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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연

조타수 없는 정의당, 원로들마저 '침묵'…당 내부는 '사분오열'

지난해 9월 재창당 의지 다졌지만,신당론에 단일대오 깨져

2023-06-20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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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미(가운데) 정의당 대표가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상무집행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윤혜원 기자] 원내 제3정당인 정의당이 위기에 봉착했습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재창당'을 둘러싼 정파 간 노선 투쟁이 표면화되면서 당 내부가 사분오열하고 있습니다. 이정미 대표를 비롯한 당내 최대 계파인 '인천연합'은 자강론을 주장하는 반면, 당내 모임 '세 번째 권력' 소속 장혜영·류호정 의원은 신당 창당에 연일 불을 지피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민심을 사로잡을 스타, 공약 등이 없다며 정의당이 환골탈태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당 원로들조차 "노코멘트"방향 못 잡는 정의당
 
본지는 20일 '기로에 선 정의당의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진보정당 원로들에게 조언을 구했지만, 접촉한 인사들 모두 답하지 않았습니다.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는 본지와 한 통화에서 "정의당, 진보당, 녹색당 등 개별 진보정당에 대해서는 노코멘트하고 있다"고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고, 단병호 전 민주노동당 의원도 "정치를 떠난 지 오래됐고, 정의당 상황도 몰라서 얘기하기 적절치 않을 거 같다"고 말했습니다.
 
강기갑 전 민주노동당 대표는 "정의당 관련해 원론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말할 수 있겠지만, 현 당 상황에 대해 잘 모른다"고 즉답을 피했고, 이수호 전 민주노동당 최고위원도 "당 관련해 정보도 없고 그쪽으로 요즘 관심을 안 가지고 있다. 도움을 드리고 싶은데 어떤 상황인지 모른다"고 말을 아꼈습니다.
 
 
이정미(가운데) 정의당 대표가 지난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상무집행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재창당 각론을 둘러싼 정의당 갈등은 원내대표 선출을 계기로 본격화됐습니다. 애초 신임 원내대표로 장혜영 의원이 유력했지만, 인천연합이 물밑 지원한 배진교 의원이 원내 사령탑에 오르면서 정파 갈등이 표면화됐습니다. 류호정 의원은 지난 13일 제3지대 신당 창당 작업에 나선 금태섭 전 의원과 함께 '다른 미래를 위한 성찰과 모색 포럼'(성찰과 모색)을 열었습니다. 당 내부에선 "탈당 명분을 쌓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앞서 지난해 9월 비례대표 의원 전원사퇴 권고 여부를 놓고 권리당원 총투표를 진행했을 때만 해도 정의당 내부는 단일대오였습니다. 부결 당시 당 의원 6명(류호정·장혜영·강은미·배진교·이은주)은 당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가난하고 억압받는 사람들에게 헌신한다는 정의당 역할과 책임을 기대했던 시민 여러분께 큰 실망을 드렸다"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하지만 불과 1년도 안 돼 갈팡질팡한 모습입니다.
 
이에 대해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재창당 방법을 놓고 밖에서는 서로 개별적이라고 이야기하지만, 그게 아니다. 재창당 취지에 맞게 폭넓게 논의를 이어간다는 측면에서 봐야 한다"며 "다만 신당 창당의 경우는 다르다. 지금까지 정치사에서 당을 없앤 상태에서는 혁신을 했다는 사례가 없지 않느냐"고 지적했습니다. 
 
이 대표는 오는 25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재창당 관련해 의견을 밝힐 방침입니다. 전날 전국위원회에서 재창당 관련한 기본구상안을 밝힐 예정인데 이에 대한 설명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전국위에서 상정과 의결이 이뤄지면 9월 열리는 대의원회의에서 재창당안이 최종 결정됩니다. 
 
"이념·정책·사람 없는 '3무 정당'"…"정체성부터 확립해야"
 
정의당 의원들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노란봉투법 처리 촉구 피케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정의당 내부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습니다.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정의당 정파 간에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며 "제3의 권력의 경우 신당 모임에 얼굴을 내밀었는데 이 때문에 굉장히 분란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당 내부에서도 생각들이 다르다. 옛날부터 그랬다"고 꼬집었습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정의당이 내부 정파 갈등으로 분열 위기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간 유권자 표심을 잡을 많은 기회가 있었는데, 이를 잃은 후 다음 총선을 앞두고 지지율이 나오지 않자 정파 갈등이 더 심각해지는 상황"이라고 바라봤습니다.
 
전문가들은 당 차원의 재정립이 요구된다고 봤습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정의당은 이념도, 정책도, 사람도 없는 '3무 정당'"이라며 "이런 문제점을 추스르기 위한 재정립의 과정이 필요하다. 2003년 민주노동당이 10석으로 원내에 진입했는데, 당시에는 지역구 의석이 지금처럼 하나에 그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대표는 "당내에서 젠더 이슈 등을 흡수하면서 내부에서 혁신해야지 당 자체가 갈라져 버린다면 바람직하지 않다"며 "2020년 총선에서 너무 욕심을 내는 바람에 많이 꼬였지만, 그래도 5%의 지지기반은 가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최 원장은 "유럽의 녹색당처럼 여야 거대 정당이 다룰 수 없는 인권, 복지, 환경 문제 등을 다뤄야 한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며 "모든 정치 상황에 대해 거대 양당과 똑같이 대응하는데 누가 정의당에 관심을 가지겠느냐"고 충고했습니다. 채 교수는 "노동, 생태, 환경, 젠더 등 다양한 이슈를 다루는 정당이 됐는데, 이를 종합적으로 아우르는 정체성을 정립하지 못했다"며 "어쨌든 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 정서에 맞는 정책 정당이 돼야 하는데, 정파별 이념적 정체성이 워낙 강해 서로 양보가 안 되고 내부 갈등은 심화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김광연·윤혜원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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