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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연

원윤종·서영우, '하늘의 스승' 향한 애끓는 추모곡

"지난 1월 세상 떠난 로이드 코치에게 평창 금메달 바치겠다"

2016-03-16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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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광연기자] "코치님은 한국 국민은 아니지만, 우리의 가족이었다."
 
제21회 코카-콜라 체육대상 최우수선수상을 받은 봅슬레이 세계랭킹 1위 원윤종(강원도청)과 서영우(경기도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의 눈가에 촉촉한 눈물이 흘렀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고 맬컴 로이드(영국) 전 한국 봅슬레이 국가 대표팀 코치 추모 영상이 나온 직후였다. 이들은 자신들이 이 자리에 서는 데 이바지한 스승을 향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추모 편지를 읽었다.
 
원윤종과 서영우 조는 16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코카-콜라 체육대상 시상식에서 최고 영예인 최우수선수상을 거머쥐었다. 2015~2016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월드컵 8차 대회 금메달을 따내며 아시아 최초로 봅슬레이 세계랭킹 1위에 오른 성과를 인정받았다. 몇 년 전만 해도 불모지와 다름없던 봅슬레이 국내 입지를 생각할 때 놀라운 일이다. 2010년부터 함께 호흡을 맞춘 원윤종과 서영우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꿨다.

둘이 세계 최고가 되기까지 숨은 공로자가 있었다. 바로 대표팀 합류를 앞두고 지난 1월3일 암으로 세상을 등진 로이드 코치의 지도력이 성장의 발판이 됐다. 이번 시상식에서도 로이드 코치는 우수지도상을 받으며 한국 봅슬레이를 변방에서 세계 중심으로 이끈 지도력을 박수받았다.

원윤종과 서영우를 비롯해 이용 봅슬레이 대표팀 감독은 로이드 코치의 수상 차례가 되자 단상으로 올라왔다. 함께 준비한 추모 편지를 읽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미리 로이드 코치의 추모 영상을 본 세 사람 모두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시상식장엔 잠시 적막이 흘렀다. 스승이자 동료를 떠올린 세 사람은 감정을 추스른 뒤 진심을 담아 마음을 전하기 시작했다.

추모 편지를 직접 읽은 서영우는 "한국 봅슬레이를 여기까지 이끈 스승님께 감사하다. 예전 대회에 나갔을 때 '잘했다'며 환하게 웃는 스승의 미소가 선하다. 코치는 저희에게 스승이자 아버지였다. 코치 덕분에 항상 자신감을 느끼고 훈련과정이 힘들어도 견딜 수 있었다"면서 "코치님은 언제든 저희 마음속에 있을 것이다. 다가오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바치겠다. 로이드 코치를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원윤종은 "코치는 한국 국민은 아니지만, 저희와 함께 한 가족이었다. 그가 있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강조했고 이용 감독도 "다시는 울지 않겠다고 약속했는데 영상을 보니 또 눈물이 났다. 코치를 영입할 때 많은 분이 반대했다. 워낙 성격이 고지식하다. 하지만 옮고 그름이 분명한 분이었다. 결국, 한국 봅슬레이를 여기까지 이끌었다"고 추모했다.

다른 나라를 따라가기 바빴던 한국 봅슬레이는 이제 올림픽 금메달을 노리는 자리까지 성장했다. 둘만의 노력으로 이룬 성과는 분명 아니었다. 누구보다 당사자인 둘이 더 잘 알고 있다. 성과를 일궈내기까지 공헌한 스승의 업적을 기린 원윤종과 서영우는 하늘에서 지켜보는 스승을 위해서라도 평창에서 꼭 금빛 질주를 펼친다는 각오를 다졌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원윤종(오른쪽)과 서영우가 16일 코카콜라 체육대상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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