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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빈

현대重 자랑 '선박 육상건조' 왜 사라졌나

최악 수주가뭄으로 빈 도크 넘쳐.."물량 많아지면 언제든 재가동"

2010-10-06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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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성빈 기자] "도크가 아닌 맨 땅에서 배를 만든다"
 
2000년대 중후반, 선박건조 신공법으로 개가를 올렸던 현대중공업(009540)의 '육상 건조 공법'의 실체다.
 
도크(Dock)는 배를 건조하는 작업장이자 완성 후 바다에 띄울 수 있도록 물을 채우는 대형 선창으로 예나 지금이나 도크의 존재는 선박 건조를 가능케 하는 절대적 요소다. 그만큼 당시 '도크'가 아닌 '맨 땅'에서 선박을 건조한다는 것은 일대 혁명이었다.
 
하지만 달도 차면 기우는 법. 개혁과도 같았던 육상건조 공법도 2009년 조선업 침체 속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채 조용히 다시 깨어날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 현대중공업이 2004년 10월, 세계 최초로 육상 건조방식으로 만든 러시아 노보쉽社 10.5만톤급 원유운반선 '첼린저호'
 
◇ `04년 세계 최초 '육상 건조'.. `07~`08년 전성기
 
현대중공업은 지난 2004년 10월, 러시아 노보쉽사로부터 수주한 10만5000톤급 원유운반선(COT)을 도크 없이 육상에서 건조·진수하는데 성공하며 세계 최초로 선박 육상 건조의 신호탄을 쐈다.
 
이후 현대중공업은 노보쉽사로의 동급 원유운반선 8척, 카타르 QSC사의 정유제품운반선 2척을 건조하며 2006년 6월, 육상 건조 2년만에 100만톤 건조 기록을 달성했다.
 
조선업황 최대 호황기였던 2007~2008년으로 넘어오면서 육상 건조도 전성기를 맞았다.
 
같은 해 7월 현대중공업은 해양공장에서 육상 건조 방식으로 완공된 세계 최초의 8만2000㎥급 LPG선을 진수했다. 비교적 공법이 간단한 유조선에 이어 화물시스템이 복잡한 특수 고부가가치 선박까지 육상 건조에 성공하면서 조선소에서 더이상 '도크'의 개념이 사라지게 됐다. 어떤 선박이든 육상에서 지을 수 있게 됐단 얘기다.
 
또 최초 육상 건조시 85일이 걸렸던 선체 제작이 당시에는 도크에서 제작하는 일수와 같은 55일로까지 단축되면서 효율성과 경제성도 증명해냈다.
 
당시 현대중공업은 육상 건조를 전제로 독일, 러시아, 인도 등 해외선사로부터 유조선·LPG운반선 등 50여척을 수주, 육상 건조 능력을 연간 8척에서 16척으로 2배 늘려 잡으며 육상 건조에 더욱 가속도를 붙여갔다.
 
◇ 현대중공업이 2007년 7월, 세계 최초로 육상 건조에 성공한 노르웨이 베르게센社 8.2만㎥급 LPG선
 
◇ '발주 無' `09년 조선업 침체..육상 건조 '사양길'
 
하지만 2008년말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2009년 조선업계 전체가 극심한 침체에 빠지자 현대중공업의 육상 건조도 차츰 설 곳을 잃어갔다.
 
원래 처음부터 유례없는 조선 호황기를 맞아 쏟아지는 발주물량을 도크만으로 감당할 수 없어 생각해낸 것이 육상 건조 공법이었다.
 
그만큼 전세계적으로 발주 '0' 이라는 최악의 수주 가뭄 속에서 현대중공업은 그나마 수주 받아 둔 선박들을 빈 도크에서부터 우선적으로 채워 나갔다.
 
더이상 도크 공법에 비해 상대적으로 효율성이 밀리는 육상 건조를 굳이 선택할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결국 현대중공업은 2009년 11월, 에콰도르 프로팩샤사의 정유운반선 진수를 끝으로 5년간 50척의 선박 건조 성과를 낸 육상 건조 선대를 철거했다.
 
전재천 대신증권 연구원은 "육상 건조 공법은 조선업황 호황 시절, 정해진 조건 안에서 건조 효율성을 최대로 올리기 위했던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실제로 올해 들어 현대중공업 조선부문 매출이 전년대비 18% 감소했고 도크 가동률도 85%에만 미치는 만큼 육상 건조를 할 이유가 없어졌다"고 진단했다.
 
◇ '잠자는' 육상 건조.."호황되면 다시 깨어날 것"
 
이렇게 역사 속으로 사라진 현대중공업의 육상 건조 기법이지만 조선업황이 다시 2000년대 중반과 같은 호황기를 맞는다면 언제든 다시 가동될 여지는 충분하다. 
 
송재학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중공업의 육상 건조 중단은 조선업황의 침체 이후 건조 스케쥴 조정을 통한 가동률 정상화 과정에서 수반된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그렇다고 육상 건조 기술이 아예 없어졌다는 이야기는 아니다"며 "육상 건조 기술은 시기가 무르익으면 다시 가동될 수 있고 실제로 기술 자체가 발전돼 선박 건조를 넘어 해양 부문에서도 사용될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현재 육상 건조 공법 관련 자재들은 아직까지 현장에 보관돼 있다"이라며 "발주 물량이 늘어날 경우 언제든 재가동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토마토 이성빈 기자 brick7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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