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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윤

(밀려나는 그린에너지)②헛 구호만 남발..갈피 못잡는 '정부'

EU, 기후변화 관점서 확대..한국은 '화석 따로 신재생 따로'

2013-07-22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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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 11%로 확대해 에너지 공급의 탈화석화를 실현하겠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 2008년 8월 국가에너지 정책의 근간이 되는 '제1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발표하며 '녹색성장'에 대한 야심찬 비전을 제시했다.
 
당시 정부는 "건국 이래 최초로 수립된 20년 단위의 장기 에너지 계획"이라면서 "환경, 효율, 안보 등의 정책목표를 고려한 최적의 장기 에너지 공급믹스를 도출했다"고 자평했다.
 
그로부터 6년 뒤. 시장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오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11%로 확대하겠다는 당초 계획은 헛된 구호로 그칠 공산이 크다. 녹색성장 구호를 외쳤음에도 이명박 대통령 재임 기간 신재생에너지 공급 비중은 0.32%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구호와 정책이 따로 논 탓이다.
 
남은 기간 8.25%포인트를 증가시켜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의 증가속도로는 달성하기 힘들다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특히 세계경기 불황으로 에너지 산업이 위축된 상황에 정부가 예산 지원마저 줄이고 있어 목표 달성은 더욱 힘들다.
 
◇녹색성장 헛구호..'신재생에너지 따로 화석에너지 따로'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이 헛구호에 그친 주된 요인은 신재생에너지 정책과 국가에너지 정책이 따로 놀았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1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통해 석유를 포함한 화석에너지 비중(1차에너지 기준)을 2008년 83%에서 2030년 61%로 축소하는 한편,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현재 2.4%에서 2030년 11%로 늘리는 방안을 내놨다.
 
또 국내총생산(GDP) 1000달러를 생산하기 위해 소비된 에너지량(TOE)을 2008년 0.341에서 2031년 0.185 수준으로 45% 개선하고, 석유·가스 자주 개발률을 4.2%에서 2030년까지 40% 수준으로 확대키로 했다. 선진국들이 이산화탄소 절감을 위해 석유·가스 등의 화석연료 사용을 축소하는 행보와는 거꾸로 가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화석연료 개발을 10배나 끌어 올리겠다면서 신재생에너지를 육성하겠다는 것은 모순의 극치라고 지적한다. 자급률 확대 차원이라고는 하나 이 역시 석유·가스보다는 신재생에너지에 매진하는 게 정책의 일관성이나 현실성에도 부합한다는 지적이다.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에 대해 전체적인 밑그림이나 구체적인 실행방안은 없고, 구호만 난무했다는 혹평이 뒤따르는 이유다.
 
◇선진국, 기후변화 관점서 보급 확대 정책
 
반면 선진국들은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독립적인 에너지 정책으로 간주하기보다 기후변화의 큰 틀에서 접근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신재생에너지 선진국으로 통하는 유럽연합(EU)은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기후변화 대응의 방편으로 활용하고 있다. 배출권 거래제를 2005년 세계 최초로 시행한 데 이어, 2008년에는 '20-20-20 기후변화 법안'을 승인했다. 이 법안은 오는 2020년까지 이산화탄소를 20% 감축하고, 재생에너지의 비율을 20% 상향 조정하겠다는 게 골자다.
 
특히 신재생에너지 공급 비중이 무려 20%대에 달하는 덴마크의 경우 에너지정책이 가장 입체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2050년 화석연료로부터 독립을 목표로 하는 덴마크는 오는 2020년까지 최종 에너지 소비에서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30%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부터 신축건물에 석유보일러 설치를 금지하고, 에너지 소비가 낮은 신축건물의 경우 바이오매스를 이용한 소형 열병합 발전을 설치하도록 의무화했다.
 
뿐만 아니다. 덴마크는 이미 1970년대에 이산화탄소세와 이산화황세, 에너지세 등의 그린 텍스를 도입해 운영 중에 있으며, 전력 생산에 대한 이산화탄소 쿼터제도 1999년에 도입했다.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촉진하는 법안 마련과 재원 확보 등 전 방위적인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되고 있다.
 
◇덴마크-독일, 환경세 부과 통해 재원 마련
 
또 다른 녹색선진국인 독일도 신재생에너지 정책의 모범으로 꼽힌다. 독일은 지난 1998년 에너지와 기후정책을 하나로 통합하며 신재생에너지 보급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비재생에너지에 환경세를 부과하는 한편 에너지의 최종 소비자 가격에 오염자 부담의 원칙을 적용하는 등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재원 확보에 나섰다.
 
여기서 확보된 재원을 토대로 10만 태양광 프로그램 사업과 재생난방설비 설치 융자,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 등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사업을 적극 전개하고 있다. 그 결과 국가 전체 전력 생산에서 20년 전 4%에 불과했던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지난해 22%로 수직상승했다.
 
덴마크와 독일의 사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가 목표 제시에서 나아가 에너지 정책으로의 실질적 전환이 전제돼야 실효를 거둘 수 있다는 교훈이 되고 있다. 
 
최근 신재생에너지 보급이 비약적으로 늘고 있는 일본 역시 오는 2020년까지 1990년 대비 25%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한다는 계획을 제시한 상태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까지 늘릴 방침이다.
 
특히 일본 경제산업성은 올해 생산전력의 13%를 신재생에너지에서 확보하기로 하면서 태양광 발전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유럽과 미국에 이어 제3의 태양광 시장으로 각광받기에 이른 것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일본은 올해 1분기 승인된 태양광 물량 규모만 7기가와트(GW)에 달하며, 올해 최대 9GW 이상의 태양광 발전소가 승인될 것이 유력하다.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의지와 구체적 정책이 보급 확대로 직결된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성호 전북대 산학협력단 교수는 "우리나라의 신재생 가능 에너지의 보급이 미미한 이유는 정부의 안이한 정책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면서 "신재생에너지의 경제성 개선과 산업발전을 고려해 우리나라 전체 에너지 공급 시나리오에 대해 전면적 재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계속)
 
◇태양광 패널이 설치된 주택.(사진=양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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