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문정우

개강 앞둔 대학가 전세 '하늘 별따기' 여전

금리 인하로 월세·반전세 늘어

2014-08-12 14:41

조회수 : 6,225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뉴스토마토 문정우기자] 개강을 앞두고 신촌·회기·안암동 등 서울 대학가의 전세매물이 사라지고 월세가 늘면서 집을 구하는 대학생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월 마다 나가는 주거비용을 층당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나 과외를 하기도 하지만 이마저 쉽지 않다. 학비를 고려해 학점관리도 병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전셋집을 구하고자 하지만 전세는 이미 씨가 마른 상황이다. 정부와 서울시와 각 지자체는 공공기숙사나 매입임대주택, 홈셰어링 등 다양한 방안을 통해 대학생들에게 저렴한 수준의 주택을 공급하고 있다.
 
다만, 까다로운 자격기준과 엄격한 공동체 규약, 대학과 먼 거리에 위치해 있다는 점 등으로 인해 꺼리는 경우도 많다.  
 
◇대학가 전세 씨 말라..임대인, 월세·반전세 '선호'
 
7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대학가 전세 원룸은 거의 찾기 힘들고, 원룸 수요가 줄었다고 하더라도 신축 원룸 등의 수요는 여전한 상황이다. 
 
고려대 인근 A중개업소 대표는 "현재 5년내 신축 전세는 없고 오래된 원룸만 남아 있다"며 "은행금리가 떨어지면서 임대인들이 월세나 반전세로 전환하면서 전세물량이 줄어든 탓"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일부 재개발구역이 있는 대학가의 경우 기존 원룸공급이 줄면서 전세는 씨가 말라 버렸다. 남은 전세는 단독주택이나 환기가 잘 안되는 지하원룸 정도.
  
이문동의 B 중개업소 대표는 "학생들이 학교 기숙사가 들어가기도 힘들고 오히려 더 비싸다고들 한다"며 "다만 재개발 지역이라 원룸이 줄어 월세 등을 더 올려 받는 분위기다. 전세는 계속 줄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 안암동에 거주하는 대학생 김모씨(24·남)는 "올해 2월 구 6평 전세원룸을 겨우 구했다. 깨끗한 원룸은 모두 매월 돈을 내야 하는 부담이 큰 월세였다"며 "현재 환기와 방음이 전혀 안돼 잠만 자는 공간일 뿐"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서울시 공공기숙사 운영..임대료 8만~9만원 '저렴'
  
이런 대학생들의 집 구하는 설움을 덜기 위해 서울시와 여러 지자체는 공공기숙사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현재 공공기숙사는 연남, 공릉1, 공릉2, 갈현, 내발산기숙사 등 모두 5곳이 운영되고 있다.
  
이들 공공기숙사의 임대료는 기존 대학가 원룸 시세보다 저렴한 수준이다. 갈현기숙사의 일반실 임대료는 8만7000~8000원, 공릉2기숙사은 8만7600~9만원 정도에 임대보증금은 100만원 정도다.
  
SH공사 관계자는 "내발산동 공공기숙사는 이미 다 모집됐다"며 "이들 공공기숙사는 신촌이나 서대문, 동작구까지는 커버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서울시 SH공사가 매입·건설한 다가구·다세대주택이나 원룸을 대학생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희망하우징도 있다. 청년근로자나 대학생등이 입주할 수 있는 공공원룸(공공주택)도 제공하고 있다.
 
또 방은 따로 거실 등은 함께 쓰는 '홈셰어링'을 지자체가 활용하고 있다. 현재 서대문구는 노인과 대학생의 주거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한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홍제2동, 남가좌2동, 연희동에서 이화여대와 명지대 등 4명의 대학생이 참여한 상태다.
 
서대문구 관계자는 "노인들은 학생들에게 가사와 컴퓨터 등의 도움을 받고 고독감도 덜 수 있을 것"이라며 "학생들은 임대기간 6개월간 협의에 따라 보증금 없이 월세 20~25만원 수준으로 거주공간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공공기숙사 등 공급기준 현실과 괴리..'바늘구멍' 수준
 
그러나 공공기숙사나 희망하우징 임대주택의 경우 공급대상 기준이 다소 까다롭다고 지적하는 학생들도 있다.  
 
공공기숙사의 경우 서울제외지역의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 70% 이하 가구의 자녀여야 하며, 희망하우징은 50% 이하가 기준이다. 이밖에 차상위계층 자녀, 수급자이거나 수급자 자녀 등일 경우에 한하며, 부모중 공공임대주택에 현재 거주하고 있어도 제외된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5인 이상 사업체 근로자 월평균 소득은 293만4000원으로 절반 수준이면 146만7000원이다. 4인 가족 평균 생활비인 163만원(지난해 통계청 기준)보다 낮은 기준이다.
 
대학 기숙사에 거주하는 채모(25·여)씨는 "100만원대 수입이라면 집보다 우선 학비를 먼저 걱정했을 것"이라며 "학비가 없어서 대출받아 대학을 다니는 판국인데 소득 기준으로 입주기준을 자르는 것은 부당하다. 완전 바늘 구멍이다"라고 소득기준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여기에 통금시간, 대학과 먼 거리 등의 이유로 꺼리는 경우도 있다. 내발산동 공공기숙사의 경우 이화여대까지 평균 1시간, 숭실대학교까지는 1시간10분정도 소요된다.
 
이문동에 거주하는 이모(23·여)씨는 "학교 기숙사보다 저렴하지만 위치가 너무 멀다"며 "현재 동아리에서 만난 친구와 월세부분을 고려해 홈셰어링을 하는데 자유롭다는 점을 감안하면 원룸이 더 낫다"고 강조했다. 
 
내발산동 인근 시민은 "공공기숙사가 근처 대학도 없는 주택가에 생긴다는 것이 생소하다"며 "조용한 동네인데 (불량스런 학생들로 인해)불미스런 일들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는 최근 기존 80%에 달하는 다가구 매입형 비중을 오는 2016년까지 20% 이하로 낮추고 원룸형을 80% 이상 끌어올릴 방침이다. 이는 일반 다가구주택 희망하우징이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서울의 한 대학가 원룸촌의 모습. (사진=뉴스토마토DB, 사진은 위 기사와 관련없음)
  • 문정우

  • 뉴스카페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