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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식

(기자의눈)위기의 다음, 이제는 생존을 걱정할 때다

2012-09-06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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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용식기자] 지난해 8월까지만 하더라도 다음커뮤니케이션은 그 어느 때보다 의욕적인 기업이었다. 모든 신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됐고 내부적으로는 ‘만년 2등’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희망이 가득 찼다.
 
실제 ‘모바일은 다음’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놀라운 성과가 나타났다.
 
모바일 메신저 ‘마이피플’은 인터넷전화 서비스 출시에 힘입어 카카오톡을 바짝 쫓았으며 다음 지도 어플 역시 1000만 다운로드를 가뿐히 넘어섰다.
 
이밖에도 모바일광고 ‘아담’이 경쟁 플랫폼들과 비교해 가장 많은 페이지뷰를 기록했고, 디지털 사이니지 ‘디지털뷰’는 서울 지하철 명물로 자리 잡았다. 오랜 기간 네이버 독주체제에 염증을 느낀 인터넷업계는 그 변화를 은근히 반겼다.
 
하지만 불과 1년 만에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대부분 신사업이 하락세를 나타내기 시작한 것이다.
 
마이피플은 틱톡과 라인의 선전으로 타격을 받고 있고 다음 지도보다 네이버 지도가 더 인기를 얻고 있다.
 
또 모바일광고 단가가 하락을 거듭하고 있으며, 디지털뷰는 혁신 없이 그저 하나의 광고판으로 전락했다. 이밖에도 로컬, 클라우드, 게임, 스마트TV, 사회관계망서비스 등 다음은 그 어느 것 하나 재미를 본 게 없다.
 
“인터넷 비즈니스는 장기간 투자가 필요하다”고 해명하기엔 이미 적지 않은 시간이 흘러갔다.
 
숫자로 나타나는 실적과 주가도 점점 나빠지고 있다. 영업이익률은 투자비용이 급증하면서 감소 추세고, 한때 15만원을 바라봤던 주가도 지금은 10만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다음(035720)은 미래 먹거리를 만드는 데 진전을 보이지 못하는 것일까. 다른 벤처기업이 으레 그렇듯 돈과 사람이 없기 때문일까. 그렇지 않다. 다음에는 수천억원의 유동자산이 있으며 업계 최고 수준의 인재들이 포진하고 있다.
 
결국 무언가가 없다면 그것은 바로 체계적인 전략과 조직관리다. 그리고 이는 전적으로 최고경영진의 책임이다.
 
포털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2년간 다음의 행보를 보면 시장에 대한 이해와 구체적인 준비 없이 그저 선점을 위해 무분별한 외형확장을 거듭한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테스터로서 남 좋은 일만 한 셈인데 이제는 털어낼 것은 털어내야 되지 않겠냐”는 뜻을 비췄다.
 
지나치게 잦은 조직개편에 대한 우려도 크다. 다음은 지난 1년간 무려 3번의 조직개편을 단행한 바 있는데 이는 조직 내 비전과 목표 설정에서 중대한 결함이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다음의 일부 직원들은 폐쇄적이고 비합리적인 인사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한 관계자는 “유닛장급 이상 리더들을 살펴보면 해당 업무와 상이한 경력을 갖고 있거나 뚜렷한 실적이 없는 사람들이 상당수”라며 “오너와 특별한 관계가 있거나 창업공신이라는 이유로 임원 자리에 있는 것에 반발하는 직원들이 많다”고 전했다.
 
거듭되는 시행착오를 용인하기에 외부 상황은 결코 녹록지 않다.
 
주 수익원이라 할 수 있는 PC기반 온라인광고 성장률이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으며, ‘내일의 금맥’이라는 무선 인터넷시장 역시 애플, 구글 등 콘텐츠 유통망을 장악한 플랫폼 사업자들에 의해 선점됐기 때문이다.
 
아울러 벤처기업은 물론 망사업자, 제조사까지 인터넷 비즈니스를 하겠다고 뛰어들면서 점점 포털기업들이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현재 다음을 보면 야후의 어제와 오늘이 떠오른다. 한때 최고의 글로벌 인터넷기업이었던 야후는 기술력으로 구글에 뒤진 이후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부진의 늪에 빠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조직 내부갈등마저 심해지면서 해결의 실마리는 더욱 보이지 않고 있다.
 
다음은 “언제까지 만년 2등으로 남을 것인가” 한탄할 여유도 이제는 없어 보인다. 이제는 생존을 걱정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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