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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연

거래소, 대대적 몸집 줄이기 나선다

마케팅·상품 관련 부서 신설..'영업화' 강조

2014-01-10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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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박수연기자] 거래소가 과감한 조직개편과 초긴축 예산편성을 단행한다. 쓸데없는 부서와 예산비용은 과감히 줄이고 소위 돈되는 사업에는 적극적으로 투자하겠다는 계획이다.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9일 취임 100일을 맞아 내놓은 '거래소 선진화 전략'을 통해 '공기업의 영업화'라는 키워드를 제시했다. 거래부진과 IT비용증가 등으로 덩치만 키운 부실기관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보다 효율적인 경영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다.
 
최 이사장은 이날 "거래소라는 기관도 이제 하나의 산업이 돼 영업활동에 적극 나서야 한다"며 "비용절감과 과감한 투자를 통해 글로벌한 관점에서 수익구조를 바꿔나가겠다"고 밝혔다.
 
◇마케팅·상품 관련부서 신설..후선업무 대폭 축소
 
먼저 미래 성장가능성이 높은 부문에 조직을 신설하고 이외 후선업무 등은 대폭 축소된다. 소위 사업 매력도가 높은 마케팅과 상품 관련 사업 확장에 힘쓰고, 기타 총괄 업무 등은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신설되는 부서는 ▲파생상품개발부 ▲미래전략부 ▲상장유치부 등 총 3곳이다. 신상품 개발과 마케팅 역량 강화를 위해 파생상품개발부가 개설된다. 또 신사업 아이템 개발, 해외 인수합M&A·조인트벤처 등 미래 전략사업 발굴을 위한 미래전략부, 중소·벤처기업 등에 대한 상장유치를 강화하기 위해 상장유치부가 각각 신설된다.
 
후선업무 조직은 과감히 축소된다. 비서실과 인사·총무, 총괄조직 등 후선조직이 통폐합된다. 통폐합된 부서 인원들이 향후 상품개발과 마케팅 부서로 이동하게 된다.
 
시장감시총괄부 산하의 시장감시운영팀이 통폐합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는 상태다. 시장감시총괄부는 시장감시제도부로 명칭이 바뀌고, 그 아래 있는 시장감시운영팀은 시장감시제도팀에 편입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해외사무소 인력파견은 장려하면서도 무분별한 해외사업은 줄이는 방안도 추진된다. 먼저 기존 해외사업 전담조직을 이사장 직속의 국제사업단으로 개편한다. 직속체제가 되면서 좀 더 가시화되고 체계화된 업무 구조와 성과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지난해 거래소는 우즈베키스탄 해외사업과 관련 효율성이 없다고 판단, 현지 거주 직원을 국내로 복귀시킨 바 있다. 라오스, 캄보디아 등 해외사업과 관련한 부문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적으로 투자를 집행하고 인력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와는 별개로 IT부문 조직은 수장을 투입해 좀 더 효율적인 경영전략을 구상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경영지원본부에 기획정보사업·IT를 담당하고 있는 안상환 상무(CIO)외에 한명의 상무가 추가 영입된다. 이번에 영입되는 CIO는 경영지원본부 산하에 있는 IT관련 3개부서 11개팀을 따로 맡게 된다.
 
현재 IT관련 부서는 지난해 빚어진 각종 전산사고로 인해 신뢰도가 떨어진 상태다. 거래소 관계자는 "거래소에서 IT 비용에 들어가는 예산은 약 30%에 육박한다"며 "상당한 예산과 인원을 효율적으로 꾸려가기 위해 이번 인사를 조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조직개편과 인사이동은 2월 중순까지 마무리될 예정이다.
 
최 이사장은 "거래소도 현재 공기업의 성격에서 서비스와 기업성을 강화해야 한다"며 "독점구조 특성상 거래소는 민간기업처럼 마케팅 등 경쟁 부분이 부족했고 이에 따라 수익성 확대 차원에서 조직개편을 단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경수 이사장은 9일 취임 100일을 맞아 '거래소 선진화 전략'을 발표했다.
 
 
◇대대적 예산 감축..경영진 연봉 축소 논의도
 
올해 거래소의 집행 예산 비용도 대폭 삭감된다. 무분별한 사업비 추진 비용을 절감하고 좀 더 효율적인 사업에 투자하겠다는 전략이다. 또 내부 직원의 과도한 성과급 기준과 각종 복리후생비도 줄일 계획이다. 
 
거래소는 지난달 12일 올해 비용예산을 전년대비 약 30% 이상 감축한다고 밝혔다. 세부적으로 보면 업무추진비 45%, 회의비 30%, 행사비 30%, 국제협력비 35%, 국내외여비 27%가 각각 삭감된다.
 
상근임원 성과급 상한선도 100%에서 60%로 하향조정될 예정이다. 비상임이사의 경우 수당 한도 설정이 연 3000만원 선으로 조정되고 부장급 직원 임금은 동결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직원들의 복리후생비도 줄어든다. 각종 과도한 복리후생제도로 비난을 받아왔던 만큼 정부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하는 수준으로 조정될 예정이다.
 
임원급 경영진의 연봉 삭감과 임기 축소 논의도 오간 것으로 전해진다. 거래소 임원은 2년 임기에서 1년을 추가해 통상 3년간 재임해 왔지만 앞으로는 2년으로 임기를 끝내는 방안이 노조와 협의되고 있다.
 
임원급 연봉삭감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최경수 이사장의 연봉은 3억원대, 본부장보급 임원들의 연봉은 대략 2억원대 수준으로 추정된다. 거래소 한 임원은 "경영진 임원 연봉 삭감은 계속 얘기가 진행중에 있다"며 "아마 삭감쪽으로 거의 정해진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인사 제도도 개선될 전망이다. 본부장이 인사권을 잡고 인사를 단행하는 규정으로 '줄세우기 논란'이 나왔던 '드래프트 제도'는 사실상 폐지된 상태다.
 
드래프트 제도는 김봉수 전 거래소 이사장 재임 시절 처음 도입됐던 인사제도다. 하지만 업무능력보다 인맥관리에 치중돼 사실상 업무 효율성을 저해한다는 논란 때문에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거래소의 이같은 대대적 조직개편안과 예산삭감에 대해 노조 측도 어느 정도 같은 뜻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유흥렬 거래소 노조위원장은 "이사장이 직접 나서서 몸집을 줄이기 차원에서 조직개편과 예산삭감 등에 나서는 것은 효율적 경영이라고 생각한다"며 "다만 지나친 임금삭감은 책임경영이라는 논리를 해칠 수 있어 적절한 수준에서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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