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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진

총체적 난국 검찰, 자정능력도 외부충격도 없어

2012-11-27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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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현진 기자] 앵커 : 검찰이 치명적인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비리 검사에 성추문 검사까지, 잇따른 논란에 휩싸였는데요. 검찰은 자성과 개혁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이마저도 진정성이 의심됩니다. 시민단체쪽에서는 한상대 검찰총장의 퇴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최근 위기를 맞고 있는 검찰, 무엇이 문제인지 취재기자와 함께 심층 진단해봅니다.
 
앵커)최 기자, 검찰이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는데 어떤 일이 있었는지 먼저 정리를 하고 갈까요?
  
기자 : 우선 서울고검의 김광준 부장검사 사건이 시초였습니다. 김 부장검사는 유진그룹과 다단계사기범 조희팔 측근 등으로부터 수억원을 받은 혐의로 조사를 받다가 구속됐습니다.
 
이 사건은 당초 경찰이 수사하던 사건이었는데요,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검찰이 특임검사팀을 만들어 동시에 수사를 개시했습니다. 이에 대해 '검찰이 경찰 수사를 빼앗아 갔다'는 비판과 함께 검경조정권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결국 김황식 국무총리가 중재에 나섰지만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바로 며칠 뒤 희대의 성추문 사건이 검찰에서 벌어졌습니다. 서울동부지검에서 실무수습을 하던 로스쿨 출신 검사가 검사실에서 조사를 받던 여성 피의자를 성폭행한 사건입니다. 검찰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어서 검찰로서는 아주 곤혹스러워 하고 있습니다.
 
대검 감찰본부는 전 검사를 조사하다가 혐의사실이 확인되면서 수사로 전환했는데요, 지난 25일 뇌물수수혐의를 적용해 법원에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어제 기각됐습니다. 성행위를 뇌물로 볼 수 없다는 게 법원 입장인데요. 검찰은 강하게 반발하면서 오늘 같은 혐의로 다시 구속영장을 재청구했습니다.
 
또 전 검사 사건 직전에는 광주지검에 있는 검사가 향응 등 접대를 받고 편파 수사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검찰이 감찰에 들어갔습니다.
 
앵커 : 지금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이 '성추문' 사건입니다. 우선 검찰이 오늘 뇌물수수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재청구 했는데요. 애초에 무리한 법 적용이다. 무리수다 이런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기자 : 당초 검찰은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강간죄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전 검사와 피해 여성이 이 사건을 민·형사상으로 문제 삼지 않기로 합의한 만큼 '친고죄'인 성범죄 적용은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검찰은 결국 성관계를 '향응'으로 볼 수 있느냐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전 검사에게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뇌물수수죄가 성립되려면 대가성이 입증돼야 하는데요. 전 검사나 여성 양측 모두 대가성을 부인하고 있는 상탭니다. 또 뇌물죄의 경우 수수자와 공여자를 모두 처벌한다는 원칙이 있는데 검찰은 여성을 피해자로 간주해 뇌물공여죄로 처벌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여성을 처벌하지 않는 이상 전 검사의 뇌물죄 처벌도 자연히 쉽지 않게 되는 겁니다.
 
결국 검찰이 사건을 빨리 무마하기 위해 구속영장만 서둘러 청구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 가능합니다. 재청구 영장에 대한 실질심사 결과를 봐야겠지만 또 기각이 될 경우에는 결국 불구속 기소할 수밖에 없습니다. 국민의 법감정에서는 이해가 안되는 것이죠. 무리한 법리적용이 결국 전 검사에게 면죄부를 준 것 아니냐, 이렇게 해석될 수 있습니다.
 
앵커 : 검찰을 향한 비판이 거셉니다. 검찰은 어떻게 사태 극복을 하고 있습니까?
  
기자 : 먼저 일선검사들은 평검사 회의를 잇달아 개최하면서 의견을 모으고 있습니다. 25일에는 수원지검 성남지청에서 회의가 열렸으며 수원지검도 26일 평검사 회의를 개최했습니다.
 
