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내년 총선 예비후보자 등록 개시일과 선거구 획정의 데드라인(12월 12일)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선거구 획정이 계속 늦춰지고 있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가 5일 서울·전북 지역의 선거구를 1개씩 줄이는 안을 제출한 직후 민주당은 "국민의힘 의견만 반영된 편파적인 안"이라고 반발했습니다. 최종 관문인 '공직선거법 개정'까지 험로가 불가피한 셈입니다.
이에 따라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 예비후보자들은 자신의 선거구 운명도 모른 채 '깜깜이 선거운동'에 나서야 할 상황에 직면할 전망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비례대표제도 확정하지 못했습니다. 현재로선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담합으로 양당에 유리한 병립형 비례제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역 의원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선거구 획정 논의를 의도적으로 늦추고 비례제도 과거 방식으로 돌아가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민주당 반발로 '재논의' 불가피…법개정까지 '첩첩산중'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국회는 선거구획정위가 마련한 선거구 획정안을 토대로 선거일 1년 전인 지난 4월10일까지 선거구 획정을 확정했어야 했습니다. 무려 8개월이나 지연된 것으로, 양당은 총선에 적용할 선거구 획정은커녕 의원 정수 등의 획정 기준조차 제대로 논의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김진표 국회의장은 지난 1일 총정수 300명과 지역구 의원 정수 253명을 유지하는, 지난 총선과 동일한 선거구 획정 기준을 획정위에 제출하고 선거구 획정안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획정위는 이날 내년 총선에 적용될 획정안을 김 의장에게 제출했습니다. 획정안에 따르면 서울 1곳, 부산 1곳, 경기 2곳, 전북 1곳, 전남 1곳 등 6개 선거구가 합구되고 부산 1곳, 인천 1곳, 경기 3곳, 전남 1곳의 선거구가 분구됩니다. 결과적으로 서울과 전북의 선거구가 1곳씩 줄어들고 경기와 인천이 1곳씩 늘어납니다.
김 의장은 획정안이 담긴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에 회부하고, 개정안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로 넘겨집니다.
하지만 여야가 내년도 예산안과 특검·국정조사 추진 논의 등을 이유로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개특위에서 올해 안에 통과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조정식 민주당 사무총장도 이날 선거구획정위의 안 발표 직후 "국회 정개특위와 여야의 책임 있는 협상을 통해 합리적으로 조정할 것"이라며 재논의를 예고했습니다.
현재로선 선거구 획정이 내년 선거일이 임박해서야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제기됩니다. 지난 2016년 20대 총선에선 총선 42일 전, 2020년 21대 총선에선 총선 39일 전에 선거구가 획정된 바 있습니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제410회국회(정기회) 제13차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유권자·정치신인 참정권 침해…"여야 기득권 담합 때문"
이런 상황에서 선거구 획정 지연은 인지도가 높은 현역 의원보다 선택과 집중으로 자기 표밭을 갈아야 하는 예비후보자, 특히 지역구를 노리는 정치 신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선거구 획정이 지연될 경우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유권자가 피해를 보는 것은 물론 입후보 예정자의 참정권이 침해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현행 준연동형을 폐지하고,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회귀할 가능성도 조금씩 커지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이 앞장서서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회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8일 '병립형' 회귀 가능성을 내비쳤습니다. 여야는 이날 정개특위 회의에서도 병립형과 준연동형 비례제를 놓고 공방을 벌였습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막판에 가서 선거구를 획정해서 정치 신인들의 국회 진입 문턱을 더 높이는 것으로 바람직하지 못하다. 기득권 세력의 담합"이라며 "위성정당을 만들어 준연동형 비례제의 장점을 스스로 짓밟는 것 또는 여야 양대 정당의 독점적인 카르텔"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결국 여야의 선거제도 개혁은 말만 무성했지 도로 구태로 넘어가는 정치 기득권의 결실"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