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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근

쌍용차, 부활의 질주 속 고통의 이면

올 들어 5개월 연속 나홀로 판매 상승세, 실적 개선 신호탄

2013-06-05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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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수입차의 거센 공세에도 불구하고 내수를 중심으로 상승곡선을 그리며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던 쌍용자동차가 회계조작 의혹 등 이면에 가려졌던 문제들이 불거지며 화염에 휩싸였다.
 
쌍용차(003620)는 코란도 시리즈와 SUV 차량의 판매 증가에 힘입어 올 들어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판매량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에는 국내 완성차 5사 중 유일하게 내수 판매가 증가하는 기염을 토했다.
 
경기침체 장기화에 내수 불황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엔저를 등에 업고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거센 공세를 펴는 등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이중,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쌍용차의 도약은 고무적인 실적이다.
 
쌍용차는 지난달 내수 시장에서 전년 동월 대비 28.4% 증가한 5270대를 판매한 반면 쌍용차를 포함한 국내 완성차 5사의 지난달 내수 판매는 총 11만9124대로 전년 동월 대비 2% 가량 감소했다.
 
또 지난달 13일부터 3라인 주야 2교대제 도입을 통해 무급 휴직자의 복직이 완료되면서 지지부진했던 2009년 노사 합의를 마무리하게 된 점도 쌍용차의 경영상태가 안정권에 진입했음을 알려주는 신호로 인식됐다.
 
하지만 최근 노동계와 정치권에서 2008년 쌍용차의 감사보고서와 회계법인이 작성한 감사조서 내용이 조작됐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면서 그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3일 민주노총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와 은수미 민주당 의원, 심상정 진보정의당 의원 등은 기자회견을 통해 대규모 정리해고 시발점이 된 안진회계법인 감사보고서와 쌍용차 감사조서 간 회계수치가 다르다며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감사조서는 회계법인이 회계감사를 실시하면서 조사내용을 기록해 놓는 일종의 감사보고서 초안으로, 감사조서와 감사보고서의 수치는 동일해야 한다.
 
이들은 쌍용차가 지난 2009년 2646명의 대규모 구조조정 당시 노조를 제압할 명분을 손에 넣기 위해 쌍용차와 회계법인이 채무 규모를 부풀리는 방식을 통해 회계 조작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정리해고 자체가 무효이며, 국정감사를 통해 엄밀하게 재조사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2009년 쌍용차에서 대규모 정리해고가 발생한 이후 사망한 노동자와 가족들이 지금까지 20여명이 넘고, 현재 정리해고 무효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철저한 재조사를 통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쌍용차는 4일 보도자료를 통해 "법원 및 금융당국으로부터 기업회계기준에 따른 적법성 및 적정성이 이미 규명됐다"며 "당시 쌍용차 경영여건에 대한 오해와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사항"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또 "지난 2012년 정리해고 무효소송에서 회계조작과 정리해고의 연관성 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서울남부지방법원의 판결에 노동계가 불복함에 따라 현재 서울고등법원 제2민사부에서 항소심이 진행 중에 있다"며 "이번 항소심에서 서울대 회계학과 교수를 감정인으로 선임하고 유형자산 손상차손에 대한 특별감정절차를 7일부터 본격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특별감정절차를 거쳐 이달 내로 회계조작 의혹에 대한 진실이 가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사실로 밝혀지거나 자칫 비화될 경우 쌍용차의 이미지와 신뢰도를 크게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도덕성까지 타격을 입을 수 있어 그간의 실적 개선 성과가 무위로 돌아갈 수도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부활의 질주 이면으로 회사 측의 부도덕한 행위와 근로자들의 눈물이 서려 있게 되는 셈이다. 갖은 우여곡절 끝에 경영 정상화의 발판을 가까스로 마련한 쌍용차가 다시 한 번 절대절명의 기로에 서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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