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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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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의 각성한 네오처럼, 세상 모든 것을 재테크 기호로 풀어 전하겠습니다....
고물가에 기죽었던 테슬라·비트코인 날았다

유동성 기대감에 동반상승…실적성장 테슬라는 다르다

2023-01-28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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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금리 상승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잦아들면서 자산가격이 들썩이고 있습니다. 특히 유동성에 민감한 성장주와 암호화폐의 상승세가 뚜렷합니다. 각 부문의 대표주자라 할 수 있는 테슬라와 비트코인은 연초 이후 30% 넘게 올랐습니다. 강세의 배경이 닮은 듯 다른 두 종목의 동반 상승은 계속될 수 있을까요? 머지않아 갈림길에 설 것으로 전망됩니다. 
 
지난 26일(현지시각) 미국 나스닥 증시에서 테슬라(TSLA)는 10.97% 급등한 160.27달러로 거래를 마감했습니다. 테슬라는 올해 들어 강한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테슬라는 123.18달러로 지난해 주식시장을 마무리했습니다. 즉 올해에만 30.11% 상승한 것이죠. 
 
사실 테슬라는 올해 첫 거래일이었던 1월3일 지난 2년 중 가장 낮은 108.10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잠시 반등한 시기도 있었지만 크게 보면 2022년 내내 하락세였습니다. 그러다가 이날 저점을 찍은 것이죠. 3일 종가에서 올려다보면 테슬라의 상승률은 48.26%에 달합니다. 하루에도 50% 상승이 예사인 미국 주식시장에서 4주에 걸쳐 48% 오른 것이 특별한 일은 아니지만, 이제 바닥을 다지고 올라서는 분위기여서 투자자들도 반색하고 있습니다. 
 
테슬라의 반등은 시장의 금리 전망이 우호적으로 바뀌면서 시작됐습니다. 증시의 다른 성장주들이 고개를 든 시기와 비슷합니다. 성장주들은 대부분 코로나 팬데믹 기간 중 유동성 파티에 힘입어 고점을 찍었습니다. 연방준비제도(Fed)가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려 유동성을 빨아들이자 주가가 하락했죠. 그러니 금리 상승에 대한 우려가 줄어든 요즘 이들의 주가가 다시 꿈틀대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물가전망 따라 춤추는 비트코인
 
유동성에 민감하기로는 암호화폐만한 것이 없죠. 비트코인은 연초 이후 39.18% 오르며 2만3000달러를 넘어섰습니다. 비트코인은 2020년 7월 1만달러를 돌파하고 잠시 횡보하다가 10월부터 강하게 상승, 이듬해 4월에 6만달러를 돌파했죠. 하락 조정 후 11월에 다시 7만달러를 넘보기도 했는데 꼬박 1년 동안 하락했습니다. 지난해 11월 1만6000달러 선에서 하방경직성이 강해졌고 올해 반등을 시작했습니다. 
 
비트코인이야 말고 금리 말고는 오를 이유를 찾기 어렵습니다. 암호화폐 관리업체 IDX의 벤 맥밀런 CIO는 야후파이낸스와 인터뷰에서 비트코인 공매도 청산이 발생하고 있다는 이유로 장기 상승 가능성을 거론했습니다. IDX에 따르면 지난 12일 이후 13억달러 규모의 비트코인 숏포지션이 청산됐다는군요. 공매도 청산 또한 물가와 금리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투자결과이므로 근본적인 원인이 될 수는 없습니다.
 
 
같은 이유로 금가격이 오르고 있는 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26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COMEX)에서 금 선물가격(2월만기)은 온스당 1930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작년 4월 이후 처음으로 2000달러 선에 다가선 것입니다. 
 
금 시세도 비트코인과 마찬가지로 지난해 11월 초부터 상승을 시작했습니다. 금리 전망에 따라 ‘킹달러’가 약해지면서 그 대척점에 있는 금 가격이 움직인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금 선물가격은 장기물일수록 시세가 높게 형성돼 있습니다. 2월만기보다 3월, 3월보다 4월물 시세가 더 높아요. 같은 날 8월물 시세는 온스당 1980.8달러입니다. 더 오를 거란 전망이 가격에 녹아 있습니다. 
 
유동성에 기대어 상승한다는 점에서 테슬라와 비트코인과 금은 서로 닮았지만 앞으로 계속 같은 방향을 향할지는 의문입니다. 연준의 한마디에 흔들릴 가능성이 크죠. 하지만 테슬라는 유동성이 아니라도 자체적인 재료를 갖고 있습니다. 
 
테슬라, 아직 비싸지만 성장은 계속 
 
테슬라는 최근 시장의 예상을 넘어선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지난 4분기에 243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했어요. 전년 동기 대비 37.2% 증가한 기록이자 시장의 예상(241억달러)보다 많습니다. 
 
자동차 부문 순이익률은 2021년의 29.3%보다 살짝 떨어진 28.5%에 그쳤지만 영업이익률이 전년 12.1%에서 16.8%로 상승했어요.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는 실적 설명회에서 올해 전기차 수요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제시했습니다. 시장은 경기가 둔화하고 있는데도 예상보다 좋은 분기 실적을 올린 것과 올해 수요 전망이 투자자들을 안심시킨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주가가 연초부터 많이 오르긴 했지만 낙폭에 비하면 별 것 아닙니다. 테슬라의 올해 첫 영업일 주가는 108달러였지만 작년 1월 첫날 주가는 402.66달러였습니다. 딱 1년 만에 거의 4분의 1 토막이 난 셈이죠. 50% 가까이 상승한 결과가 고점 대비 60% 하락률입니다. 
 
낙폭이 상당했기에 주가가 하락할수록 그 반작용으로 과매도 평가와 반등 기대감도 함께 커졌습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건 주가의 하락 때문에 제기된 분석입니다. 현재 테슬라의 주가는 실적에 비해 높습니다. 4분기 주당순이익(EPS)은 일회성 비용을 제외(non-GAAP)해도 1.19달러입니다. 연간 EPS는 1년 전보다 2배 이상 증가하겠지만 현재 주가에 비하면 여전히 부담스러운 가격입니다. 테슬라의 성장은 놀랍지만 새로 주식을 매수하기엔 주저할 만한 것이죠. 다른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는 환경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다만 지켜볼 만한 구석은 있습니다. 테슬라는 미국 캘리포니아와 텍사스, 네바다 그리고 중국 상하이와 독일 베를린에 생산설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계속 증설 중이고요. 작년말 기준 200만대가량 생산 가능한 캐파인데 실제로는 133만대 생산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올해는 230만대 수준으로 생산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판매량이 급증하면 매출과 이익도 달라지겠죠.
 
또한 슈퍼차징 충전소 숫자도 빠르게 늘려가는 중입니다. 최근 판매가격을 인하해 마진 감소 우려가 커졌는데 비용 절감을 반영해 멀리 내다보고 결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여기에 영업이익률 상승세가 받쳐준다면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을 실적을 기록할 수도 있을 겁니다. 
 
성장주나 비트코인이나 물가가 안정되어 가면서 금리 정점이 다가올 거라 함께 환호하지만 언젠가는 갈림길에 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단기를 보느냐 멀리 바라보느냐에 따라 투자자의 결정도 달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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