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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원

10년간 위조부품 쓴 원전..영광 5·6호기 가동정지(종합)

연말까지 발전 중단.."겨울 사상 유례없는 전력난 불가피"

2012-11-05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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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원자력발전소에 부품을 납품하는 업체들이 무려 10년여 동안  품질검증서를 위조한 사실이 확인됐다.
 
정부는 관련 부품이 집중사용된 영광원전 5호기와 6호기를 즉시 가동중단하고 부품교체작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일부 부품은 확보되지 않고 있어 최소 연말까지 발전이 중단될 상황에 처했다. 주요 원전이 발전을 멈추면서 겨울 전력난도 가중될 전망이다.
 
5일 지식경제부와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국내 원전부품 공급업체 중 8개 업체는 지난 2003년부터 2012년까지 10년간 해외품질검증기관의 품질검증서를 위조해 공급했다.
 
위조된 품질검증서는 60건에 이르며 이를 통해 원전에 납품된 제품은 237개 품목 7682개 제품이며, 제품가액은 8억2000만원 상당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사실은 한수원이 지난 9월 외부제보를 통해 인지, 자체조사 후인 10월말께 확인됐다. 현재 검찰조사가 진행중이지만 각종 비리로 내부쇄신작업에 들어갔던 한수원에는 치명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균섭 한수원 사장은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긴급브리핑을 갖고 "내부적으로 쇄신작업을 서두르는 와중에 이 일로 다시 국민여러분께 걱정을 끼쳐드려 뭐라고 말씀 드릴 수가 없다"면서 "더 이상 사과조차 드리기 어려운 민망한 상황"이라고 고개를 떨궜다.
 
◇안전문제 없다지만 원전 부품관리체계 '엉망' 확인
 
10년간이나 위조품이 사용됐음에도 정부는 원전안전에는 이상이 없다는 입장이다. 해당 부품이 당초부터 원전의 핵심안전설비에 사용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원전 안전과는 직결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이날 긴급브리핑에서 "(품질검증이 위조된 부품은) 국제기준 상 방사능 유출과 관련되는 원전의 핵심안전설비에는 사용할 수 없고, 이번에도 사용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미검증 부품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도 방사능 유출과 같은 원전사고의 위험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원자력발전소라는 중대한 국가기간시설에 품질검증조차 받지 않은 부품이 무려 10년간이나 사용됐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정부의 원전부품관리 시스템의 '구멍'이 재확인됐다.
 
현재 안전성 품목, 즉 'Q등급'을 구매하기 어려울 때는 일반산업용 제품을 기술평가와 성능시험을 거쳐 'Q등급'으로 갈음하도록 하고 있는데, 한수원이 품질검증기관으로 인정하고 있는 해외기관 12 곳 중 1곳의 품질검증서를 업체들이 집중 위조해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작은 부품이지만, 부품 검증비용은 건당 300만원에 달해 중소기업들인 부품조달업체들이 비용절감을 위해 위조범죄에 무더기로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핵심부품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밝혔지만, 지금까지 원전 고장의 대부분이 핵심부품이 아닌 부품고장이었다.
 
한수원 관계자는 "미국에서 생산된 일반 범용으로 사용하는 부품을 원전용으로 품질보증서를 위조해 국내 브로커와 공급업자가 한수원에 넘긴 것"이라며 "앞으로 원전에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 전체를 대상으로 조사를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원전 2기 발전 정지..올 겨울 전력난 심각할 듯
 
전력당국은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위조품 사용이 집중된 영광 5호기와 6호기의 발전은 부품교체가 완료될 때까지 무기한 정지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영광 5·6호기의 경우 위조품이 광범위하게 사용된 데다 일부 부품의 경우 부품확보가 어려워 부품교체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한수원은 영광 5·6호기를 이날부터 가동 정지하고, 부품교체작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그밖에 위조부품이 사용된 영광 3·4호기와 울진 3호기는 원전운전을 하면서 부품교체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원전 2기가 당장 가동을 멈추게 되면서 이번 겨울 전력난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1월~12월 중 예비전력은 275만~540만kW 수준으로 예상되지만, 내년 1월과 2월에는 예비력이 급감하면서 230만kW에 불과한 상황이다. 여기에 영광 5·6호기의 부품교제작업이 연말을 넘길 경우 내년 1월과 2월 예비전력은 30만kW 수준까지 떨어지는 초비상사태가 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홍석우 장관은 "원전 2기 정지로 이번 겨울은 사상 유례없는 전력난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초고강도 전력수급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홍 장관은 이날 오후 한전, 전력거래소, 발전자회사 등 전력유관기관장들을 긴급소집해 비상전력수급대책회의를 열고, 동계 전력수급대책을 점검키로 했다. 또 지경부는 조석 차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전력수급대책본부를 설치 운영에 들어갔다.
 
전력 당국은 영광 5·6호기의 재가동이 지연돼 1월과 2월에 예비 전력이 30만㎾이하로 떨어지면 기업체로부터 수요관리를 통해 110만㎾를 우선 확보하고, 최악의 경우 열병합 발전소 준공 시점을 2개월 정도 앞당기고 순환단전에 들어가는 방안도 강구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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