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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근

STX팬오션 끝내 법정관리..산은 인수거부 '결정타'(종합)

예비실사 결과 '부채덩어리'..금융당국-채권단 이견 표출

2013-06-07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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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STX팬오션(028670)이 끝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STX그룹 구조조정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STX조선해양을 중심으로 한 구조조정 작업에 차질이 생기면서 다시 한 번 STX그룹의 공중분해 위기가 찾아왔다.
(사진제공=STX)
 
STX팬오션은 7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 본사에서 임시이사회를 열고 서울중앙지법에 법정관리를 신청하기로 결의했다. 이는 STX그룹 계열사 중 지난 4월26일 STX건설에 이어 두 번째다.
 
당초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사모펀드(PEF)를 통해 STX팬오션을 인수하는 것을 유력하게 검토해 왔으나 예비실사 결과 예상보다 부실규모가 크고 회생가능성 또한 적은 것으로 판단되면서 내부에서도 인수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이 빚어졌다.
 
이 가운데 지난주 STX(011810)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STX팬오션 인수 의사를 최종 타진하면서 운영자금 2000억원 긴급지원을 요청했으나 산업은행이 사실상 거절, 결국 인수를 포기하면서 STX팬오션은 법정관리 외길에 이르게 됐다.
 
STX팬오션은 한진해운(117930), 현대상선(011200)에 이은 국내 3위의 해운회사이자 국내 최대의 벌크선사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해운시황이 악화된 탓에 지난해 2145억원의 영업손실을 내고, 해외 선사들에게 지급해야 할 용선료마저 지연돼 선박이 해외에서 억류되는 등 극심한 자금난을 겪어 왔다.
 
오는 10월 2000억원의 만기 회사채를 포함해 선박금융 2조5000억원, 회사채 1조2000억원, 은행 채권 7000억원 등 부채가 무려 4조4000억원에 달하는 등 거대한 부실 덩어리로 전락한 것도 산업은행이 인수를 포기하게 만든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STX팬오션의 이번 조치는 STX그룹 전체의 구조조정 작업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STX그룹은 현재 STX조선해양(067250), STX중공업(071970), STX엔진(077970) 등 주요 3개 계열사를 중심으로 한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이날 STX팬오션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STX조선해양에 발주한 선박 주문이 취소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STX팬오션이 현재 발주한 선박은 총 28척으로, 이중 25척이 STX조선해양이 집중돼 있다. 또 10척은 연내 인도될 예정이었다.
 
결국 선박 제작을 통해 자금난을 벗어나려 했던 STX조선해양과 협력사의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STX조선해양은 지난달 채권단에 4000억원의 선박 제작 자금을 신청한 상태로, 이 자금을 활용해 STX조선해양과 중공업, 엔진으로의 자금 선순환을 기대했지만 수주 물량이 감소하면서 계획안에 차질을 빚게 됐다.
 
또 STX팬오션을 매각해 매각대금을 STX그룹 정상화에 사용하려던 계획도 무산됐다. 동시에 이번 사태로 STX그룹의 구조조정 방식을 둘러싼 금융당국과 채권단의 내부갈등이 다시 한 번 대외에 표출돼 향후 난항이 예상된다.
 
지난주 우리은행이 강덕수 STX그룹 회장이 대출 담보로 맡긴 STX 주식 653만주의 매각을 검토했다가 보류 의사를 밝히면서 금융당국과 채권단 간 갈등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당국에서는 산업은행 측에 STX팬오션 인수를 강하게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여파는 아직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체결하지 못한 포스텍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포스텍은 지난해 말 기준 강 회장이 69.38%의 지분을 보유 중이며, 사실상 STX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옥상옥이다. STX그룹이 뿌리채 흔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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