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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영

(오피니언)터키의 유럽연합 가입논의 재개, 순탄치만은 않을 것

2015-12-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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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서 중원대학교 인문사회과학연구소 교수
유럽연합(EU)은 난민지원대책의 일환으로 터키에 30억 유로(3조7000억원) 지원을 결정했다. 후속조치로 EU는 지난 14일 터키와 경제통화정책에 대한 공식 협상을 시작했다.
 
터키는 지난 1999년 EU 가입신청을 했고 EU는 2004년 터키에게 정회원 후보자격을 부여했다. 다만 2005년 10월 3일 EU가 터키의 정회원국 가입을 놓고 공식협상을 시작한 이래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터키는 가입후보국 지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독일 메르켈 총리는 터키에 난민 협력조건으로 EU 가입을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이는 난민유입문제와 터키의 오랜 숙원인 유럽연합 가입의 꿈을 연결시킨 것이다. 터키의 자동차 번호판은 EU 가입 후 12개의 별만 그려 넣으면 될 정도로 비슷하다.
 
사실 1990년대 EU는 터키의 가입을 기정사실화한 후 양측간 긴밀한 협력이 이어졌다. EU는 1993년 코펜하겐이사회에서 향후 가입을 희망하는 국가들이 취해야 할 개혁조치를 담은 코펜하겐 기준(Copenhagen Criteria)을 제시했다. 이후 EU는 사전가입전략(Pre-Accession Strategy)을 만들어 가입 희망국가에 대해 여러 지원을 해왔다. 코펜하겐 기준에 따르면 EU에 가입을 희망하는 국가는 정치적으로 민주주의와 법치, 인권과 소수민족 보호, 경제적으로는 시장경제체제의 성숙과 경쟁력 그리고 EU의 정치경제통합 목표를 위한 제반사항 준수라는 3가지 큰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그러나 제도적 충족조건을 넘어 정치적 이질감과 인근국가와의 적대감이라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 터키의 EU 가입을 지체시키고 있었다.
 
터키는 유럽과 중동지역 사이 완충지대에 있다는 지리적 중요성으로 냉전시대는 물론이고 현재도 EU에게 매우 긴밀한 정치외교적 파트너다. 경제적 차원에서도 EU는 터키를 배제할 수 없다. 터키는 꾸준한 경제성장을 이뤘고 무엇보다 고령사회에 접어든 서유럽과는 달리 높은 출산율로 노동가능인구가 EU 내 대부분의 회원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이와 같이 터키에는 EU가 경제적 활력을 찾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우수한 노동인력이 풍부하고 시장은 지속적으로 확대일로에 있다.
 
그러나 터키가 EU에 가입하기까지는 현실적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첫째는 터키의 인권상황이다. EU와 터키가 관세동맹을 논의할 때 유럽의회는 터키의 인권상황, 특히 크루드족 탄압상황을 언급하며 반대했다. 둘째는 민주주의에 관한 문제다. 터키 군부는 1962년에 창설된 국가안보이사회(MGK·National Security Council)를 통해 안보정책에서 정책조언자로서의 영향력을 여전히 행사하고 있다. 이에 EU는 군부의 정치개입을 들어 터키 민주주의의 후진성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셋째는 유럽의회 의석수와 투표권 배분문제다. EU는 리스본조약으로 이중다수결제도를 채택했다. 유럽연합이 정책을 결정할 때 전체인구의 65% 이상, 28개 회원국 중 15개국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되는 제도로 2017년에는 전면 실시된다. 터키의 인구(7900만명)는 독일(8100만명)과 프랑스(6600만명) 사이에 위치한다. 터키가 EU에 가입하면 중대한 정책결정 과정에서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이밖에 터키의 EU 가입을 반대하고 있는 그리스 설득여부도 변수다.
 
유럽이 테러 위협에 직면해 있는 지금 북대서양조약기구에서 두 번째로 큰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고 세계에서 6번째 군사대국인 터키를 가입시키면 유럽연합의 독자적 군사력이 그만큼 커진다. 그러나 터키의 가입이 EU의 정체성과 통합을 해칠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터키의 EU 가입협상 재개가 해피엔딩으로 끝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이종서 중원대학교 인문사회과학연구소 교수·한국외국어대학교 EU연구소 초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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