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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지

"ECB 장기대출, 유럽 은행 부실 키울 수 있다"

2012-02-14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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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민지기자] 유럽중앙은행(ECB)의 저금리 장기 대출이 유럽 은행권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3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은 ECB가 유로존 은행들을 돕기 위해 내놓은 장기대출 프로그램이 일부 부실은행들의 부실을 더 키워, 몇년 뒤에 또 다른 금융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즈(NYT)는 중앙은행의 싼 금리 때문에 이미 부실화된 은행들이 사태가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외부 압력이 완화, 은행들이 부실 자산 정리, 경영 실적 개선 등 당면 과제를 미룰 수 있다는 설명이다.
 
샤를 위플로츠 그래쥬에이트 인스티튜트 교수는 "ECB의 행동은 위험한 도박"이라며 "이번 ECB의 유동성 공급으로 유럽 문제가 해결된다면 이는 기적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ECB의 장기대출 프로그램 시행이 조금이라도 잘못된 다면, 유로존 상황은 이전보다 더욱 더 악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위플로츠 교수는 ECB의 조치가 상업은행들이 위험 자산을 더욱 키우도록 만들어 전반적인 금융 시스템을 더욱 취약하게 만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은행들이 스페인, 이탈리아와 같은 유로존 위기국의 국채를 더 많이 보유하게 되는 것이 큰 문제가 될 것이라 주장했다.
 
조아오 소라레스 베인앤컴퍼니 파트너는 "LTRO는 약과 같이 부작용도 가지고 있는 프로그램"이라며 "유럽 은행들이 자금 압박 숨통을 트게 되는 긍정적인 효과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지난 1990년대 일본이 경험한 것과 같은 실수를 유럽이 저지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당시 일본의 좀비은행들은 부실대출에 따른 손실을 감추기 위한 부실대출을 계속했다. 그 결과, 건실하고 생산성 높은 기업들이 대출을 받지 못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니컬러스 베론 벨기에 브뤠겔 연구소 연구원도 "좀비은행은 좀비기업을 지원한다"는 같은 문제점을 꼬집었다. 이어 그는 "ECB도 LTRO의 역효과를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ECB는 만기 3년, 금리 1%로 자금을 무제한 공급하는 장기대출프로그램(LTRO) 정책을 시행했다. 현재 523개 유럽 은행이 모두 4890억유로 규모의 자금을 공급 받은 상태다.
 
LTRO로는 유로존 재정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시장 참여자들이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가 커지고 있는 국채를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는 은행들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줄이면서 신용경색 우려가 높아졌기 때문에 도입된 프로그램이다.
 
ECB는 이달 29일 2차 LTRO를 시행할 계획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대출 규모는 1조유로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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