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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환

학교 급식 노동자들 "폐암 진단받고도 계속 일 해"

서울시 기준, 1명당 학생 125명 담당

2022-10-20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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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장성환 기자] "한 조리노동자는 폐암 진단을 받았는데 당장 대체할 인력이 없어 며칠 더 일하고 입원하기도 했어요. 대체 인력을 구하기 쉽지 않아 중고 거래 사이트에 글을 올리기도 합니다."(박정호 비정규노조 정책실장)
 
학교 급식실 조리노동자들이 열악한 노동 환경을 호소하면서 교육당국에 '인력 충원'과 '급식실 환기시설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에 대해 점진적으로 개선 노력을 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 서동용 의원은 지난 17일 진행된 서울시교육청 등에 대한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서울시교육청의 학교 급식실 조리노동자 건강 관리 문제를 지적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2월 '학교 급식 노동자 대상 폐암 건강검진 실시 지침'을 발표했으나 서울시교육청은 최근에서야 급식실 조리노동자의 폐암 무료 검진을 시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고용노동부 지침에 따르면 학교 급식실 조리노동자 가운데 55세 이상이거나 급식 업무 경력이 10년 이상인 현직 노동자만 저선량 폐 CT 촬영 검사를 받도록 돼 있으나 우리는 전체 급식실 조리노동자로 대상을 확대하느라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20일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비정규노조) 등에 따르면 실제 학교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급식실 조리노동자들은 폐 CT 촬영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노동 환경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들은 가장 시급한 해결 과제로 '1인당 식수 인원 배치 기준 하향'을 꼽는다. '1인당 식수 인원 배치 기준'은 급식실 조리노동자 1명이 학생 몇 명분의 급식을 담당해야 하는지 정한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기준 서울 학교 급식실 조리노동자 1명이 맡고 있는 학생 수는 125명이다. 이는 2016년 148명에 비해 개선된 수치이지만 인력 충원으로 최소 80명 수준까지 내려야 한다는 게 급식실 조리노동자들의 주장이다.
 
박정호 비정규노조 정책실장은 "매일 약 1000명분의 음식을 급식실 조리노동자 6~7명이 3~4시간 안에 만들어야 할 정도로 노동 강도가 높다. 학교 급식실은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컨베이어 벨트나 다름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1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남아서 일하는 사람들이 워낙 힘들어지다 보니 마음 놓고 연차나 병가를 쓰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대체 인력이 없어 피치 못할 사정으로 자리를 비우게 될 경우 조리노동자가 직접 자신의 일을 대신할 사람까지 구해야 한다"고 덧붙엿다.
 
급식실 환기시설 개선도 주요 요구사항이다. 급식실 조리노동자들은 최근 상당수 학교가 리모델링 등으로 급식실 규모도 커지고 외관 역시 깨끗해졌으나 환기시설은 충분치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혜진 비정규노조 서울지부 급식분과장은 "학교 급식이라는 게 워낙 단시간에 많은 양의 음식을 만들어야 하다 보니 튀김·전·국 등 여러 요리가 한꺼번에 조리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때 급식실은 시야가 흐려질 정도로 환기가 잘 안 된다. 이로 인해 조리노동자들은 눈이 따갑고 목이 아프지만 참고 일할 수밖에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서울시교육청은 학교 급식실 조리노동자들의 요구사항을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예산 문제 등으로 인해 한 번에 모든 것을 다 해결할 수는 없지만 점차적으로 보완해 나가고자 계획하고 있다. 또한 학령인구 감소로 학생 수가 줄어들고 있는 만큼 앞으로 정책의 효과가 더 극대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1인당 식수 인원 배치 기준의 경우 서울 학교와 지방 학교를 많이 비교하는데 서울이 학생 수가 훨씬 많아 지방과 비슷하게 맞추려면 지금 인원의 2배가 필요하다. 이는 1000억원의 예산이 추가로 필요한 일"이라며 "서울 학교에 근무하는 급식실 조리노동자들이 높은 노동 강도로 힘들어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지금까지 꾸준히 노력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밝혔다.
 
급식실 환기시설 개선 문제를 두고는 "내년부터 서울 학교 급식실의 환기시설을 개선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라면서 "구체적인 사항은 근로자 대표와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소속 급식실 조리노동자들이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정문 앞에서 '인력 부족'과 '급식실 환기시설 개선' 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사진 = 장성환 기자)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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