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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근

'위기의 해운업' 정상화까지 최소 3년..정부 지원은 '멀기만'

유동성 위기로 최근 2년간 선박 발주 전무

2013-05-22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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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해운업 시황이 개선되기까지 최소 3년 이상이 걸릴 것이란 지극히 어두운 전망이 제기된 가운데, 그나마 희망을 걸었던 해운보증기금 설립마저 미뤄지면서 업계의 암울함이 커졌다.
 
벌크선 BDI 지수는 올 들어 단 한 차례도 1000포인트를 넘지 못하고 있다. 업계가 손익분기점으로 생각하는 2500포인트 선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 여파로 최근 2년간은 새로운 선박 발주가 전무한 상태다. 지난 2월 한국전력 자회사들이 유연탄 수송용으로 벌크선 9척을 발주한 것이 전부다.
 
조선 업황 침체로 선박 가격이 저렴한 지금이 새로운 선박을 발주할 기회인데도 당장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막기에 급급해 선박 발주는 꿈도 못꾸는 실정이다. "바닥이 안 보인다"는 토로가 현실화됐다.
 
지난 20일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발표한 '해운시황 동향 및 전망'에 따르면 해운업계는 유럽 재정위기 이후 물동량을 앞서는 선박 공급 과잉 탓에 장기 침체를 겪고 있으며, 시장이 정상화되기까지 최소 3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제공=클락슨,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특히 벌크선 시장은 세계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부진과 중국의 선박 공급 증가로 수급의 균형점이 여지없이 깨지면서 어려움이 커졌다.
 
지난해의 경우 벌크선 물동량이 전년 대비 7% 늘었음에도 선박 증가율이 10%에 달해 시황은 더 악화됐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평균 BDI는 817.2포인트를 기록, 전년 동기 대비 약 9.4%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유조선 시장도 물동량 증가율보다 월등히 높은 선박 증가율을 지속적으로 나타내고 있어 시황 침체는 장기화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컨테이너선도 타 선종과 마찬가지로 선박 과잉의 문제를 안고 있으며 연료비라도 아끼기 위해 저속운항(slow steaming)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제품운반선 시장의 경우 미국에서 유럽으로 수송되는 셰일오일, 오일샌드 등이 증가하면서 완만한 시장 회복세가 기대된다. 
 
한편 이 같은 어려움에도 해운업계가 한 가닥 희망을 걸었던 2조원 규모의 해운보증기금 설립이 내년으로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업계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22일 "현재 기재부 등 관련 부처와 재원 조달 문제를 협의하고 있지만 이미 올해 예산 집행 계획이 결정된 상황이라 해운보증기금 관련 재원은 내년 예산안에나 반영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매년 9월말로 예정돼 있는 새해 예산안 스케줄에 맞춰 진행하다 보면 연내 설립은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나 생각된다"며 사실상 연내 설립이 어렵다는 뜻을 내비쳤다.
 
해양수산부는 지난달 대통령 업무 보고에서 해운보증기금 설립을 주요 현안으로 브리핑하면서 정부 등 정책금융기관이 자본금의 90%인 1조8000억원을 지원하고, 나머지 10%(2000억원)는 선박금융에 참여하는 해운사 등이 출연토록 하는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당시 해운업계에서는 2000억원 출연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시각도 있었지만, 대다수는 2조원이면 승수효과에 따라 20조원 이상의 효과를 볼 수 있다며 기대감을 키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조차도 지연되자 업계는 유동성 확보를 위한 자구책 마련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한진해운(117930)은 21일 30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했고, 현대상선(011200)은 보유 중인 현대증권 우선주 503만7060주를 담보로 400~50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업황이 워낙 침체되고 단기간 내 개선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면서 한진해운이나 현대상선 같은 대형 해운사들도 회사채 발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해운사들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크레인, 컨테이너 등 자산을 내놓고 있지만 매각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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