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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표

(Bank인사이드)퇴임 앞둔 기업은행장 '윤용로의 힘!'

딱딱한 은행 이미지, 'IBK'로 개인들에 접근

2010-12-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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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황인표기자] 오는 20일 3년 임기를 마치는 윤용로 기업은행(024110)(사진, 55)은 딱딱한 '중소기업은행'의 이미지를 친근한 'IBK'로 바꾼 인물이다.
 
윤 행장 재임 동안 기업은행은 보금자리론을 통해 개인수신 고객을 넓히고 중소기업 대출도 대폭 늘렸다. 내년 지주사 출범에 이어 민영화 까지 기업은행의 체질을 민간 경쟁 시스템으로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조직 문화를 유연하게 바꿨다는 얘기도 나온다.
 
퇴임까지 이제 이틀이 남은 윤 행장에게 3년 간 성과와 아쉬운 점에 대해 직접 얘기 들어봤다.
 
 
 
◇ 보금자리론으로 개인 수신 고객 넓혀
  
기업은행이 최근 개인고객들에게 각광받게 된 일등공신은 'u-보금자리론' 덕택이다. 기업은행은 주택금융공사 u-보금자리론을 은행권 중 독점 판매 한다. 다른 은행들이 수수료가 적다는 이유로 '미운 오리' 취급했던 상품을 끌고 와 대박을 냈다.
 
u-보금자리론은 시중 주택담보대출 상품 중 금리가 최저 3%대로 가장 낮다. 저금리를 무기로 내세워 금융권 신규주택담보대출 중 절반가량이 u-보금자리론일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대출을 받기위해선 기업은행 통장을 만들어야 하고 보금자리론 대출은 최소 10년 최장 30년이 만기이기 때문에 기업은행은 '오래될 고객'을 확보한 셈이다. 영업점을 찾는 고객을 대상으로 카드, 펀드 등 부수적인 영업도 가능해졌다.
 
지난 7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윤용로 기업은행장은 "중소기업 대출 확대를 위해서는 개인여신이 많아져야 한다"며 "개인금융의 은행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기업은행은 윤 행장 재임동안 눈에 띄게 개인고객 수신 기반이 넓어졌다
 
<윤용로 행장 취임 전과 후> 
  2007년말 2010년말
순익 1조1679억 1조4000억(예상)
지점수 560개 629개
신용카드회원수 455만명 599만명
개인대출잔액 14조5172억 23조3555억
중기대출잔액 68조5634억 92조9790억
 
※ 2007년말 순익 1조1679억원 중 약 8000억원은 구(舊)LG카드 매각익으로 실영업익은 3700억원 수준이다. 2010년 말 매각익이 없는 순익과 비교하면, 윤 행장 취임 후 3년간 순익은 4배 가까이 커졌다.
 
윤 행장은 '재임 중 기업은행의 가장 큰 변화를 뭐냐'는 질문에 "가계부문과 기업부문의 균형성장"이라며 "중소기업 대출 외 중기 직원들에게 신용카드, 보험 등을 판매하는 전략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상대적으로 편안한 중기위주 대출보다는 '약한 것은 보완하고 강한 것은 더 강하게 만든다'는 취지로 개인수신 기반을 늘렸다"며 "이 모든 것은 내년 50주년을 맞는 기업은행의 지주화, 민영화를 위한 토대"라고 강조했다.
 
◇ "행장님, 제가 자장면 쏩니다"
 
지난 7월 기업은행의 한 인턴은 윤 행장의 트위터(@yryun)를 통해 '자장면을 사겠다'는 대담한 제안을 했다. 한 시간 뒤 윤 행장은 이를 흔쾌히 수락했다. 며칠 후 열린 자장면 파티는 결국 인턴사원 40명이 모두 초대됐다. 물론 자장면 값은 윤 행장이 냈다.
 
윤 행장은 "당돌하다고 생각했는데 이건 뭐 행장이 돼서 한 명만 부를 수도 없고 해서 결국 다 불러 계산까지 내가 했다"고 말했다.
 
