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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애

SK 재판부 "단순한 오해였다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다"

증거로 제출된 '김원홍-최태원' 대화 녹취록서 핵심인물로 김준홍 지목

2013-06-28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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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오른쪽), 최재원 부회장(왼쪽)
 
[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SK(003600)그룹 횡령 사건의 재판에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과 김준홍 전 베넥스 대표·최태원 회장 형제와의 대화 녹취록이 증거로 제출됐다.
 
녹취록에는 김 전 대표가 이번 재판의 쟁점인 펀드 선지급금 송금 사건의 핵심인물로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녹취록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항소심에서부터 최 회장 측이 주장해온 '김 전 고문과 김 전 대표의 개인거래'를 뒷받침할 결정적인 증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항소심은 오해를 안하니까 이제야 밝힌다?"
 
그러나 이날 재판부는 녹취록의 증거채택 여부를 결정짓기에 앞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29일 서울고법 형사합의4부(재판장 문용선)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문 부장판사는 "변호인의 의견서에 '오해할까봐 감췄다'는 문구가 있던데, 그럼 지금은 오해를 안할꺼라고 생각하느냐"며 "기록이 백몇십권 되도록 시간과 노력을 바쳐 수사한 검찰과 1심 법원은 오해를 하고 항소심은 오해를 안하니까 이제서야 뭔가를 밝히겠다는 건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재판이 어떻게 몇 기일에 걸쳐 진행되는지 뻔히 잘 아는 변호인들이 의견서를 재판 당일 아침에서야 볼 수 있게 저녁 늦게 제출하는 건, 일부러 못보게 하려는 건 아닌지 의심된다. 재판장이 실체적 진실을 밝히려 하니까 그것을 막기 위한 것인지…"라고 말했다.
 
최 회장 측 변호인이 증거로 재판부에 제출한 '대화 녹취록'을 열람하지 못한 채 법정에 나온 검찰과 김 전 대표측 변호인은 녹취록에 대한 의견을 다음기일에 밝힐 예정이다.
 
한편 김 전 고문이 '최 회장은 (송금 사실을)모른다'고 했다는 말을 김 전 대표가 믿었는지 혹은 믿고 있는지 여부에 대한 답변 내용을 두고도 재판부의 쓴소리가 이어졌다. 
  
김 전 대표는 "세무조사 때는 검찰이 수사하던 상황도 아니라서 '김 전 고문이 저한테 뒤집어 씌우려고 했을 의도가 있을까'라고 생각하는데, 보석으로 풀려난 이후 김 전 고문이나를 지속적으로 없었던 일까지 세뇌하는걸 듣고 나서는 그 분을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최 회장이 가잘 잘 안다"
 
이에 문 부장판사는 "기업의 입장에서 세무조사가 별거 아닌 것이냐"고 물었다.
 
이어 "김 전 고문처럼 기업에 오래 있으면서 돈을 많이 다뤄온 사람이 SK기업에 세무조사가 당초 문제 됐을 때, 세무조사 이후 절차가 어떻게 전개될지에 대해 생각했을 텐데, 그렇게 안일하게, 세무조사 때 한 말이니까 김 전 고문의 말을 믿는다는 건가"라고 말했다.
 
문 부장판사는 "만일 단순한 문제라면 수사 초기부터 항소심 법정까지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최 회장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최 회장에게 "최 회장이 억울하다고 하는건 잘 알고 있다. 억울하다는건 뭔가 진실이 아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이번 사건은 단순한 게 아니다. 그저 오해 정도가 아닌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는 부분이 있어서 여기까지 흘러온 것"이라며 "최 회장의 주장이 진실이라면 검찰은 기소를 안했고, 1심에서도 무죄판결을 받았을 것이다. 밝혀질 수 밖에 없었던 일"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선지급 명목으로 수백억원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기소된 최 회장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한 반면, "형은 몰랐다"고 주장해온 최 부회장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그런데 항소심에서 최 회장은 '몰랐다'던 '펀드 출자금'에 대해 '알고 있었고', '혼자 했다'고 진술했던 최 부회장은 '방어막이 되려 거짓말을 했다'며 1심 진술을 항소심에서 뒤집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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