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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석

통일부, 북한 상대 손배소…일본 전범행위에 ‘면죄부’

2023-06-15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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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우석 법률전문기자] 정부가 3년전에 벌어진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대해 국내 법원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에 대해 '자충수'라는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손해배상 청구소송은 민사적 영역인데, 법리적으로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민법상 사인, 즉 개인이 될수 없어 소송 성립이 불투명하다는 겁니다.
 
법원에서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헌법상 국가 유사집단(북한)의 불법행위에 대한 민법의 소멸시효 주장을 받아들인다 하면 오히려 문제가 커질 우려가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일본의 전범행위도 민사상 불법행위 채권이 되는데, 민법상 소멸시효가 3년으로 돼 있어 지금까지 조항이 이어져 오는 1960년 개정민법을 적용하면 만료시점이 1963년입니다.
 
다시 말해 일본이 통일부 논리를 들어 '면책주장'을 하면 일본의 전범행위에 우리가 면죄부를 주는 꼴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 16일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모습을 17일 보도했다.<사진=뉴시스>
 
통일부는 16일 기준으로 소멸시효가 완성되는 북한의 연락사무소 폭파의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손해를 안날로부터 3년)를 중단하고 채권을 보전하기 위해 북한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원고는 대한민국이고, 피고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입니다.
 
정부가 민사소송절차를 통해 북한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부의 민사소송(民事訴訟) 제기 논리는?
 
정부는 민법 제750조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조문을 근거로 북한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민법 제750조의 소멸시효는 민법 제766조에 규정돼 있습니다. 민법 제766조 제1항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청구권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간 이를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로 소멸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북한의 연락소 폭파행위’를 ‘민사채권’으로 규정하면 소멸시효 3년이 적용됩니다.
 
특히, 민사소송은 민사(民事), 즉 개인과 개인의 분쟁을 처리하는 사법제도인데요. 정부는 이번 소송을 통해 북한의 연락소 폭파행위를 두고 정부 자신이 개인 또는 사경제의 주체로 피해를 봤고, 북한의 연락소 폭파행위 또한 개인의 행위로 규정했습니다.
 
나아가 정부는 북한의 연락소 폭파행위는 개인의 행위로 불법행위에 해당해 민사상 소멸시효 3년이 적용된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이 사경제의 주체 또는 개인의 위치에서 연락소 폭파의 피해를 입은 것이 아니므로 민법이 적용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소멸시효 중단을 이유로 민사소송에 나서는 것은 법리상 맞지 않습니다.
 
오히려 정부의 이러한 소송행위가 일본의 전범행위에 면죄부를 주거나 북한의 과거 불법행위에 책임을 면하게 하는 논리의 기초가 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이번 소송에서 북한은 소송에 응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승소하더라도 집행이 되지 않아 아무런 이익이 없음에 반해 이번 소송 이후에 정부는 채권관리에 비용과 인력을 계속 투입해야 합니다. 한마디로 ‘소모적 행위’입니다.
 
일본의 전범행위에 ‘면죄부’ 줄 수도
 
국가 또는 국가 유사 집단의 불법행위에 대해 민법의 소멸시효가 적용된다고 한다면 일본의 전범행위에 면죄부를 주거나 북한의 과거 불법행위에 책임을 면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정부 논리에 따르면, 일본의 전범행위도 민사상 불법행위 채권이 될 것인데요.
 
대한민국이 해방 후 민법을 1960년 1월 1일부터 시행(민법 제정은 1958년 2월 22일)했습니다. 1960년 시행 구(舊)민법 제766조에도 불법행위채권의 소멸시효가 3년으로 돼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1963년에 일본의 전범행위에 대한 불법행위채권은 소멸시효가 완성됩니다.
 
즉, 일본은 통일부의 논리를 들어 자신의 전범행위에 민사상 소멸시효는 지났다고 주장하면서 면책 항변을 할 수 있습니다.
 
정부논리라면 과거 담당공무원은 소멸시효 관리 못 해 국가에 손해 입힌 것
 
정부가 민사소송을 제기한 것이 이번이 처음인데 이런 사건은 처음이 아닙니다. 과거 담당공무원들은 북한의 불법행위 관련해 민사소송을 제기 하지 않았습니다. 
 
정부논리에 따르면, 과거 통일부 담당공무원은 북한의 과거 불법행위 채권에 대해 관리를 하지 않아 소멸시효를 넘겨 대한민국에 손해를 입힌 것이 되는데 이러한 논리가 타당한지 매우 의문입니다.
 
이런 문제는 민사소송으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통일시점에 정치적 합의 또는 외교를 통해 별도 법률로 해결하는 것이 법리적으로 맞습니다.
 
그럼에도 통일부는 실효성도 없고, 법리적으로 타당하지도 않으며, 오히려 일본에 면죄부를 줄 수 있는 이같은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이유에 대해 명확한 설명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이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불법 폭파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소송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정부는 2023년 6월 16일부로 완성되는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 시효를 중단하고 국가채권을 보전하기 위해 오늘 14시경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로 우리 측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와 인접한 종합지원센터 건물에 발생한 국유재산 손해액 합계 447억 원에 대하여 북한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장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했다고 밝혔다.<사진=뉴시스>
최우석 법률전문기자 wscho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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