가장 많은 검사들이 포진된 서울중앙지검과 서울서부지검은 내일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특히 서울중앙지검 회의결과가 주목되는데요, 인원도 가장 많고 중요사건도 많이 다루고 있어 영향력이 큰 곳입니다. 어떤 결과가 나오느냐에 따라 이후 지방 검찰청들에게 까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검찰 수뇌부 역시 바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한상대 검찰총장은 전국 고검장과 검사장급 간부들이 참석하는 회의를 개최하고 검찰 개혁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습니다. 한 총장은 최근 대검 중앙수사부 폐지를 언급하기도 했는데요. 다양한 검찰개혁 방안에 대해 고민 중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한 총장은 이달 초 검찰 현안에 대해 일선검사들의 의견을 직접 듣기 위해 검찰 내부 게시망인 '이프로스'에 익명게시판 설치를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 그 익명게시판에 최근 한 검사가 검찰의 자성을 촉구하면서 검찰개혁 방안을 내놨는데, 이 글이 일명 ‘낚시글’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어떻게 된 겁니까?
  
기자 : 최근 서울남부지검 소속 윤대해 검사는 검찰 내부통신망에 '검찰 개혁만이 살길이다', '국민 신뢰회복을 위한 검찰 개혁방안'이라는 글을 실명으로 게재했습니다. 익명 게시판에 실명을 밝히면서 검사 스스로 검찰을 공개 비판하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입니다. 그래서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그런데 윤 검사가 동료 검사에게 보내려던 문자메시지가 실수로 방송사 기자에게 전송되면서 내막이 드러났는데, 한마디로 검찰개혁을 주장한 글 이게 낚시였다는 겁니다.
 
윤 검사는 이 문자메시지에서 "내가 올린 검찰 개혁방안은 사실 별 게 아니다, 나중에 총장님이 이를 전격적으로 수용하는 모양새가 효과적이다"는 내용과 "박근혜 후보가 당선될 것으로 보이는데 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를 공약하지 않았으므로 거기에 대해 우리가 언급할 필요가 없다" 등의 문구가 담겼습니다. 검찰의 개혁노력에 대해 강하게 의문이 드는 상황입니다.
 
대검찰청은 윤 검사의 글과 메시지에 대해 "전적으로 개인적인 견해다"라며 진화에 나섰고 오늘 윤 검사에 대해 품위유지 의무 위반여부에 대해 감찰에 들어갔습니다.
 
정리하자면 김광준 검사 사건으로 검찰 수뇌부가 시작한 개혁작업을 일선검사들이 재를 뿌려가며 망치고 있다 이렇게 정리를 할 수 있겠습니다. 진정성 여부가 가장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셈입니다.
 
앵커 : 그렇군요. 한상대 총장의 거취문제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검찰개혁문제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기자 : 먼저 시민단체 등 사회 일각에서는 한 총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또 일부 일선 검사들도 한 총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검찰 수뇌부와 청와대는 다음 달 19일로 다가온 대선 정국과 정권 이양기를 한상대 총장체제로 끌고 가자는 의견이 강합니다.
 
정권이 바뀌면 검찰총장 역시 교체될 가능성이 높은데, 한 총장이 사퇴할 경우 짧은 기간 동안 ‘식물 총장’을 맡을 인물이 있느냐는 현실론도 대두되고 있습니다. 결국 검찰개혁은 내부 동력보다는 외부로부터 오는 충격으로부터 시작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가오는 대선이 분수령이 될 전망인데요.
 
민주당 대선후보인 문재인 후보는 당선되자마자 해결할 첫 과제로 검찰개혁을 꼽고 있는 상황입니다. 문 후보가 당선될 경우 검찰은 상당한 변화를 겪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반면,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검찰에 대해 이렇다할 개혁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박 후보가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검찰 개혁은 내부 목소리를 정돈하는 정도로 마무리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네, 한 총장이 지금 진행하고 있는 검찰개혁 관련 회의 결과는 언제 발표됩니까.
 
네, 오는 29일까지 일선지검 검사장들까지 회의를 열고 의견을 청취한 다음 평검사회의 결과를 취합해 이르면 이달 말 개혁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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