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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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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장례식을 부탁해

2024-09-23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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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차종관 기자] 지난달 30일 서울 성동구 헤이그라운드 성수 브릭스에서는 '나의 장례식을 부탁해: 시민대화 모임'이 열렸습니다.
 
기획자였던 저는 "참여자와 소통하며 진행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다행히 현장에 계신 시민 모두가 아이스브레이킹부터 교육·토의까지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신 덕분에 다양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지난달 30일 서울 성동구 헤이그라운드 성수 브릭스에서 '나의 장례식을 부탁해: 시민대화 모임'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사진=사회혁신가 모임 FIXER)
 
대화 모임에 방문한 이유를 저마다 즐겁게 풀어놓는 '인드라망' 아이스브레이킹 시간을 지나, 박진옥 나눔과나눔 상임이사의 교육이 이어졌습니다.
 
내용은 다소 암울했습니다. 현행법상 '사후자기결정권'이 보장되어 있지 않아 '내뜻대로 장례'를 치를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민법상 유언은 법률이 인정하는 사항에 한하기 때문에, 장례에 관한 유언장이나 사전장례의향서도 법적인 강제력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현장에 모인 시민들은 저마다 자신이 원하는 장례식을 상상하며 진지하게 워크시트를 작성했습니다. '무연고 사망자 지수 체크리스트'를 작성할 때는 '가족이 있는지 없는지', 만약 없다면 '기꺼이 당신의 장례를 치를 관계가 있는지', '장례 비용은 가지고 있는지' 등 평소에는 생각치 못한 질문을 마주했습니다.
 
'사전장례의향서'를 작성할 때는 '상주는 누구에게 맡기고 싶은지', '부고를 어디까지 알릴지' 외에도 장소와 기간, 제단과 음식, 음악과 수의, 관과 운구차, 화장과 유언 등의 사항을 예산을 고려하며 정해봤습니다.
 
시민 A씨는 "저는 가족이나 준비된 장례비용이 없어서 무연고 사망자 지수가 높게 나왔다"며 "'무연고 사망자'가 타인의 문제가 아니라 나 혹은 나와 가까운 사람의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전했습니다.
 
현장에 있는 시민들은 저마다 자신이 고민한 장례식의 모습을 상세히 들려주셨습니다. 소중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며, 많은 분이 획일화된 장례식 외에 다양한 풍경을 그리고 계신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서로 처한 환경부터 죽음을 바라보는 관점까지 모든 게 다르지만, 시민들은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며 경청했습니다.
 
한국에는 '내뜻대로 장례', '사후자기결정권'이 보장돼있지 않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더 많은 시민대화 모임이 필요합니다. 삶이 시작된 이상 죽음은 찾아오기에, 우리의 마지막을 준비할 수 있는 문화도 조성해나갈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예산 지원에 나서주신 임팩트닷커리어와 마포청년나루에 감사를 보냅니다.
 
차종관 기자 chajonggw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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