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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경

(권대경의 산업정탐)러시아·미국발 파고 넘어야 경제 순항한다

무역협회 집계, 우크라 사태로 기업들 애로사항 54%가 대금 결제

2022-03-24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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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모스크바의 루즈니키 경기장에서 열린 크름반도(크림반도) 합병 8주년 기념 콘서트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이어 푸틴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내각회의에서 "유럽 등 비우호국에 가스 판매시 루블화로만 결제를 받겠다"고 선언했다. 사진/뉴시스
 
"유럽 등 비우호국에 가스 판매시 루블화로만 결제를 받겠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내각 회의에서 한 말입니다. 즉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팔 때 러시아 통화인 루블화로만 결제를 받겠다는 것으로, 최근 미국을 포함한 서방국가들의 제재에 나름대로 반격을 한 것입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러시아 은행들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퇴출하자, 돈줄이 막힌 러시아로서는 자국 통화로 숨통을 틔어보겠다는 취지로 이런 조치를 내린 듯 합니다. 
 
문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글로벌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 기업들에게도 그 여파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기업 애로사항 53.7%가 대금 결제, 물류도 33.7%
 
24일 한국무역협회가 내놓은 자료는 우리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객관적 수치로 증명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한 달간 접수된 기업 애로사항이 550건을 넘었는데, 이중 절반 이상인 300건(53.7%)이 대금 결제 사안으로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이어 물류가 188건(33.7%)이었고, 정보 부족이 47건(8.4%)의 순이었습니다.
 
기본적으로 국가간 무역은 상품이나 재화 그리고 서비스를 교환하면서 대금을 결제하는 방식이 가장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직설적으로 말하면 상품이나 재화 그리고 서비스를 제공하고도 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또는 돈을 받는데 시간이 걸리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또 결제 과정이 순탄하지 못하면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추가 비용도 결국에는 기업에 손해가 됩니다. 
 
수입도 마찬가지 입니다. 글로벌 제재로 해외 결제 은행의 러시아산 상품 결제 관련 통관 절차 진행 거부도 발생하고 있다는 전언입니다. 수입업체 입장에서는 전쟁 발발전 계약이 완료된 사안에까지 이른바 금융 제재가 소급적용되는 탓에 대금을 치르고도 물건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고 있는 것입니다.  
 
무역협회 긴급대책반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로 산업용 페트 제품을 수출하는 물류업체 A사는 운송 중인 5개 컨테이너 물량이 전쟁 발발로 인해 터키에 강제 하역됐습니다. 이로 인해 선사는 '재선적(Ship Back)'을 포함해 왕복 비용을 화주에게 청구 중인데 상황이 녹록지 않다고 합니다. 나아가 지체료와 체선료도 계속 발생하고 있어 피해는 매일 더 커지고 있다는 게 회사의 설명입니다.  
 
회사 관계자는 "수출대금 미수금, 물류비용 부담 등으로 인해 자금 융통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인근 제3국에 제품 판매를 시도하고 있으나, 마케팅 비용이 발생하고 바이어 발굴이 어렵다"고 토로했습니다.  
 
알루미늄 소재 생산업체 B사는 전쟁 발발 전 개설된 '신용장(L/C)'을 통해 부산항으로 수입 물품이 도착했지만, 러시아에 대한 금융 제재가 확대되면서 L/C를 개설한 은행에서 화물 '선취보증서(L/G)' 승인을 거부해 수입통관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B사는 수입통관 지연에 따른 추가 비용이 발생하고 있어 전쟁 전 이뤄진 거래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도록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2일 오전 부산 남구 신선대(아래)와 감만부두(위)에서 컨테이너 선적 및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24일 무역협회에 따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한 달간 접수된 기업 애로사항 550건 중 300건(53.7%)이 대금 결제 사안으로 나타났다. 사진/뉴시스
 
물론 무역협회 긴급대책반은 △정보 제공(KITA ALERT, 국가별 물류 정보) △유관기관 연결(전략물자관리원, 금융감독원, 무역보험공사 등) △온라인 공동설명회 △대정부 건의(3건) △피해 기업 대체 거래선 발굴 지원(화상 상담) △무역진흥자금 융자 패스트 트랙 등을 통해 고군분투를 하고 있지만 상황이 단시간내에 개선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미 연준 '빅스텝'시…글로벌 금융시장 불확실성 고조, 기업에 악재
 
여기에 글로벌 불확실성은 더 심화되는 실정입니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빅스텝' 실행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는 게 대표적입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세계 경제의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40년만에 최고치로 치솟은 미국의 소비자물가 급등을 차단하는 것이 우선임을 강조하면서 빅스텝의 뜻을 시사했습니다. 
 
파월 의장은 21일(현지시간) 전미실물경제협회(NABE) 연설에서 "한 번 혹은 여러 번의 회의에서 0.25%포인트 이상의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그렇게 할 것”이라며 "0.5%포인트 인상이 필요하면 한 차례 이상 단행할 의지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0.5%포인트를 인상하는 빅스텝이 한 번이 될지 두 번이 될지 몰라도 이것이 현실화 되면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말께 2.5%를 넘어설 수도 있습니다. 미 연준이 0.5%포인트 빅스텝을 단행한 것은 2000년 5월 이후 2021년 10월이 마지막이었습니다. 이후에는 인상 폭을 0.25%포인트로 두는 '베이비스텝'을 유지해왔습니다 .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지난해 11월 백악관 사우스 코트 강당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연임 지명 후 연설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21일(현지시간) 전미실물경제협회(NABE) 연설에서 기준금리 인상의 '빅스템'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사진/뉴시스
 
이같은 연준의 행보가 현실화 된다면 달러 유동성이 확대되며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증대될 것이 뻔합니다. 외국인 투자자금이 대거 빠져나가는 것도 주의해야 할 대목입니다. 금융시장 불확실성은 당연히 수출 기업 입장에서도 큰 악재로 작용할 것입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에 이어 미 연준의 행보 그리고 중국과 유럽연합(EU) 등 몸집이 큰 경제 대국들의 움직임 하나 하나에 우리 기업들이 주목하는 이유입니다. 
 
코로나19가 최근 스텔스오미크론 우세종화 경향으로 다시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이제 일상적 전염병 수준으로 위험도를 낮게 보는 국가들이 늘고 있습니다.
 
그동안 꽁꽁 얼어붙어 있던 글로벌 경제가 조금씩 활기를 찾아갈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게 사실입니다. 이런 와중에 터진 (우리 기업 입장에서는) 러시아와 미국발 악재를 현명하게 넘길 수 있는 구체적 대책을 세밀하게 점검해야 합니다. 
 
정부 역시 글로별 경제 불확실성에 대해 실시간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금융시장 동향을 잘 살피며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입니다. 
 
위기는 기회와 함께 오고 기회 속에 위기도 있습니다. 모쪼록 불확실성 확대를 기회로 삼아 위기를 넘겨 지속가능한 성장의 '수출대한민국호'가 올해도 순항하기를 희망해 봅니다. 
  
권대경 산업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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