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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정선

(피플)보증금도 없앴다…젊은이여 '월세' 걱정없는 '우주'로 오라

우주인 170명이 꿈꾸며 산다…입소문에 대기자만 1700명

2016-03-10 16:08

조회수 : 7,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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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젊음으로 푸른 낭만의 대학생활을 꿈꿨다시트콤 <남자 셋여자 셋>이나 <논스톱>을 보면서 친구들과 연애 고민도 털어놓고 소울 메이트도 찾을 수 있을 거라고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대학교 개강이 시작되면 서울로 상경한 지방 학생들이 주고받는 대화는 "방 얼마에 구했니" "보증금 1000만원에 공과금 포함해서 50만원" 등으로 채워진다등록금보다 무서운 게 집세다집세로 월 40~50만원을 지불하면 통장 잔고는 0원이다웬만한 원룸을 구하려면 보증금 수천만원이 필요한데 가능할 리가 없다. 돈을 벌지 못하는 20대에게 요구하는 수백만원수천만원의 보증금은 부당해 보이기까지 한다좌절할 수밖에. 이를 해결하려고 청년들이 세운 회사가 '우주'보증금을 없애고 월세도 저렴하게 하는 대신 주거공간을 공유하는 '셰어하우스'를 도입했다젊은 세대의 주거부담을 덜어주고 1인 가구에게 새로운 문화를 전하겠다는 우주의 김정현 대표를 만나봤다. 
 

"창업한 회사를 매각한 뒤 다음 사업 아이템을 찾을 때였습니다. 부산에서 올라온 후배가 신촌의 좁은 자취방에서 지내며 월세, 식비, 교통비로 한 달이 빠듯하다는 하소연을 하더라고요. 월세도 비싼데 괜찮은 집을 구하는 것 자체도 쉽지 않다는 푸념이었죠. 사실 저는 서울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면서 집밥을 먹고 있어 체감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덕분에 젊은 세대의 주거부담이 어느 정도인지 따져봤고, 할 만하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주거부담 해결하기 위해 '우주' 창업

 

김정현 우주 대표. 사진/우주

 

김정현 대표가 이끄는 셰어하우스 '우주'는 집을 나눠 쓰는 공동 거주 형태다. 우주는 집을 뜻하는 한자 집우(宇)와 집주(宙)에, 우주공간(universe) 등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사업구조는 간단하다. 회사가 집을 하나 빌린 뒤 여러 명에게 재임대하는 전대업 방식이다. 가령 월 임대료 200만원짜리 주택을 빌려서 대략 6명의 입주자에게 각각 월 40~45만원을 받고 임대한다. 전기·수도세 등 공과금은 추가로 입주자들이 부담하는데, 보통 3만~5만원이 든다. 보증금은 없고 예치금이 있다. 월세 두 달어치를 먼저 내고 계약 기간이 끝나면 돌려준다. 예치금은 비싸도 100만원 수준이며, 월세는 평균 대비 10% 정도 저렴하다 "이마저도 더 저렴하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김 대표는 말한다. 

 

단순히 집만 빌려주는 게 아니다. 여러 명이 함께 사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내부 실내장식까지 손 본 뒤 재임대한다. 집집마다 독특한 콘셉트를 부여하고 실내장식을 전담하는 전문 디자이너가 콘셉트에 맞게 집안을 꾸민다. '여행을 꿈꾸는 사람들의 집',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집', '등산에 도전하고 싶은 사람들의 집' 등 테마마다 인테리어도 다양하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북하우스'는 멋스러운 목재 책꽂이가 늘어서 있고 한강이 보이는 베란다에는 푹신한 안락의자가 있다. 쿠키나 빵을 구울 수 있는 조리 기구가 마련된 '디저트 하우스'나 대형 스크린과 누울 수 있는 안락한 소파가 있는 '영화 하우스'는 월세가 가장 비싼데도 입주 열기가 뜨겁다. 우주 관계자는 “영화나 야구, 게임 등 취미나 관심사가 같은 사람들이 함께 모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봤다”며 “입주 하우스를 꾸미니 홍보 없이도 소문이 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셰어하우스 우주 14호 홍대

