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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리

[IB토마토]패스트푸드 M&A 큰장…햄버거 3대 브랜드 모두 매물로

한국맥도날드 적자행진에 미국 본사, 6년 만에 재매각 추진

2022-06-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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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2022년 06월 15일 17:46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주리 기자] 버거킹, KFC에 이어 한국 맥도날드까지 매물로 나오면서 국내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이 햄버거 브랜드로 붐비고 있다. 지난 3월 자진 상장폐지를 한 국내 햄버거 브랜드 맘스터치도 하반기께 시장에 나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패스트푸드 M&A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렸다는 평가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국내 햄버거 시장의 성장이 정체돼 거래가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과, 1인 가구 증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종식 등으로 여전히 성장 잠재력이 커 원매자가 적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15일 투자은행(IB)과 햄버거 프랜차이즈업계에 따르면 미국 맥도날드는 최근 미래에셋증권(006800)을 자문사로 선정하고 한국 맥도날드 사업을 인수할 파트너를 찾고 있다. 미국 맥도날드는 지난 2006년부터 미국 외 지역에서는 현지 사업자에게 사업총괄을 맡기고 본사는 로열티만 받는 방식으로 사업구조를 바꿨다. 한국맥도날드는 미국 본사가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지난 1988년 국내에 진출한 맥도날드는 28년 이후인 2016년 미국 본사가 매각 작업에 착수한 바 있다. 당시 원매자 후보군으로는 매일유업(267980), 칼라일 컨소시엄, KG그룹, NHN(181710)엔터테인먼트 등이 꼽혔다. 
 
이후 9월 본입찰에 매일유업-칼라일, KG-NHN이 참여했으나 다음달인 10월 KG-NHN은 “미국맥도날드 본사와 의견 차이가 커 협상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라며 공시를 통해 포기 의사를 밝혔다. 이어 매일유업-칼라일도 “맥도날드 본사가 요구하는 프랜차이즈 계약 등 거래 조건이 지나치게 타이트하다”라는 이유로 발을 빼면서 한국맥도날드 매각은 무산됐다. 당시 양 측은 프랜차이즈 계약 조건 이외에도 여러 의견이 맞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맥도날드 본사는 매각가로 5000억원을 희망했지만 매수자들은 3000억원대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맥도날드는 지난해 국내 진출 이래 최대 매출인 8679억원을 달성했다. 가맹점 매출까지 더하면 연 매출 1조원 이상에 이르지만 영업이익은 매년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2019년에는 440억원, 2020년 483억원, 지난해에는 27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미국 본사가 한국맥도날드를 처분하기로 했다는 것이 업계의 평이다. 한국 맥도날드는 <IB토마토>에 "맥도날드는 브랜드를 성장시킬 전략적 파트너를 찾고 있으며 외부 전문 기관과 협력해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라며 "자세한 내용은 적절한 시점에 말씀드리도록 하겠다"라고 전했다.
 
맥도날드뿐만이 아니다. 글로벌 사모펀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는 지난해 말 골드만삭스를 자문사로 선정하고 버거킹의 한국·일본 사업권 매각에 나섰다. 시장에서는 버거킹의 몸값을 7000억원에서 1조원으로 예상한다. 어피너티는 2016년 한국 버거킹 지분 100%를 2100억원에 사들인 바 있다.
 
어피너티의 공격경영에 힘입어 버거킹 경영 성적표는 좋은 편이다. 버거킹의 2021년 매출은 2020년과 비교해 18.7% 늘어난 약 6784억원이다. 이는 한국 진출 이후 최대 실적이다. 같은 기간 버거킹 영업이익은 약 248억원으로 2020년 대비 204% 신장했다. 당기순이익은 120억원이다.
 
몸값으로 1조원이 거론되는 버거킹은 매장 수와 실적 또한 안정적이다. 버거킹은 지난해 기준 국내 440곳의 매장을 보유하며 맥도날드(404개)를 제치고 롯데리아, 맘스터치에 이어 국내 매장 수 3위에 올라 있다.
 
다만 버거킹의 성장세가 더 늘어날 여지가 있느냐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매장을 늘리며 실적까지 올렸던 매각 측 전략이 반대로 한계에 봉착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동시에 부각하고 있어서다. 시장에서 점치는 1조원이라는 가격대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기화학을 모태로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급성장해온 KG그룹 또한 삼정KPMG를 KFC 매각 주간사로 선정하고 매각을 추진 중이다. KG그룹은 2017년 KFC 한국법인인 SRS코리아 지분 100%를 500억원에 인수했다. 매각가는 1000억원 안팎으로 전해졌다.
 
실적 부진을 타개하지 못했던 KFC는 KG그룹에 인수된 이후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내리막길을 걸어 부채비율이 6600%를 넘어섰다. KG그룹이 희망하는 기업 가치는 약 1000억원이다.
 
지난 3월 자진 상장폐지한 맘스터치도 올해 하반기엔 매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상장 폐지 당시 일각에서는 맘스터치 최대 주주인 사모펀드 케이엘파트너스가 기업 재매각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잡음을 최소화하기 위해 상장 폐지를 결정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사진=연합뉴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햄버거 시장 규모는 2015년 2조3000억원, 2018년 2조8000억원, 2020년 2조9600억원으로 성장해왔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4조원대까지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주요 버거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매각에 나선 것은 올 하반기를 높은 몸값을 받을 수 있는 적기로 보고 있기 때문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후 일상회복이 본격화하면서 올 하반기부터는 실적 개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반면 최근 쉑쉑버거, 에그슬럿 등 해외 유명 브랜드가 국내 버거 시장에 진출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져 새 주인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건설사부터 모피회사 등 다양한 기업이 햄버거 사업에 뛰어들며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경쟁력은 떨어지고 매출의 불확실성도 커진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사진=연합뉴스)
 
IB업계 관계자는 현 상황에 대해 <IB토마토>에 “이전에는 소수의 주요 브랜드 햄버거들만이 시장의 대표 지위를 차치하고 있었지만, 현재는 해외 브랜드의 햄버거들이 들어오는 등 시장이 전에 비해 커졌다”라며 “경쟁상대 또한 많아지고 인건비, 배달수수료, 원가 등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했을 때 영업이익을 내기가 힘든 구조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장에서는 이 때문에 매각을 진행할 수 밖에 없는 것”이라며 “시장의 구조가 변화했다 보니 각 사 모두 매각 수순이 순조롭게만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지금 시기에 햄버거 프랜차이즈들이 매물로 나온 건 우연이 아니다”라며 “배달로 실적이 개선된데다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지금 시기를 매각 적기로 봤다고 본다”라고 설명했다. M&A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졌을 경우 시장 변화에 대해서는 “인수 기업의 방향성이나 아이덴티티에 따라 변화가 있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라며 “가령 마케팅의 색깔이나 구조가 바뀔 가능성도 있으며 그에 따라 시장에도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주리 기자 rainbo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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