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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훈

'재정 건전성'만 좇는 윤 정부…기재부 과도한 권한 지적

"부채 상황 비교적 적은 편…작년 채무 증가는 감세 탓"

2023-04-10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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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재정 건전성 확보'라는 구호만 내밀고 있는 윤석열 정부가 '재정준칙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법제화로 인한 소극적 재정 당국의 운영이 오히려 양극화 심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글로벌 정치경제의 대전환 시기에는 정부 재정의 역할을 선도적으로 운영해야 급격한 변화와 충격으로부터 이겨낼 수 있다는 조언입니다.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는 경제 위기 상황 등 재정준칙 적용 예외 사유를 규정하고 있다며 해명했지만 고정된 숫자를 못 박는 방식의 준칙은 대체로 지켜지지 않았다며 부정적 견해와 기재부의 과도한 권한까지 지적되고 있습니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는 1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긴급 좌담회를 열고 윤석열 정부가 추진 중인 '재정준칙 법제화 문제 진단'을 통해 이 같은 부정적 견해를 밝혔습니다.
 
이날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실행위원인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 정부의 포률리즘 정책에서 기인된 부채 프레임 주장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정 교수는 "2020년 기준 GDP 대비 총부채는 선진국 평균 123.2%인 것과 비교해 한국은 48.7%"라며 "한국의 부채 상황이 선진국 평균에 비해 매우 적은 상황"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는 1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정부 역할 외면하고 복지 절벽 초래하는 재정준칙 법제화 문제 진단'이란 긴급 좌담회를 개최했습니다. 자료는 선진국 일반 정부 총부채. (그래프=뉴스토마토)
 
이어 "2022년 대선 전 문재인정부가 단행한 1차 추경은 16조6000억원, 그 이후 윤석열정부가 한 2차 추경은 55조2000억원에 이르렀다. 이는 양도세 종합부동산세 등 자산 관련 세금을 줄였기 때문"이라며 "문재인 정부 시절 코로나19 대응으로 채무가 증가한 것이 포퓰리즘이라면 2022년 채무가 증가한 것도 윤석열정부의 포퓰리즘과 부자 감세 때문"이라고 꼬짚었습니다.
 
또 "EU 국가들은 통합 과정에서 서로를 견제하는 수단으로서 1992년 재정준칙을 도입했다. 개도국 중에서는 아프리카 국가들이 경제공동체 형성과 관련해 많이 도입했다. 남미 국가들은 국가채무가 많은 상태여서 이를 도입했다"며 "우리는 어느 경우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재정세제위원장인 유호림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요즘 같은 글로벌 정치경제의 대전환 시기에는 특히 정부와 재정의 역할이 선도적으로 작용해야 한다"며 "시장은 대전환 시기에 외부로부터 전이되는 급격한 변화와 충격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뿐 아니라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 없이는 그러한 상황을 이겨낼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윤석열 정부의 재정준칙 법제화는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의 개입과 대응을 권고하는 OECD의 정책보고서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그뿐 아니라 유동성 증가와 지정학적 리스크의 전이로 촉발된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핵심적 수단인 재정에 스스로 족쇄를 채우고 경제를 활성화하려는 이상한 정책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앞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2020년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 상황을 '위기', '봉쇄', '전환', '포스트 코로나'로 구분했습니다. OECD는 '포스트 코로나' 단계에서는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지출한 재정을 충당할 수 있는 조세 정책, 즉 증세 방안을 수립할 것을 제안한 바 있습니다.
 
나원준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개정법률안의 재정준칙은 공적 안전망 확충의 사회적 요구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한다"며 "재정준칙의 기계적인 준수는 결국 사회 정책과 복지 재정을 최우선으로 위축해 불평등과 양극화를 악화하는 부작용을 초래하기 쉽다"고 우려했습니다.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을 3% 이내로 유지하고 국가채무비율이 60%를 넘어서면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2%까지만 허용하자는 내용의 재정준칙 법제화 내용도 유럽 사례를 볼 때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나원준 교수는 "60% 준칙은 1980년대 말 유럽 주요국의 국가채무비율 평균에, 그리고 3% 준칙은 독일 구 헌법에 따른 재정적자 비율의 역사적 평균을 따른 것이었다"며 "둘 다 경제 통합을 위해 국가 간 격차를 줄이기 위한 수렴 기준이었을 뿐 어떤 별도의 이론적 정당화 근거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부연했습니다.
 
이어 "고정된 숫자를 못 박는 방식의 준칙이 여태 대체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중요하다"며 "재정준칙이 적용되기 시작한 2001년 이래 심지어는 독일도 2003년부터는 최근까지 단 한 해도 준칙을 지키지 못했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재부 측은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재정준칙 관련 법안은 추경 편성 사유에 해당하는 경제 위기 상황 등에서는 재정준칙 적용 예외 사유를 규정하고 있어 재정의 적극적 역할 수행이 가능하다"고 반박했습니다.
 
이어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3%, 국가채무비율 60% 기준은 재정의 역할과 재정 건전성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해 과거 추이와 주요 선진국 사례, 우리나라의 현재 채무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설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는 1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정부 역할 외면하고 복지 절벽 초래하는 재정준칙 법제화 문제 진단'이란 긴급 좌담회를 개최했습니다. (사진=참여연대)
 
정순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복지재정위원회 부위원장은 "재정 정책의 강화가 요구되고 그러한 역량도 존재하는 상황에서 감세나 재정준칙을 추진하는 정부의 입장은 작은 정부란 정치적 아젠다에 매몰돼 지나친 긴축 편향을 보이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재정 정책과 관련해서는 경직성을 가질 수밖에 없는 행정 편의적 사전 규제보다 재정으로 증가한 후생에 대한 사후적 평가를 보다 강화해 효과성을 높여가는 방향으로 일차적 논의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의 예산과 재정, 관리와 평가에 관한 권한이 모두 기획재정부에 집중된 현재 정부 조직 체계에 비춰 봐도 재정준칙으로 발생할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따라서 재정준칙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그 전제로서 기재부 내부의 권한 분산과 투명성 강화 등의 대책이 먼저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공성식 공공운수노조 정책실장은 "재정준칙 법제화 추진은 즉각 중단돼야 하며 현 정부의 감세와 보수적 재정 정책, 공공 부문 축소와 구조조정 정책도 전면 수정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어 "재정준칙 법제화는 단기적으로는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 위기, 고물가와 경기 침체 등 경기 변동에 대한 대응, 중기적으로는 심각해진 불평등의 해결, 인구 구조 변화, 장기적으로는 탈탄소 전환 등에 이르기까지 재정이 담당해야 할 기능과 역할을 제약한다"며 "이는 결과적으로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한 국가의 책임과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약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는 1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정부 역할 외면하고 복지 절벽 초래하는 재정준칙 법제화 문제 진단'이란 긴급 좌담회를 개최했습니다. 사진은 5만원권 지폐. (사진=참여연대)
 
세종=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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