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송정은

jeongeun.song2@etomato.com

싱싱한 정보와 살아있는 뉴스를 제공하겠습니다!
30년 구축 아파트 주민의 삶

2024-02-07 16:51

조회수 : 5,802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경기 광명시 하안주공6단지 아파트 전경. (사진=하안주공6단지 재건축 추진위)
 
[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아파트는 옛날 아파트들이 튼튼해"
 
준공된 지 20년~30년된 이른바 구축 아파트에 살거나 산 경험이 있는 장년층 이상 분들 중 이런 말씀을 하시는 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실제로 준공 31년 차 아파트에 살고 있는 기자도 공감할 때가 있긴 합니다. 북한산 산자락을 깎은 경사진 언덕에 만든 아파트는 걱정과 달리 폭설에도 폭우에도 그 자리를 든든히 지키고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튼튼하다는 말로 에둘러 표현하기에 구축 아파트들이 가진 내면의 문제는 생각보다 훨씬 심각할 수 있습니다.
 
최근 경기 광명시의 하안주공6단지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의 한 인사와 대화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1990년에 준공된 이 아파트는 어느덧 30대 중반에 접어든 '노후' 아파트입니다. 
 
위원회는 예비안전진단을 준비하면서 이 단지가 가진 여러 문제점들을 주목하며 영상으로 기록했다고 합니다. 
 
실제 단지를 둘러보면 단순한 세월의 흔적을 넘어 '이게 무슨 시설인가' 싶은 겉보기에 그리 깔끔해보이지 않는 시설들이 있습니다. '화기엄금' 주의 표지판부터 사용목적이 불분명한 굴뚝까지.
 
내부를 들여다보면 33년 간 입주민의 식수와 난방을 공급하는 파이프들이 있습니다. 파이프 내부구조물들은 심각하게 녹이 슬어 있습니다. 때마다 교체를 했음에도 상황이 이렇다고 합니다. 
 
시설을 관리하는 기관 반장은 배관 속이 오래돼서 마치 종잇장 같다고 말합니다. 녹을 방지하기 위한 약품까지 사용을 한다는데, 이런 배관을 통해 나오는 수돗물을 입주민들은 과연 얼마나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을까요?
 
1년 중 10개월은 벙커씨유 보일러를 통해 난방을 돌린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벙커씨유에는 대기오염의 주범인 황 성분을 비롯해 연소 시에는 아황산가스와 미세먼지를 발생시킵니다. 
 
이런 노후 배관과 난방 문제는 관대하게 보면 비용을 들여 고칠 수 있는 문제겠죠. 그런데 구축 아파트의 가장 큰 문제는 다름 아닌 '내진설계'의 부재입니다.
 
한반도는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닙니다. 2017년 진도 5.4의 규모로 발생한 포항 지진을 계기로 동해안 지역은 물론 수도권도 지진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하안주공6단지와 같은 우리나라의 대부분 구축 대단지들은 이런 지진을 전혀 대비하지 않고 있습니다. 실제로 재건축준비위원회가 지진 시뮬레이션을 의뢰해보니 진도 6단계에서부터 균열이 발생해 7단계에서는 붕괴가 시작됩니다.
 
재건축은 어떤 이들에게는 '경제'의 문제로 인식됩니다. 오래된 아파트를 부수고 새로 지어 일반분양을 통해 수익을 얻는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재테크'의 관점으로 말이죠.
 
그런데 어떤 이들에게는 생활이자 생존일 수도 있습니다. 오래된 아파트가 튼튼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확인되지 않은 편견으로 안심하기에 지금 대한민국에는 다양한 내부 문제를 갖고 있는 노후 아파트들이 많다는 사실을 인지할 필요도 있어보입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
  • 송정은

싱싱한 정보와 살아있는 뉴스를 제공하겠습니다!

  • 뉴스카페
  • email
  • fac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