윤 행장은 아이폰을 통해 트위터를 능수능란하게 다룬다. 지방 세미나 일정은 물론 아들의 군입대소식까지 트위터를 통해 전파했다.
 
모바일 산업 동향, 스마트폰 앱 비교분석, 창업 노하우 등 ‘모바일 앱 창업강좌’를 기업은행이 개최할 정도로 최신 트렌드에도 관심이 많다.
 
◇ 기업은행 트위터. 시중 은행 트위터 중 가장 많은 팔로워 수를 자랑한다.
 
기업은행의 트위터와(@SMART_ibk)와 블로그(http://blog.ibk.co.kr)도 은행권 중에서 제일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업은행 트위터는 올해 대한민국 인터넷소통대상에서 은행부문 '소셜미디어대상'과 '인터넷소통대상' 등 2관왕에 올랐다.
 
◇ "기업은행 주가 오를 여력 충분"
 
아쉬운 점은 없을까? 윤 행장은 임기 내 못 끝낸 지주화 전환 작업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윤 행장은 "지주화로 많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었는데 국회에서 관련법이 개정되지 않아 결국 임기 내 못 마쳤다"며 "내년 중에는 후임 행장이 꼭 지주화에 성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주화의 토대는 윤 행장이 이미 닦아놨다. 윤 행장은 올 초부터 보험, 증권사 임원들과 두 달에 한 번씩 조찬모임을 가지며 시너지 효과에 대해 고민해왔다. 당장 지주화가 되더라도 속도감 있게 큰 효과를 낼 것이란 분석이다.
 
직원들이 윤 행장에 대해 느끼는 아쉬움은 없을까? 본점에 근무하는 한 부장은 "윤 행장이 온 이후에 일이 부쩍 많아졌다"는 불만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윤 행장은 "기업은행 지점의 3/4은 공단지역에 있는데 대출을 위해 직원들이 직접 회사에 가서 물어보고 점검하니 일이 많다"며 "본점 직원들이 '네비게이터'역할을 맡다 보니 일이 많을 것"이라며 미안함을 나타냈다.
 
작년 임금이 5%삭감된 후 아직 회복되지 못한 것도 불만이다. 기업은행 직원 연봉은 윤 행장이 아닌 정부가 직접 결정한다.
 
윤 행장은 기업은행의 주가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나타냈다.
 
기업은행 주식 75%는 정부와 산은 등이 갖고 있다. 이 중 정부 지분 51%를 제외한 나머지 지분만 시장에 풀려도 주가는 급등할 거란 전망이다. 실제 많은 증권사들은 기업은행을 'Top Pick' 종목으로 꼽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기업은행의 지주화, 민영화 등 큰 과제를 앞두고 윤 행장이 재임해야 한다는 여론이 우세했었다. 하지만 빠르면 이번 주 내 새 인물이 선임되고 윤 행장은 자리를 옮겨야 한다.
 
지난 13일 윤 행장은 임기 중 마지막 임직원 조찬회에서 "기업은행은 규모 만이 최고가 아니라는 증거가 돼야 한다"며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변화무쌍한 환경에서 유연하게 대처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재 윤 행장은 자의반타의반으로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 후보로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윤 행장은 "일단 책을 읽으며 쉬고 싶다"며 인사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딱딱한 공직 출신이지만 소탈한 소통을 즐기고 조직 성과를 중시하는 윤 행장의 행보가 계속 이어질 지 주목된다.
 
 
◇ 윤용로 기업은행장 프로필
  
▲ 1955년 충남 예산 출생
▲ 중앙고, 한국외국어대 영어과 학사, 美 미네소타대학교대학원 석사
▲ 1977년 행정고시 21회
▲ 재정경제부 은행제도과장,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등
▲ 2007년 12월 기업은행장 취임 
 
뉴스토마토 황인표 기자 hwangi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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