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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봄이

공유형 모기지, 집주인이 3주 이상 기다려줄까

동·호수 지정해 신청하면 4000명 선정 현지실사

2013-09-25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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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봄이기자] 생애최초 주택구입자 3000명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실시하는 공유형 모기지에 대한 관심이 높다. 사전상담 첫날인 23일 전담은행인 우리은행에 접수된 문의는 1150건에 달했다. 하지만 이전에 도입되지 않았던 제도인데다 시범사업으로 실시돼 일선 현장에선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많다.
 
특히 공유형 모기지 신청을 준비하는 실수요자들에게는 집주인의 협조를 구할 수 있느냐 여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출심사에서 탈락할 수 있어 선뜻 계약을 할 수 없지만 아파트 동·호수와 거래가를 입력해야 모기지 신청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전상담부터 대출여부 통보까지 최소 3주 걸려
 
◇공유형 모기지 시범사업 일정(자료=국토교통부)
 
국토교통부에서 발표한 시범사업 일정을 보면 10월 1일 온라인 선착순 접수로 5000명을 모집한 후 서류 심사를 통해 4000명을 추린다. 이후 감정평가원의 현지실사 등을 통해 3000명을 최종 선정해 11일부터 순차 통보한다.
 
사전상담부터 대출대상자 통보 시점까지 약 3주가 걸릴 예정이다. 때문에 만약 이 기간 중에 집주인이 다른 매수자와 계약하게 되면 심사는 물거품이 될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행 제도는 신청 때 동·호수를 기입한 집을 구입해야 대출이 가능하다. 그렇다고 대출 가능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집주인이 마냥 기다리기도 어렵다.
 
게다가 대상자를 순차적으로 통보하는 것이기 때문에 실제 모기지 대출을 받기까지 더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국토부의 시범사업 일정에는 1차 심사에서 선정된 4000명을 대상으로 10월 8일부터 22일까지 현지실사를 진행한다고 표기돼 있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관계자는 "필요한 서류가 준비되는대로 현지 실사를 거쳐 대출대상자를 확정하겠지만 정부의 시범사업으로 처음 실시되는 만큼 서류제출이 늦어질 수도 있다"며 "이런 점을 감안해 현지실사 일정을 22일까지로 잡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지실사 등 심사가 지연돼 계약이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필요한 서류가 제출되는대로 신속하게 대출심사를 진행할 것"이라며 "한국감정원에서도 활용 가능 인력을 모두 협조한다는 방침이기 때문에 대출심사가 지연되는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도 "전국에 30개 지점을 두고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실사 인력이 모자라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개업소, '집주인 마음 돌리면 어쩌나'
 
◇공유형 모기지 상품설명서 표지사진
 
대출심사가 최대한 신속하게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공유형 모기지를 통한 내집마련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특히 아파트를 중개하는 일선 현장에선 '조건이 더 좋은' 매수자가 나타나면 계약이 틀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신금옥 일산 럭키공인중개소 대표는 "제시한 가격에 맞춰 사겠다는 사람만 있으면 빨리 팔고 싶은 것이 집주인의 마음"이라며 "대출이 될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공유형 모기지만 바라보고 기다리는 집주인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 대표는 "최근 높은 전세가에 매수로 돌리고 있는 수요자들이 나오고 있는데다 한 매물을 공동중개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집주인이 다른 수요자와 계약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지적했다.
 
양천구 신월동 매물을 주로 중개하는 임성배 리얼에셋투자연구소 이사는 "수요자들은 관심이 높아 일선 현장에 매수문의가 많이 오고 있지만 시범사업에다 3000명에 한정해 대출을 해주는 것이라 불확실성도 크다"며 "실제 공유형 대출을 염두에 두고 매수자와 집주인을 연결한 사례는 아직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반론도 있다. 노원구 중계동 매물을 주로 중개하는 이철웅 리치플러스 대표는 "과거에는 전세자금 대출을 받는다고 하면 집주인이 거절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집주인들 인식도 많이 바뀌었다"며 "거래가 풀리고는 있지만 아직 아파트 매매는 매수자 우위시장이기 때문에 집주인들이 협조해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출 가능성 '며느리도 몰라'..'플랜B' 준비하라
 
집주인의 협조를 얻었더라도 대출 가능성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선착순 접수로 5000명 안에 들었다고 하더라도 대출은 3000명에게만 허용되기 때문에 엄연히 경쟁이 존재한다.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이다. 신청 시 기제한 매매가가 실제 감정가보다 10% 이상(3000만원) 비싸면 대출을 받을 수 없다.
 
또한 대출심사 때는 신청인에 대한 정책적 필요성(무주택기간, 세대원 수), 차주의 상환능력(DTI, LTV 등), 대상주택의 적격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신혼, 다자녀, 다문화 가정에는 가점을 부여한다. 이렇게 산정된 점수에 따라 최종 3000명은 선발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떤 조건이 유리하다고 특정할 수 없다.
 
우리은행 본점에서 공유형 모기지 상품을 담당하는 창구 직원은 '동·호수를 확정해 신청했는데 대출이 안 되면 어쩌나'는 질문에 "다른 대출 상품을 알아봐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모기지 대출을 못 받는 상황에 충분히 대비해야 한다는 의미다.
 
◇우리은행 상담창구(사진=문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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