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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원

'경기 침체의 그늘'..이자도 못내는 상장사 속출

2013-05-07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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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박승원기자] 국내 상장사들이 빚에 허덕이고 있다. 
 
국내 경기가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대출원리금을 갚지 못하는 상장사가 속출하고 있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자를 연체한 상장사는 모두 5개사로 집계됐다. 지난해 한 해 동안 4개사가 연체한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수준이다.
 
특히, 이자를 연체한 상장사 가운데 STX중공업, STX엔진 등 일부 상장사는 이자를 2번 이상 연체했다.
 
유가증권 상장사 가운데 STX중공업(071970)은 지난 3일 260억원 규모의 대출원리금 연체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자기자본의 5.05%에 달하는 규모다.
 
회사측은 "STX조선해양(067250)의 자율협약으로 계열사 매출채권 결제가 지연됐다"며 "금융기관과의 차입기간 연장 합의도 늦쳐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회수 매출채권에 대한 조속한 결제를 촉구중"이라며 "금융기관과 빠른 시일내 차입기간 연장으로 정상적인 은행거래 유지를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 23일에도 STX중공업은 STX조선해양 등으로부터의 매출채권 회수 지연 등으로 308억원 규모의 대출원리금을 연체한 바 있다.
 
STX그룹의 계열사인 STX엔진(077970) 역시 지난 2일 STX조선해양의 자율협약에 따른 계열사 매출채권 결제 지연으로 인해 413억원 규모의 대출원리금 연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380억원의 이자 연체 이후 또 다시 대출 이자가 연체된 것이다.
 
워크아웃(기업개선 작업)중인 금호산업(002990)도 지난 2월20일 590억원 규모의 대출원리금 연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연체 금액은 자기자본의 6.84%에 달한다.
 
회사측은 "대출기관인 아시아나항공(020560)의 업무수탁자이자 자산관리자, 신용공여자인 우리은행의 연장승인 불가에 따른 것"이라며 "우리은행과 협의해 연체 해소를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스닥 상장사 중 네트워크 솔루션 전문업체 제너시스템즈(073930)는 지난 3월5일 매출채권 회수와 투자지연으로 인해 자기자본의 31.72% 규모인 54억원의 대출원리금 연체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앞서 두 번의 대출금 이자 연체를 포함해 올해 들어서만 3차례나 대출원리금 연체가 발생한 것이다.
 
회사측은 "현재 채권자와 상환에 대해 협의했다"며 "회수채권과 현재 진행중인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등과 연계해 빠른 시일 내에 상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외에 셋톱박스 전문기업인 기륭E&E(004790)도 지난 3일 매출채권 회수 지연으로 10억원 규모의 대출 이자를 연체했다.
 
이 처럼 상장사들이 대출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해 허덕이는데는 기업의 자금 사정이 좋지 못하는 상황에서 경기 부진으로 매출마저 감소하는 등 기업들의 실적이 더욱 악화된 영향이 크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금융회사를 제외한 1541개 상장기업과 182개 주요 비상장기업의 지난해 경영실적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인 기업은 전체의 32.7%였다. 이자보상비율이 100%가 안 된다는 것은 영업활동으로 번 돈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 같은 한계기업 비율은 지난 2010년 22.6%에서 2011년 28.3%로 해마다 늘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상장사들의 대출원리금 연체는 경기 침체에 따른 기업의 수익성 악화 때문"이라며 "중공업, 상선 등 일부 업종의 경우엔 경기 침체 외에도 수요가 없는 등 업황이 악화된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빚을 갚지 못하는 상장사 가운데 일부가 퇴출로 이어져 이들 기업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손해를 볼 수 있다는 데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향후에도 국내 경기 침체 속에 실적 부진 등으로 대출원리금을 연체하는 상장사가 늘어날 수 밖에 없어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업의 신용등급 하락 등 수익성 악화에 따라 자금난에 봉착할 기업들이 많이 존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업종의 경기 사이클에 따라 이자를 내지 못하는 상장사들이 구별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개인 투자자의 경우엔 투자 대상 기업이 속한 산업별 경기 사이클을 확인해야 한다"며 "해당 기업이 공시하는 분기보고서나 증권신고서 등에 기대된 내용에 대해 꼼꼼히 살피고, 의문점이 있을 때는 기업의 IR부서나 자금부서 등에 질문해 의문점을 해결하면서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박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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