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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구의 정치학

한일 정상, 대구 개막전·WBC 한일전 시구 배경엔 '지지율' 고려

2023-04-07 17:26

조회수 : 2,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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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WBC 한일전 시구자로 나선 것에 대해 우리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 발표와 관련한 자신의 성과를 홍보하기 위한 차원의 정치적 목적이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대다수 일본 국민들은 우리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 발표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사실상 이번 문제를 일본 외교의 완승으로 평가했습니다.
 
이러한 일본 내 분위기에서 기시다 총리가 자신이 좋아하는 야구를 통해 대중들에게 나서고 싶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기시다 총리는 '강제동원 문제를 해결한 사람은 나'라고 자신 있게 일본 국민들에게 알리며 등장하고 싶었을 것인데, 이러한 무대로 한일전 시구는 여러모로 안성맞춤이었다는 거죠. 실제 우리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 발표에 이어 한일전 시구 이후 기시다 총리의 지지율은 크게 상승했습니다.
 
한일 정상의 시구 장면. (사진=뉴시스)
 
이후 한국 프로야구 개막전에선 윤석열 대통령이 시구에 나섰습니다. 윤 대통령도 기시다 총리 못지않은 야구광으로 유명합니다. 야구부를 둔 충암고를 나와 자연스럽게 야구와 가까워졌습니다. 또 서울대 법대 시절 단과대학 야구부 활동도 했다고 합니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확정된 뒤 2021년 한국시리즈 1차전을 현장에서 관전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야구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초등학교 시절부터 학교에 가면 엉덩이 밑에 야구 글러브를 깔고 앉아 수업을 들을 정도로 야구광이었다"고 야구에 대한 애정을 보였습니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교내 야구부 출신이란 공통점이 있습니다. 기시다 총리도 도쿄에 있는 가이세이고등학교 재학 중 야구부에서 2번 타자에 2루수 또는 유격수로 뛰었습니다. 이런 두 정상이 최근 프로야구 경기에서 시구를 한 겁니다.
 
다만 윤 대통령의 개막전 시구는 의미가 좀 다를 것 같습니다. 그동안 현직 대통령의 개막전 시구는 프로야구 출범 원년인 1982년 전두환씨, 1995년 김영삼 전 대통령뿐이었는데요. 이번에 윤 대통령이 시구하면서 세 번째 사례가 됐습니다.
 
하지만 장소 선택은 좀 논란이 됐는데요. 굳이 대구에서 가서 시구를 해야 했느냐는 지적입니다. 앞서 전직 대통령들이 서울에서 시구를 한 반면 윤 대통령은 보수진영의 텃밭인 대구에서 시구를 했습니다. 일각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은 민주당의 텃밭인 광주에서 시구하지 않았느냐고 하지만, 문 전 대통령은 2017년 한국시리즈 1차전 시구에 나선 것이어서 윤 대통령의 사례와는 맞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대구에서 시구를 한 데 이어 서문시장을 찾은 것은 다시 한번 보수 지지층의 결집을 의도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강제동원 해법 발표', '주 69시간' 근로시간 개편안 논란 이후 대통령 지지율이 하향 곡선을 그리자, 보수 세력의 핵심적 지지 기반인 대구·경북의 지지층 결집 차원에서 윤 대통령이 대구에서 시구도 하고 서문시장도 방문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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