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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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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미국은 '지구의 귀'..도청사건의 결말은?

2013-11-12 10:01

조회수 : 7,0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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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직한 노동변호사 로버트 딘(윌 스미스 분)은 우연히 비밀스러운 현장을 목격했다는 이유만으로 국가안보국(NSA)의 집요한 추적을 받으며 모든 개인정보들이 노출되고 감시당한다. 그를 도와주는 정보 브로커 브릴(진 해크만 분)은 "미국의 감시·도청기술은 이미 40년대에 완성되었다"며 "지하기지에 있는 슈퍼컴퓨터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나누는 휴대폰의 대화 속에 그들이 추적하는 단어(폭탄, 알라, 대통령 등)가 나오면 곧장 가동된다"고 말한다.
 
이것은 1998년작 영화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Enemy Of The State)' 속의 장면이다. 필자는 오래전 이 영화를 보면서 너무 영화 같은 영화라고 생각했다. 도청이라는 것은 영화에서는 자주 나오지만 현실에서는 극히 드물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15년이 지난 지금 영화가 현실이 되고 있다.
 
올해 6월,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직원이었던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로 미 NSA가 전 세계를 상대로 무차별적인 도청을 해왔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지금 전세계에는 도청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미국에게는 매우 골치 아픈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도청의 대상이 테러국가로 지목 받는 국가들이 아니라 미국과 우호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들이어서 논란이 더욱 크게 일고 있다.
 
요즘은 영화에서처럼 커다란 헤드폰을 쓴 채 밤새 통화를 모두 듣고 있지 않아도 원하는 정보만 골라서 수집할 수 있을 정도로 도청 기술이 발달했다. 현재 우리가 흔히 쓰는 무선 전화기는 광대역 수신기만 있으면 누구나 도청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만약 누군가 나의 핸드폰을 몰래 엿듣고 있다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 생각만 해도 불쾌해진다. 아무리 우방이라고 하여도 지도부끼리 미국에 대한 이야기도 했을 것이고, 국가기밀들도 주고받았을 텐데, 이 모든 것들을 엿들었다고 생각하니 실망과 배신감이 커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미국 NSA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휴대전화를 10여년간 감청했다는 사실에 메르켈 총리는 미국에 강한 어조로 항의하며 문제를 심각하게 다루고 있다.
 
35개국 정상이 도청을 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각국 정상들도 미국의 도청사실을 비판하며 그 수위를 점차 높여가고 있다.
 
NSA에서는 교황 선출 과정까지 도청한 것으로 밝혀지는 등 도청의혹은 일파만파로 세계에 번지고 있다.
 
미국은 2001년 911테러 이후에 테러 및 범죄수사에 관한 수사의 편의를 위하여 법원의 허가 없이도 이용자 정보를 수집할 수 있도록 하는 '애국법'이라는 법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것은 미국을 상대로 테러활동을 벌이는 단체나 개인을 감시하기 위한 법이 아니던가.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해외 방문길에 오를 때 백악관 참모진이 반드시 챙기는 필수품은 '텐트'라고 한다. 이 '텐트'는 도청을 차단하기 위해 외부로 소음을 송출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고 차단막으로 인해 외부에서는 텐트 안을 감시할 수 없는 특수 보안 장비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텐트' 안에서 기밀 서류를 검토하거나 참모들과의 민감한 대화 및 통화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국정상의 도청 의혹으로 도마 위에 오른 오바마 대통령 본인은 '텐트'를 이용해 해외 첩보기관의 감시를 피해온 것이다.
 
이런 도청 논란에 각국 정부는 분노하고 있지만, 대통령에 대한 도청이 기정사실화 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태도는 부끄럽기 짝이 없다. 아무리 동맹국이고 우방이라고 해도 따질 것은 똑 부러지게 따져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도청을 한 미국에게 "우리나라도 도청을 했는지 확인해 주실래요?" 하고 정중하게 물어본다. 그러면 미국이 "네, 한국도 도청했습니다"하고 밝혀줄까? 참으로 바보스러운 질문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이 어떤 수위로 해명을 해올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대한 도청 사실을 인정할 경우 스노든이 폭로한 35개국 정상들에 대한 도청사실도 함께 인정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미국은 이번 도청 논란으로 도덕적, 윤리적 책임을 저버리며 국제사회에서의 신뢰도도 추락하고 있다.
 
도청은 엄연한 불법이고, 심각한 사생활 침해로 간주되는 범죄행위다. 도청이 중대한 범죄라는 인식이 부족해 관련 범죄가 최근 늘어나고 있지만, 도청은 어떤 이유에서든 정당화 될 수 없다.
 
우리정부는 다른 국가들처럼 미국의 도청의혹과 관련된 증거를 확보하고 엄중히 항의해야 한다. 또 재발방지를 위한 관련법 제정과 도청시설 해체 등을 요구하는 등 책임 있게 대응해야 한다.
 
대내외적으로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과연 우리는 미국의 진심 어린 사과를 받아낼 수 있을지, 우리정부의 외교수완과 도청사건의 결말이 궁금해진다.
 
김선영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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