 

보증금을 없애고 월세도 저렴한 데다, 실내장식까지 독특하다 보니 입소문이 날 수밖에 없다. 우주에 입주한 사람을 일컬어 '우주인'이라고 하는데, 현재 우주에 입주한 이들은 170명 수준이다. 대기 신청자는 무려 1700명에 달한다. 입주 경쟁률이 10대 1일 정도로 인기가 높다. 김 대표는 "대기자가 많다 보니 인터뷰를 통해 입주자를 추려야 한다"며 "취미나 테마를 고려해 입주자를 받는다"고 말했다. 나이를 20~35세로 제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함께 살아보세요. 즐거움이 넘쳐요" 

 

낮은 보증금과 월세로 경제적 부담을 덜 수 있는 것도 장점이지만, 외로움을 더는 것도 장점이다. 때문에 최근에는 부모가 먼저 셰어하우스를 고려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김 대표는 "셰어하우스에는 아파트도 있는데 딸이 있는 부모님들이 부탁하신다"며 "안전하고 부담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하신다"고 말했다. 월세도 30만원이라 부담도 절반으로 줄었다고 하니 보람이 있다며 뿌듯해했다. 셰어하우스 이용자 대부분이 대학생이다. 우주 관계자는 “현재 역 부근, 대학가 근처 셰어하우스는 대학생 입주 신청이 대부분”이라며 “회원의 70% 정도는 대학생이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 셰어하우스 우주

 

인기만큼 사업 확장도 가파르다. 현재 우주는 서울에서만 27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2013년 창업한 이후 한 달에 한 개 꼴로 늘어난 셈이다. 주거뿐만 아니라 삶의 질을 높이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공간을 제공했다는 점도 우주의 성공 비결이다. 김 대표는 "우주인에게 여행사와 제휴를 맺고 입주자 중 일부를 추첨해 무료로 해외여행을 보내주고, 토익학원 수강료 할인도 제공하고 있다"며 "이사 대행이나 치과 진료 등 의료서비스를 보다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제휴관계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그래도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경제적인 비용과 입지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보증금도 없애고 월세도 낮추는데 이익이 날까 궁금했다. 김 대표는 아직까지 큰 무리 없이 진행되고 있다며, 적은 이익이 반드시 기업에 해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물론, 처음에는 위험도 있고 어려운 시절도 있었다. 우주의 경우 전세자금은 사회적 투자자금, 지방자치단체의 유휴공간 활용, 크라우딩 펀딩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조달해왔다.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집을 고를 때도 리모델링을 적게 해도 되는 집을 고른다. 좋은 뜻을 갖고 하다 보면 마케팅 비용을 따로 들이지 않아도 SNS를 통해 입소문을 타게 되고 사람들이 모이게 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자선사업을 하는 것도 아니고 분명히 이익을 내고 있다. 향후 성장성을 보고 기업과 투자자들이 제휴를 요청하는 일들이 꽤 많아졌다"고 김 대표는 말한다. 그만큼 사업이 추구하는 가치와 목표가 뚜렷하다는 얘기다. 

 

우주, 삶의 질을 높이는 공간이면 된다

 

우주는 올해부터 새로운 방향으로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셰어하우스를 위탁하거나 직접임대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다. 최근에는 두 곳으로부터 투자 유치를 받기도 했다. 김 대표 역시 올해는 우주의 그림을 조금씩 크게 키워보고 싶다고 말한다. 대신 젊은 세대의 주거부담을 덜어줌으로써 실질가처분 소득을 높여주고 삶의 질을 높이는 환경을 제공하고 싶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주거비용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면 그만큼 젊은 사람들이 꿈이나 자기개발에 쓸 수 있는 돈과 여유가 생기고 그렇게 성장하기를 바란다.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월세를 올리는 방향은 피할 생각이다. 우주가 청년들의 주거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진 못해도 하나의 대안이 되면 좋겠다"고 얘기하는 김정현 대표. 가까운 미래에 100호점까지 문을 열겠다는 그의 꿈이 실현될 때 다시 '우주'를 찾을 생각이다.  

 
명정선 기자 cecilia102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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