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안창현

chahn@etomato.com

공동체부 시민사회팀입니다
누구를 위한 ‘군사합의 효력 정지’?

2024-06-04 17:41

조회수 : 55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정부는 4일 국무회의에서 9·19 군사합의 효력을 정지하는 안건을 상정해 의결했습니다. 지난해 11월 북한이 군사합의 전면 파기를 선언하면서 같은 달 우리 정부도 일부 효력을 정지한 바 있는데, 이번에 효력 전체를 정지하기로 한 겁니다.
 
9·19 군사합의는 2018년 9월19일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회담에서 채택한 ‘9월 평양공동선언’ 부속 합의로 남북 간 적대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번 군사합의 전면 효력 정지는 대북 확성기 재개 등 정부 차원의 대북 심리전과 군사분계선 일대 군사훈련 강화를 예고하는 조치로 보입니다. 북한이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오물풍선’으로 맞대응한 데 이어, 통일부는 민간단체의 전단 살포는 ‘표현의 자유’로 자제 권고가 힘들다는 입장도 내놓았습니다.
 
평화와 연대를 위한 접경지역 주민·종교·시민사회 연석회의 관계자들이 3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접경지역 연석회의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의 대응에 엇나가는 남북관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헌법재판소는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을 위헌으로 판결했지만, 전단 살포를 단속하거나 자제를 '권하는 것'이 위헌이라고 판결한 건 아닙니다. 헌재는 대북전단 살포에 별도의 처벌조항을 두는 것이 위헌일 뿐 행정 권한을 사용해 통제할 수 있고, 제한 조치에 따르지 않으면 다른 현행법을 적용해 처벌 등의 조치를 취하면 된다고 판시했습니다.
 
역대 북한인권특별보고관들도 접경지역에서 표현의 자유는 주민 안전과 평화 유지를 위해 제한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해왔습니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중단된 주요한 원인 중 하나도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였습니다. 정부가 접경지역에서의 긴장과 남북관계 악화를 너무 가볍게 보는 건 아닌지 의문이 듭니다.
 
현재 남북 긴장을 해소하기 위해선 민간과 정부 모두 상대를 자극하는 행동을 자제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겁니다. 정부 차원에서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자제를 요청하는 게 아니라, 도리어 정부가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면서 심리전을 강화하려는 것은 접경지역 주민들을 대책 없이 방치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 안창현

공동체부 시민사회팀입니다

  • 뉴스카페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