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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서

통과 가능성 '제로'에도 '대장동 특검법' 곧 발의…민주당 속내는?

우호적 민심 확인에 반색…대국민 여론·대검찰 압박 카드 '포석'

2022-10-28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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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28일 오전 대구 북구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 찾아 화재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민주당이 ‘대장동 특검법’ 발의 준비를 사실상 마쳤다. 하지만 특검법이 발의되더라도 국민의힘을 비롯해 정의당·시대전환 등이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어 관철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특검법 발의까지는 움직인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윤석열정부의 정치보복이라는 대국민 여론전을 이어가는 동시에 검찰에 대한 압박 측면에서 효과적인 카드이기 때문이다. 
 
현재 민주당은 박주민 의원을 중심으로 대장동 특검법 발의를 준비 중이다. 특검법 범위는 대장동 의혹으로 한정한다. 특검도 기존 형태로 간다. 대한변호사협회가 특검 후보군 4명을 추천하면 여야가 2명으로 압축하고 대통령이 1명을 특검으로 최종 임명하는 방식이다.
 
당초 이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이 연루된 부산저축은행 부실수사 의혹, 대장동 의혹의 핵심 관련자인 김만배씨 누나의 윤 대통령 부친 집 매입 의혹 등도 함께 특검 대상에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물타기’라며 단칼에 거절하자, 이 대표는 윤 대통령 의혹은 제외한 특검 도입을 다시 제안했다. 이 대표의 최측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구속과 함께 검찰 수사가 대선 자금으로까지 확대되자, 결백을 강조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특검법이 발의되더라도 관철까지는 어려울 전망이다. 민주당이 특검법을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통상 법률안 심사와 마찬가지로 상임위를 통해 본회의를 통과하는 방안이다. 하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이 맡고 있어 상임위 전체회의에 상정 자체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김 의원은 지난 25일 민주당의 특검법 제안에 대해 “(검찰)수사를 방해하려고 그러는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기자들이 ‘상정 여부’에 대해 묻자 “안 한다”고 잘라 말했다. 
 
특검법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태우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법사위 구성을 볼 때 이 또한 쉽지 않다. 국회법상 패스트트랙을 요청하기 위해서는 전체 의원의 과반수인 151명 이상 또는 해당 상임위 전체 위원 과반수의 서명이 있어야 한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는 문제는 더욱 문이 좁다. 재적의원 또는 상임위 재적 위원의 5분의3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국민의힘 반대가 커, 상임위인 법사위 5분의3인 11명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현재 민주당 법사위원은 10명이다. 
 
때문에 법사위 내 유일한 비교섭단체인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패스트트랙 지정에 핵심 키를 쥐게 됐다. 하지만 조 의원은 지난 25일 “이 시점에서 특검을 추진하는 것이 가장 옳은 방법인가를 놓고 많은 분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며 사실상의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특검법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다고 해도, 상당 시간이 소요된다.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된 법안은 소관 상임위에서 180일, 법사위에서 90일 이내 심사를 마쳐야 한다. 또 본회의에 부의된 이후 60일 이내 본회의에 상정되어야 한다. 이를 고려하면 특검법은 본회의 상정까지 최대 330일이 소요될 수 있다. 상임위에서 안건조정제도 등을 통해 심사기간을 90일까지 줄이고 국회의장 재량에 따라 부의 기간을 생략해도 본회의 상정까지 180일이 소요된다. 특검법 통과보다 검찰 수사결과 발표가 빠를 수 있다. 
 
민주당이 마지막으로 고려할 수 있는 방안은 김진표 국회의장을 설득해 특검법을 직권상정하는 길이다. 김 의장은 민주당 출신으로, 설득 가능성이 아예 막혀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중립의 의무를 지켜야 할 국회의장이 특정 정당만 동의하는 안건을 직권상정한다면 국회는 재차 극한의 대립 양상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설사 김 의장이 모든 정치적 부담을 지고 직권상정해 특검법이 통과해도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끝이다. 민주당이 이를 뒤집으려면 국회의원 3분의2(200명)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다. 
 
민주당도 특검법이 현실적으로 실현되기 어렵다는 점을 알고 있다. 친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은 지난 25일 특검 실현 가능성에 대해 “쉽지 않다”고 솔직하게 인정했다. 그는 “특검법이 법사위 소관 법률이고 법사위에 상정하려면 위원장이 동의를 해줘야 하는데 현 위원장이 여당 소속”이라며 “소위 말하는 패스트트랙에 태워서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해서 통과시키는 방법은 상당한 기간이 걸린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도)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아무 것도 안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28일 오전 대구 북구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 화재현장을 찾아 소방대원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통과 가능성이 희박함에도 민주당이 특검을 추진하는 이유는 대국민 여론전이자 대검찰 압박용으로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그간 이 대표는 자신에 대한 사법리크스를 당 최고위원들과 원내지도부, 특위 등에 맡긴 채 민생에 집중해 왔다. 기자들의 숱한 질문에도 언급 자체를 극도로 삼가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자신의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자 전면에 나서 대응했다. 특히 김 부원장이 받은 불법 정치자금이 대장동 민간 개발이익에서 건네졌고, 대선 경선자금으로 활용됐다는 검찰의 의심이 더해지면서 방향은 이 대표의 대선 자금으로 틀어졌다. 
 
이 대표는 지난 24일 검찰이 민주당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재시도하자, 현장에서 눈물까지 보이며 “국민 여러분께서 이 역사의 현장을 잊지 마시고 퇴행하는 민주주의를 꼭 지켜주시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 대표가 자신의 가족사를 제외하고 자신이 연루된 의혹에 눈물을 보이며 국민적 감정에 호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 대표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고 김해영 전 의원이 퇴진 요구까지 제기한 상황에서 민주당은 다시 이 대표를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형성했다. 감사원을 중심으로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정조준되자 이 대표와 대립했던 친문 진영도 이 대표 지키기에 나섰다.   
 
무엇보다 우호적 여론이 확인된 점은 이 대표로서는 활로가 됐다. 28일 발표된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 정기 여론조사 결과, 국민 54.0%가 이 대표를 겨냥한 검찰 수사를 "야당탄압, 정치보복 수사"로 인식했다. 41.7%는 "혐의에 대한 정당한 수사"라고 답했다. 검찰 수사에 대한 불신은 이 대표가 제안한 특검 도입의 찬성 여론으로 이어졌다. 국민 53.6%는 대장동 의혹 전반에 대한 수사 주체로 '특검'을 지목했다. '검찰'이 합당하다는 의견은 36.9%에 그쳤다. 당대표 퇴진 요구에 대해서도 '반대' 의견이 46.1%로 '찬성'(37.3%)을 앞질렀다. 앞서 26일 발표된 쿠키뉴스 여론조사에서도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정치탄압이라는 야당 주장에 52.7%가 '동의'를 표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대선 경선자금으로 수사 범위를 넓히며 이 대표를 압박한 검찰로서는 진술 이외의 혐의를 입증할 구체적 물증이 절실해졌다. 민주당과 이 대표는 이 점을 노려 특검법을 통해 검찰 수사의 부당성과 무죄를 강하게 주장하는 한편 검찰 수사에도 압박을 가한다는 전략이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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