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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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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표 디벼보기)아르헨 주가, 착시 걷어내도 올랐다

물가 109%·기준금리 97%…“하이퍼인플레, 주가는 상승”

2023-05-25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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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아르헨티나 증시가 거침없이 오르며 매일 신고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습니다. 물가와 금리는 폭등하고 화폐가치는 추락하고 있지만 착시효과를 걷어내도 주가는 올랐습니다. 하이퍼인플레이션을 헤지하기 위한 주식 매수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22일(현지시각)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2000페소 신권을 발행하기 시작했습니다. 물가가 폭등하면서 화폐가치가 폭락해 고액권의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기존의 고액권은 1000페소였습니다. 
 
아르헨티나는 현재 하이퍼인플레이션을 겪고 있습니다. 4월 소비자물가상승률(CPI)은 전년 동기 대비 109%를 기록했습니다. 올해에만 1월에는 98%, 2월 102%, 3월 104%로 물가상승폭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사실 아르헨티나 정부의 통계 신뢰도가 낮아 실제 물가는 이보다 더 올랐을 가능성이 큽니다.
 
물가가 미친 듯이 오르는데 중앙은행이 손 놓고 있을 리는 없습니다. 물가 방어를 위해 금리를 대폭 인상하는 등 총력 대응 중입니다. 5월 현재 아르헨티나의 기준금리는 무려 97.00%입니다. 4월엔 두 차례나 올렸어요.
 
중앙은행의 총력 방어에도 화폐가치는 속절없이 추락하고 있습니다. 아르헨티나 페소화 환율은 2020년 1월 1달러당 60페소 수준에서 2022년 1월 100페소로 뛰었고 지금은 235페소가 됐습니다. 3년 만에 페소화의 가치가 반의 반 토막이 된 것입니다.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더 나빠지고 있는 것이 지금의 아르헨티나 경제입니다. 
 
알고 보면 아르헨티나는 벌써 아홉 번이나 국가부도 사태를 경험한 경제 불량국입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원도 여러 번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2019년 집권한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무상복지 공약 실천을 위해 대규모 적자재정을 동원, 통화량이 폭증하며 물가를 자극했습니다. 주력 수출품이 농산물이고 일반 생필품은 수입하는 경제구조인데다 코로나 팬데믹까지 겹쳤으니 버티기 어려웠겠죠. 올해는 60년 만의 최악이라는 가뭄도 덮쳐 경제난이 심화됐습니다. 오늘 10월 대선이 예정돼 있는데 현직 대통령 등은 망가진 경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불출마를 선언해 앞날은 더욱 안갯속입니다. 
 
 
하이퍼인플레 국가, 주가는 ‘올랐다’
 
나라경제는 백척간두에 서 있는데 주가는 오르고 있습니다. 23일 아르헨티나 주가지수 메르발(MERVAL)은 34만포인트를 넘어섰습니다. 2020년 코로나19 버블 당시에도 5만선을 잠깐 맛본 정도였는데, 어느새 당시 고점의 6배를 넘었습니다. 사실 매일매일 사상 최고가 기록을 새로 쓰고 있어 오늘의 기록에 큰 의미를 담을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나라는 망해가는 것처럼 보이는데 주가는 왜 이렇게 오르기만 할까요? 일단 금리와 환율 상승 때문에 생긴 착시효과가 큽니다. 주가지수에 환율을 반영하면 지금의 실질 주가를 가늠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메르발 지수를 페소/달러 환율로 나눈 값 역시 코로나 발발 이후 계속 올랐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론 메르발 상승률보다는 낮지만 올랐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습니다. 연초 이후 수익률은 메르발이 68.63%, 지수를 환율로 나눈 실질주가는 26.87%를 기록했습니다. 
 
이같은 현상이 벌어진 것은 하이퍼인플레이션을 헤지할 목적으로 주식을 매수하는 투자자가 많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제기됐습니다.
 
기업은 똑같은 물건을 팔아도 지난달 판매가격보다 이번 달 가격을 더 올려서 물가 상승률을 가격에 전가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아르헨티나 기업들은 지난 1~2년간 매분기 수만 퍼센트에 달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금리와 물가를 걷어내야 겠지만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기업이 많습니다. 판매가격을 올릴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또한 물가가 급등해 실질금리가 마이너스가 되는 상황에서는 기업의 부채가 줄어드는 효과도 발생합니다.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는 “물가 상승에 대한 헤지 때문에 하이퍼인플레이션 국가에서는 주가가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곤 한다”면서 “1차 세계대전 후 1920년대 독일에서도 그랬고 터키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습니다. 홍 대표는 “만약 그 나라의 우량한 기업에 투자할 수 있다면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미국 ADR로 직투 가능하지만 ‘천천히’
 
일단 국내에는 아르헨티나에 직접 투자하는 펀드가 없습니다. 라틴아메리카(남미) 투자 펀드에 아르헨티나가 일부 포함된 적이 있지만 지금은 빠진 상태입니다. 과거에 아르헨티나 기업들을 일부 담았던 슈로더라틴아메리카 펀드는 역외펀드인 슈로더 ISF 라틴아메리카(Schroger ISF Latin American USD I Acc Class)를 복제하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이 펀드는 주로 브라질과 멕시코 기업들을 담고 있습니다. 글로벌 운용사들은 프론티어마켓에 투자할 때는 환율에 노출시키지 않는 편입니다. 게다가 아르헨티나는 MSCI 분류기준 이머징마켓이나 프론티어마켓에도 포함되지 않는 개별시장 중 하나입니다. 
 
미래에셋의 상장지수펀드(ETF) TIGER 라틴35도 남미 기업들에 투자합니다. 단, 미국에 상장된 주식예탁증서(ADR) 35종목을 담는 방식입니다. 두 펀드상품 모두 수익률은 괜찮습니다.  
 
펀드가 아니라 직접 주식을 매수하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아르헨티나 기업들을 43% 비중으로 담고 있는 Global X MSCI Argentina ETF(종목기호 ARGT) 주가는 작년 7월 저점을 찍고 반등해 지금도 40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ARGT는 MSCI All Argentina 25/50 인덱스를 추종하는 ETF로, 브라질, 칠레 상장기업들도 포트폴리오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주가는 올해에만 20%가량 올랐습니다. 
 
미국에 상장한 개별기업들의 주가도 나쁘지 않습니다. 아르헨티나에 본사를 둔 은행 Banco BBVA Argentina ADR(BBAR) 주가는 지난해 말 3.90달러에서 올해 초 5달러를 넘어섰다가 등락을 반복하며 현재 4.36달러에 머물러 있습니다. 통신회사 텔레콤아르헨티나의 ADR 종목 TEO는 작년 말보다 소폭 하락했으나 상반기 내내 제법 올랐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LOMA는 시멘트 회사로 실적도 괜찮습니다.
 
이들은 배당도 꼬박꼬박 하고 있습니다. TEO는 25일 주당 0.25달러의 배당금을 지급할 예정입니다. 이 종목의 22일 종가(4.74달러) 기준 5.27% 수준입니다. BBAR은 4.8%, LOMA는 6.3%입니다. 100%에 육박하는 기준금리에 비하면 초라하지만 흑자를 내고 배당금을 지급한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ADR이므로 달러로 받는 것도 좋습니다. 
 
다만 일부 종목들의 주가가 올랐다고 해서, 배당금을 준다고 해서 위기에 처한 나라에 무턱대고 접근하기엔 부담이 큽니다. 일단 아르헨티나 경제가 턴어라운드할 수 있는지 정치와 정책방향을 지켜보면서 투자여부를 결정해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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