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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근

STX조선 중심 새판짜기.."이미 시나리오는 나왔다"

STX조선 중심 구조조정은 기정사실화..실사 사실상 마무리

2013-06-13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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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STX조선해양(067250)을 중심으로 한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STX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포스텍의 자율협약 체결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3일 채권단 등으로부터 전해진 바에 따르면 STX조선해양과 STX중공업(071970)·STX엔진(077970) 등 조선산업 중심의 3개 계열사는 회생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는 분위기다. 또 STX조선해양에 대한 실사가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늦어도 내달 초에는 회생에 대한 답을 들을 수 있을 전망이다.
 
STX조선해양이 2년치 수주 물량을 확보한 상황에서 추가자금 지원이 이뤄질 경우 선박 건조를 통해 자체적으로 운영이 가능한 데다, 경남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장 등을 고려해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계속해서 강하게 압박을 가하고 있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여타 채권은행들이 이를 거부하기가 사실상 어렵다는 게 중론.
 
특히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이 지역을 텃밭으로 하는 여당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경남도와 창원시 등 자자체는 물론 지역구 국회의원들까지 나서 채권단에 회생에 대한 촉구를 가하고 있다. 정부 출범 초기인 만큼 내년 치러지는 첫 대전에서 텃밭의 민심 이반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게 새누리당 내부 목소리다.
 
경남 창원에는 STX조선해양과 STX중공업, STX엔진, 포스텍 등 STX그룹의 4대 주요 계열사 본사가 위치해 있고, 여기에 관련된 고용인원만 6만명이 넘는다. 조선해양이 위치한 인근 진해와 마산, 부산까지 아우를 경우 규모는 훨씬 더 커진다.
 
때문에 정부와 해당 지자체에서도 STX조선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발 벗고 나섰다.
 
경남도청은 STX 살리기 전담 팀을 홍준표 지사 직속 산하에 꾸려 가능한 행정적 지원을 다 하는 한편 중앙정부와 채권단에도 STX조선의 조속한 경영정상화를 수차례 요청한 바 있다. 산업은행 또한 비공개로 홍 지사 측에 관련 진행사항을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완수 창원시장도 지난 12일 'STX그룹 안정화지원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STX엔진과 STX중공업을 차례로 방문하는 등 대책 논의에 여념이 없다. 박 시장은 오는 14일엔 STX조선해양을 찾아 현장 바람을 들을 예정이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STX그룹의 정점에 위치한 포스텍의 향방이 정해지지 않고 있어 구조조정이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포스텍은 옥상옥의 사실상 지주사 격으로, 강덕수 회장이 절대 지분을 보유 중이다. 결국 포스텍의 향방은 강 회장의 경영권과 흐름을 같이 할 수밖에 없다.
 
포스텍은 채권단에 자율협약을 신청하고 700억원의 긴급자금 지원을 요청했지만 채권단 쪽에서는 일체 반응이 없는 상황으로, STX그룹 주요 계열사 중 구조조정 계획이 정해지지 않은 유일한 계열사다.
 
포스텍은 선박 설계와 해상운송업, 해운중개업, 조선기자재조립 등의 사업을 영위하며, 강 회장이 69.3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포스텍은 STX그룹 지주사인 STX(011810) 지분 23.1%를 보유, 이를 통해 강 회장이 STX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구조다.
 
이같은 구조 때문에 채권단 일각에서는 포스텍이 사실상 강 회장의 개인회사나 다름없고, 강 회장 중심의 지배구조를 깨뜨리기 위해서라도 포스텍과의 자율협약은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다른 계열사와 달리 포스텍은 자체적으로 회생할 수 있는 기반이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주요 수입원이 STX그룹 계열사의 지분 이익인 구조 탓에 굳이 살려놓을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STX조선의 구조조정이 제대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STX중공업,STX엔진과 더불어 포스텍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일단 포스텍을 살려 선박 건조에 차질이 없게 한 다음 감자 등 지분 정리를 통해 궁극적으로 STX조선에 합병해야 한다는 게 주장의 골자다.
 
포스텍이 선박 건조에 필요한 철판 가공재 등 핵심 소재를 납품하고 있어 포스텍의 돈 줄이 막힐 경우 선박 건조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STX조선에 추가 자금이 지원돼도 현장에서는 작업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없다는 얘기다.
 
실제 포스텍의 돈줄이 마르면서 관련 협력사들의 임금이 2~5개월가량 지급되지 않자 STX조선으로의 기자재 납품이 중단돼 STX조선에서도 선박 건조에 애를 먹고 있다.
 
때문에 현장에서는 선박 인도일이 임박한 선박 마무리 공정에만 인력이 주로 투입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단계에서는 공정률이 평소의 10%까지 떨어지는 등 상황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결국 STX조선과 중공업, 엔진 등 이른바 STX조선그룹에 포스텍이 함께 가지 않는 한 구조조정은 반쪽자리 정상화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STX 관계자는 "회사 경영과 관련한 모든 사항이 채권단의 결정에 따라 움직이는 만큼 채권단의 판단이 중요하다"며 "강 회장도 모든 것을 내려놓고 백의종군하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빠른 결정으로 구조조정에 속도가 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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